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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야당 대표 최초 '전경련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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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야당 대표 최초 '전경련 방문'

남북경협 논의 계기 광폭 행보…'경제정당' 박차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야당 대표로서는 최초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방문 일정을 가졌다. 전경련은 '재벌 회장 모임'으로 인식되고 있고, 재벌 개혁을 당의 정체성 가운데 하나로 하는 야당 지도부는 그간 전경련에 발걸음을 거의 하지 않아 왔다. 그럼에도 이번 문 대표의 전경련 행(行)은 비교적 자연스러워 보였다는 평이다. 지난 8.24 고위급 합의 이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남북 경제협력'이 주된 이슈였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을 찾아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 등 전경련 지도부와 정책간담회를 갖고 "지금 남북관계에 해빙의 기운이 돌고 있고, 이산가족들은 다시 상봉의 기대에 부풀어 있다"며 "이 기회에 중단된 경제협력도 다시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최근 전경련이 제시한 '남북 경제교류 신(新) 5대 원칙'과 이를 위한 7대 과제에 대해서 깊은 공감과 지지를 표한다"며 "특히 북한을 더 이상 압박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상호 협력해야 할 파트너로 인정하는 변화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우리 당의 '한반도 신경제 지도'와 전경련의 '신 5대 원칙'이 만나면 '경제통일'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길을 열어주고 경제계가 남북경제협력에 팔을 걷어붙인다면 우리경제의 영역이 단숨에 크게 확장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여는 활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허 회장 외에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문성환 삼양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나온 문 대표의 발언은 그간 제시됐던 그의 '한반도 신경제 구상', '경제통일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다. (☞관련 기사 : 문재인 "늪에 빠진 한국 경제…북한 포함 구상해야")

전경련의 '남북 경제교류 신 5대 원칙' 역시 지난달 15일 세미나에서 이미 제시된 것이다. 당시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남북경제교류 세미나 발표를 통해 △남북 당국 간 대화 진전과의 조화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교류 △북한의 경제개발은 북한이 주도 △남북한 산업의 장점이 결합된 산업구조 구축 △동북아경제권 형성을 위해 주변국의 참여와 지지 확보라는 '신 5대 원칙'을 발표했다. 1995년 채택된 기존의 5대 원칙은 △정부의 투자지침 및 남북대화 진전과의 조화 △비(非)전략물자 중심의 경협 △과당경쟁 유발 자제 △장기적 방향의 단계적 추진 △남북한 산업 장점의 보완 발전이었다.

오히려 시선은 '문 대표가 전경련을 방문했다'는 자체에 더 꽂혔다.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당 시절까지 통틀어도 제1야당 대표가 전경련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2007년 10월 29일 17대 대선을 앞두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전경련회관을 방문해 조석래 당시 회장과 면담을 가진 적이 있지만, 이는 당 대표로서가 아닌 대선후보로서의 일정이었다.

2012년 11월 8일 18대 대선을 앞두고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여의도 KT사옥에 위치한 전경련 회의실을 찾아 허 회장과 이준용 대림산업, 박영주 이건산업, 현재현 동양, 김윤 삼양 회장 등과 간담회를 가진 것 역시 마찬가지였고, 당시 안 후보는 '야권' 정치인이었지만 '야당 소속' 정치인은 아니었다. 게다가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 대표는 전체 대선 기간 동안 한 번도 전경련을 방문하지 않았었다.

대선후보가 아닌 당 대표로서는 기업인(쌍용그룹 상무) 출신인 정세균 전 대표나, 구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전 대표 등도 전경련 방문 일정을 잡은 바 없었다. 오히려 손·정 두 전직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건으로 인해 전경련 회장이 자신들의 집무실에 항의 방문을 오는 일을 2008년(손학규), 2009년(정세균)에 각각 겪었을 정도다.

문 대표의 이날 행보는 방문 시점이 국정감사 직전이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새정치연합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을 소환할 것을 여러 차례 주장했었고, 이는 재계가 가장 꺼리는 일 가운데 하나다. 이런 가운데 이뤄진 문 대표의 전경련 방문이 '중도층으로의 확장', '유능한 경제정당' 등 대선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되는 것은 설득력 있는 풀이다. 문 대표는 지난 2월 26일 경제신문들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전경련과 경총 등도 방문해 야당이 반(反)기업적 정당이라는 오해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거꾸로, 만약 전통적 야권 지지층인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반발할 경우에는 '남북 경협 진전을 위해 만난 것일 뿐'이라고 설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 문제나 국정감사 증인 문제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남북 경협 문제만이 논의됐을 뿐이라고 배석했던 김성수 당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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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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