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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의 혀' 사내하청, 도대체 어디까지…

사내하청, 구조조정·노조 탄압·노동부 판정 회피 등 악용

사내하청은 원청 회사 입장에서는 '입안의 혀'다.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편법, 탈법을 벌이면서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노조 탄압으로, 노동부 판정 회피 목적으로 사내하청이 이용되고 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하청업체 목줄을 쥐고 흔든다. 도급계약금을 낮게 책정하는 것.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노동자가 지게 된다. 견디다 못한 업체가 폐업할 경우, 하루아침에 해고자가 된다.

'조합원 솎아내기'도 비일비재하다. 하청노조 조합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곧바로 해고된다. 아니면 소속 업체가 '경영상의 이유'로 문을 닫아 자연스럽게 해고자가 된다. 괜히 조합원을 해고했다가 시끄러워지는 것보다는 조합원이 속한 업체를 폐쇄해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는 셈이다.

이런 흐름은 이전에도 있어왔지만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1일 '9.5 아사히사내하청노조 연대한마당 기획팀'은 최근 집단해고가 벌어지고 있는 사업장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근 대규모 집단해고를 겪은 사업장 하청노조 지도부들이 참석했다.

노동부 판정 회피를 목적으로 계약해지

동양시멘트 사내하청 업체 동일은 석회석 광산의 채굴 및 운반에 관한 노무도급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은 지난 2월 13일, 동양시멘트와 동일 사내하청 노동자는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다고 판정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동일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동양시멘트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을 뿐 사실상 동양시멘트 소속이라는 것.

별도 독립 사무공간 없이 동양시멘트가 제공하는 사무실을 무상으로 사용한 것뿐만 아니라 동일 노동자의 연장근로, 근로시간 등에 대해 수시로 지시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자 원청인 동양시멘트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동일 노동자 전원인 101명에게 해고통지서를 보냈다.

아사히글라스도 마찬가지다. 아사히글라스는 경북 최대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유리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정규직이 800여 명이고 사내하청 노동자는 300여 명이다. 하청 노동자 중 30%가 9년 동안 최저시급만 받았다. 한 달에 두 번 쉬기 위해 주말에는 12시간 맞교대를 강요받으며 365일 공장을 가동했다.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지난 5월29일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한 달 뒤 회사는 조합원들이 있는 하청업체를 폐업시켰다. 당시 노동자 170명은 문자메시지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고 이중 120명은 희망퇴직을, 나머지 50명은 정리해고 됐다.

구조조정의 방패막으로 쓰인 하청노동자

회사의 위기가 그대로 하청노동자에게 전가된 경우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적자가 발생하자이 하청에게 주는 기성(톤당 단가)을 지속해서 낮추면서 자연스럽게 하청업체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 작년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인 KTK선박의 기성은 1월 4억8000만 원을 시작으로 3월 2억7000만 원, 6월 1억9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2015년 7월 기준으로 48개 업체가 폐업됐고 그에 맞춰 하청노동자들도 집단해고 됐다.

한국지엠은 2014년 유럽시장 위기로 물량이 감소하자 군산공장을 주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인력 구조조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조치였다.

하지만 한국지엠 노사는 2015년 2월 10일 군산공장 구조조정을 최종합의했다. 원청노조가 하청노동자의 구조조정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11개 사내하청업체가 모두 계약 해지됐고 그에 따라 사내하청 노동자 1100여 명도 해고됐다.

'9.5 아사히사내하청노조 연대한마당 기획팀'은 "이러한 계약해지-집단해고는 우리 모두 책임져야 한다"며 "자본 탄압으로 소수화 고립된 사업장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여론화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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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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