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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이지스 함…제주도는 중국의 군사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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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이지스 함…제주도는 중국의 군사 타깃"

[언론 네트워크] 브루스 개그논 "생명 걸고 투쟁하는 강정"

9년째 이어져온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 마을의 제주 해군 기지 반대 투쟁에는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부터 미국, 프랑스, 영국, 대만(타이완) 등의 많은 외국인들도 함께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의 브루스 개그논(Bruce K. Gagnon, 63)은 대표적인 '친(親) 강정' 해외 인사 중 하나다.

다국적 모임 '우주 핵무기 반대 글로벌 네트워크(Global Network against Weapons and Nuclear Power in Space)'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그는 2009년 처음 방문한 이후 지금까지 네 번이나 강정을 찾았다.

올해 한국에서 열린 한-미-일 국제 평화 토론회, 8·15 통일 대회에 초청된 그는 지난 16일부터 강정 마을에서 머물고 있다. 25일 저녁 7시 강정마을회가 평화센터에서 주최하는 특강 '왜 제주인가?-미국의 아시아 회귀, 미사일 방어, 그리고 제주 해군 기지'에 참가한 후 26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특강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평화센터에서 <제주의소리>와 만난 브루스 사무총장은 "강정에 건설되는 해군 기지에는 이지스 구축함이 들어온다. 이지스 구축함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MD)의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이것은 결국 중국의 해상 수송로를 봉쇄하는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통역은 강정 국제 팀이 맡았다.

▲ 올해 8월로 네 번째 강정을 찾은 브루스 개그논. ⓒ제주의소리

이 같은 주장은 그가 2009년 강정에 처음 올 때부터 꾸준히 제기한 내용으로, 중국 입장에서 볼 때 황해 입구에 놓여 있는 제주의 지정학적인 위치가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브루스 사무총장은 "이미 미국은 PAC3와 같은 지대공 미사일을 오산 공군 기지나 대만에 배치하며 MD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아가 이지스 구축함을 다른 아시아 지역에 배치하면서 중국 해안을 봉쇄 중"이라며 동아시아에서 진행되는 미국의 대(對)중국 군사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강정 제주 해군 기지는 근본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 의지를 보내는 전초 기지이자 군사적 거점이 될 것"이라며 "이 사실은 리사 프란게티(Lisa Franchetti) 전 주한 미 해군 사령관의 최근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들어서는 제주 해군 기지는 중국 입장에서 자극적인 장소임에 분명하다. 결국 제주는 중요한 군사적 목표(Target)가 되는 셈이다. 강정뿐만 아니라 제주 섬 전체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제주 해군 기지는 단순한 민군 복합항이 아닌 미국의 아시아 군사 정책의 중요한 거점으로서, 강정과 서귀포 뿐만 아니라 제주 전체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리사 프란게티 전 사령관은 8월 5일 주한 미군 용산 기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제주에 해군 기지가 건설되면 항해와 훈련 등을 목적으로 (미)함정을 보내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강정마을회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는 "제주 해군 기지가 미 해군의 기항지로 사용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 됐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해군 기지를 비롯해 군비 증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논리(힘이 있어야 평화도 있다)에 대해 그는 뜻밖의 대답을 내놨다. "그런 질문이라면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가 이미 훌륭하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지난 2011년 8월 11일, 지금은 사라진 중덕 해안, 일명 구럼비 바위에서 가진 미사에서 "군비 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 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 언제나 새로운 무기를 마련하는데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의 낭비는 가난한 사람들의 구제를 막고, 민족들의 발전을 방해한다"며 해군 기지 건설에 반대했다.

브루스 사무총장은 "군비가 계속 늘어나면 평화 대신 전쟁이 빠르게 다가온다는 것을 역사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원폭이 떨어진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가 이를 확인시켜준다"며 "특히 기술이 고도화되는 지금 시대에 전쟁이 단 한 번이라도 일어나면 엄청난 피해와 인명살상이 벌어질 것이다. 평화를 위해 군비 증강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결국 스스로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바로 가기)에는 부시부터 오바마까지 미국의 군사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미국과 전 세계인들의 소식이 담겨있다. 강정 소식 또한 많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소개한다.

브루스 사무총장은 "강정 소식은 동영상, 사진, 페이스북으로 매일 빠짐없이 보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2009년 내가 강정에 처음 왔을 당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 버스정류장에서 강동균 당시 마을회장에게 '미국에 돌아가면 강정에 대해 꼭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브루스 사무총장의 고향은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메인 주다. 청년 시절 공군에 복무하며 보수적인 생각으로 살아가던 그도 전쟁의 위험성에 대해 말하는 동료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면서 새로운 사실에 눈을 떴다. 제주 4.3과 강정 마을, 미국과의 관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제주의 영혼들>의 감독 레지스 트렘블레이(Regis Tremblay)도 메인 주 출신이다.

메인 주 베스 철강 공장은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을 생산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브루스 사무총장은 그곳에서 '이곳에서 생산된 이지스 함들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 자신의 고향 미국 메인주의 철강공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브루스 개그논(왼쪽). 메인주에서 만들어진 이지스 구축함은 결국 제주해군기지로 오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브루스 개그논

▲ 브루스 개그논. ⓒ제주의소리

제주 강정마을과 미국 메인 주는 거리상으로는 거대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수천 킬로미터 떨어졌지만, 평화·군사적으로는 가깝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 브루스 사무총장의 생각이다.

이쯤 되자 '왜 강정에 대해 이렇게까지 관심을 기울이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왔다.

그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가장 먼저 "내 어머니는 이탈리아 출신이다. 이탈리아인과 한국인은 열정적이고 정이 많다는 점에서 감정적으로 닮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끌리는 면이 있다"고 가족사를 살짝 소개했다.

브루스 사무총장은 "나머지 이유는 강정의 투쟁은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고리이기 때문이다. 내 고향 메인 주에서 만든 이지스 구축함은 아마 강정 해군 기지로 올 것이다. 이렇게 전 세계는 이어져 있다"며 "이 투쟁에는 환경, 인권, 평화를 비롯해 나아가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라는 이슈가 모두 담겨 있다. 미군은 지구 오염의 가장 큰 주범이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아시아 회귀 정책'은 오염을 더욱 확장시킬 것이고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급속도로 증가시킬 것이다. 제주 해군 기지 역시 준설 작업으로 연산호 군락이 황폐화됐다"고 설명했다.

강정 마을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I Love You'(사랑한다)라고 대답했다.

"나에게 준 많은 선물에 감사한다.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우주 핵무기 반대 글로벌 네트워크 전 세계 회원 모두가 당신을 지지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제주도민들에게는 "여러분들은 정말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지역에서 살고 있다. 이 사실을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제주의 미래와 해군 기지는 양립할 수 없다. 강정 주민은 제주도의 모든 생명을 대신해서 싸우고 있기에 도민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미국·중국과의 갈등으로 피해 입는 것은 강정만이 아니"라는 말을 남겼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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