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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그는 어떻게 대학교를 말아먹었나?

[상지대 민주화 일기 ⑥] 민주대학 상지대의 붕괴

2015년 8월 25일, 개강을 일주일 앞둔 상지대 안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작년 12월에 부당하게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던 전종완 총학생회장(영문학과)과 김승룡 부총학생회장(체육학부)이 다시 징계에 회부되어 본인 출석 소명을 하는 날이었다. 총학생회 김성진 기획국장도 징계에 회부되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30분 단위로 출석 소명이 진행되었다. 김승룡 부총학생회장은 어머니가 위독해서 병원에 있다가 출석 소명을 위해 참석했다. 마음이 착잡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당당하게 자신들의 행동을 소명했다. 우렁찬 목소리가 회의장 밖으로까지 들렸다. 회의장 밖에서 부당 징계에 항의하는 교수와 학생들은 대열을 이루어 소명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오후에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양정을 한다고 한다. 교수와 학생들은 점심을 먹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하여 2학기 개강 후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다음 주부터 개강이므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이므로 이에 맞추어 대책을 수립하려고 모인 것이다. 회의 도중에 징계위원회가 소집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징계 양정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징계위원회가 징계 양정을 하지 않고 미루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유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확인하기 어려웠다.

대학에 긴장감이 감돈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오늘이 대학 평가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1차 평가에서 하위 그룹에 포함되었으므로 특별히 기대할 것이 없었지만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과 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피해가 너무 엄청난 것이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여러 언론사를 통해서 단편적인 소식들이 날아들었다. 당연히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공식적이고 종합적인 결과는 알 수 없었다. 대학으로 평가 결과가 통보되었겠지만 늘 그랬듯이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들에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저녁 해거름 무렵 상황이 분명해졌다. 본부 보직 교수 전원이 사퇴한다는 밑도 끝도 없는 짤막한 안내문이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왔다. 대학 구조 개혁 평가 결과에 책임을 통감하며 교무위원 전원이 보직을 사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에 대해 어느 교수가 짤막한 논평을 달았다. "보직만 사임하면 책임을 다하는 걸까?" 그렇다. 이틀 후에 전체 교수 하계 연수가 있고, 다시 나흘 후면 2학기 개방인데 보직 교수 전원이 사퇴하면 대학은 어떻게 되나?
2015년도 대학 구조 개혁 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교무위원 전원은 보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

2015. 8. 25.
상지대학교 교무위원 일동

머릿속이 매우 복잡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인가? 이미 예상한 결과였고 예정되어 있던 방향이었지만 막상 결과를 접하고 보니 상황이 간단치 않았다. 올해 대학 평가의 1차 결과는 이미 6월 5일에 발표되었고 166개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상지대는 하위 그룹에 포함되었다. 그 상황에서 2차 평가를 위한 준비를 해야 했는데 대학 본부에서는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뻔뻔하게 2차 평가를 대비해야 한다면서 보직 사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껏 대학을 망가뜨려 온 인사들이고 대학 평가에 대해 아무런 능력도 보여주지 못한 무능한 인사들이 이미 1차 평가에서 치욕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한 마음을 가누기 어려웠다.


2010년 8월에 김문기 구재단이 복귀한 이후 상지대는 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14년 3월 31일 구재단이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고 김문기의 둘째 아들 김길남이 이사장이 된 후 상지대는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다가 2014년 8월 14일 상지대 사학 비리 주범이자 대한민국 사학 비리의 가장 상징적인 존재인 김문기가 상지대 총장으로 선임되는 상상을 불허하는 환란에 직면하여 상지대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20년 동안 '사학 비리 종합 선물 세트'로 만든 김문기

김문기는 유신 체제 하에서 권력을 동원하여 상지대를 강탈한 자이고, 그 후 20년 동안 상지학원 이사장을 지내면서 상지대를 '동토의 왕국'으로 불리는 '사학 비리 종합 선물 세트'로 만든 사람이며, 그 죗값을 받아 문민 정부 사정 개혁 제1호로 구속되어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상지대에서 축출되었던 부패 인사이다.

김문기의 사학 비리 전력은 명백하고 도덕성 부재는 분명하지만 학력은 불투명한 사람이다. 그는 대학교를 1965년에 졸업한 반면 고등학교는 1992년에 졸업한 특이한 학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미국 어느 대학에선가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박사로 불린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는 투명인간이다. 그런 사람이 이사도 아니고 이사장도 아닌, 박사모를 쓰고 박사라면서 고등 교육 기관의 총장으로 등극하면서 상지대는 파국으로 빨려들었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대학 평가 결과는 그 당연한 귀결이다.

김문기와 그 구재단은 이미 2013년에 상지대를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몰아넣었다. 현행 대학 평가 방식에 수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지만, 대학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대학 평가를 거부할 수 없기에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대학 평가를 준비할 때 상지대는 복귀한 구재단이 학원 장악을 위해 부리는 온갖 횡포 앞에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앞글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2013년 한 해는 구재단의 학원 장악을 위한 음모와 공작의 결과 이사회가 난장판이 된 해였다. 당시 이사회가 17차례 열렸는데 제대로 정상적으로 안건을 심의한 이사회가 한두 차례에 불과한 정도였고 나머지는 무산, 파행의 연속이었다. 교원임용도 예산심의도 파행을 거듭했다. 그러고도 재정 지원 제한 대학에 걸리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되면 학생들은 국가 장학금을 받을 수 없고 학자금 대출도 받을 수 없으며 대학과 교수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등록금을 제외하고는 국가 장학금, 학자금 대출, 정부재정 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립대학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재정 지원제한은 1년간 적용되는 것이었기에 상지대는 혼신을 노력을 다해 이 질곡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1년 만에 또다시 대학 평가에서 하위 그룹에 포함되었고 이번에는 3년 주기의 평가이므로 받게 될 피해가 과거와는 판이하다. 더구나 이 시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할 학생 수가 대폭 감소하게 되므로 평가에서 실패한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에서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지대에서 구재단의 복귀가 대학을 정신적으로 무너뜨린 데 이어 대학의 물적 토대를 허물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우리는 정부와 교육부에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특히 대학을 관할하는 교육부에 할 말이 많다. 상지대 등 비리 재단이 복귀한 대학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수원대, 수원여대, 서남대, 청주대, 제주한라대 등 전국의 수많은 사립대학과 대성학원과 한마음고등학교 등 사립학교에서 창궐하는 사학 비리는 방관한 채 어떻게 교육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정상적으로 총장을 선출한 경북대 등 국립 대학의 총장 임명 제청을 거부하면서 대학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는 데 골몰한 결과가 부산대에서 교수의 투신자살로 나타난 상황에서 과연 교육부가 고등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충실한 숙주 노릇을 해온 교육부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지금 상지대가 겪고 있는 이 참담한 반 교육적인 상황 역시 전적으로 교육부의 책임이다. 비리 재단을 다시 학교에 복귀시킨 것도 교육부이고, 사학 비리 주범 김문기에게 학교 운영권을 부여한 것도 교육부이다. 학교로 복귀한 구재단이 임원 간 분쟁을 일으켜 대학을 극단적인 파행으로 몰아가는데도 수수방관하여 학교를 나락으로 빠뜨린 것도 교육부이다. 김문기의 전횡을 방치하다가 마지못해 떠밀려서 감사에 착수했지만 4년간 계속된 임원 간 분쟁과 이사회의 파행을 감사에서 누락시켜 면죄부를 부여한 것도 교육부이다. 그리고 김문기가 총장이 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상지대 사태를 끌어온 결과 결국 상지대를 지금의 상태로 몰아넣은 것도 결국 교육부이다. 김문기는 사학 비리의 대명사이지만 교육부가 그의 충실한 숙주 노릇을 해온 것이다.

교육부의 죄과는 앞으로 국회와 언론이 밝혀낼 것으로 믿는다. 머지않아 사회적인 진상 규명도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진상 규명보다 시급한 과제는 대학의 극단적인 파행을 해소하면서 상지대의 끝없는 추락을 중단시키는 응급 조치이다. 이것은 하수인들에 불과한 보직 교수 사퇴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김문기의 완전 퇴진과 김문기의 하수인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해체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이 길 외에는 달리 선택할 것이 없다.

이런 마음을 담아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다. 국회가 관심을 가져주고 교육부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교육부의 조치를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을 생각이다. 교육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다면 이제는 우리가 대학과 학문의 자유의 원천이자 대학 운영의 정당한 주체로서 정당방위의 자구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성 명 서

대학 구조 개혁 평가 결과가 각 대학에 통보된 상황에서 오늘 25일자로 교무위원 전원이 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보직 교수들의 사퇴는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 1차 평가 결과가 발표된 지난 6월 5일 즉시 사퇴하여 대학 상황을 수습하면서 2차 평가에 대비할 기회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로 자리를 유지하다가 황금 같은 기회를 놓쳐버렸다. 지금은 대학 평가 결과를 포함하여 학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복잡해진 상황이므로 보직 사퇴만으로 학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대학을 미증유의 위기로 몰아넣은 보직 교수들은 대학 평가 결과에 대하여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보직 사퇴는 당연한 귀결이지만 보직 사퇴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게 되었다. 보직 교수들은 김문기 체제 하에서 교수, 학생, 직원 30여 명을 파면, 해임, 무기정학 등 부당 징계를 자행하고 구성원들의 정당한 자치 활동을 폭력적으로 탄압한 행위에 대해서도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학의 현 상황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김문기와 이사회에 있다. 이사회는 교육부 감사 결과 조치에 대해 김문기 위장 해임으로 교육부와 구성원을 기망하였다. 고의로 절차적 하자를 만들어 자신들의 이사직도 유지하고 김문기에게는 총장직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학교가 존폐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김문기 체제의 유지만을 고민하면서 김문기 하수인을 자처하는 이사회는 즉각 사퇴하여야 한다.

김문기는 위장 해임되자마자 설립자실을 마련한 뒤 설립자 행세를 하고 있다. 상지학원의 설립자 문제는 이미 교육부와 대법원에서 원홍묵 선생으로 정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문기는 설립자를 자처하고 있다. 이는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상지 구성원을 기망하고 능멸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상지 구성원은 더 이상 이와 같은 기망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김문기는 설립자 행세를 즉각 중단하고 상지 교정에서 물러나야 한다.

우리 상지대 구성원들은 대학의 현 상황을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대학을 안정화시키고 잘못된 일들을 바로 잡아 정상화하는 일에 즉각적으로 돌입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대학을 파탄시킨 자들에 대하여 진상조사 등을 통하여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15년 8월 26일

상지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

상지대 민주화 일기


(1) "봄 오는 길목, 제비 불러오는 길잡이가 되었다"

(2)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3) 비리 재단에 학교를 헌납한 이상한 국가 기관?

(4) 밀가루 분칠해 양이 된 늑대가 본색을 드러내자…

(5) 상지대는 이렇게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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