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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복용도 막지 못한 앤디 페팃의 영구결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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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복용도 막지 못한 앤디 페팃의 영구결번

[베이스볼 Lab.] 앤디 페팃의 영구결번식이 갖는 의미

지난 2월, 뉴욕 양키스는 앤디 페팃의 등번호 46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고, 마침내 23일(현지시각) 영구결번식이 열렸다. 당연히 흔한 소식은 아니지만, 페팃의 등번호가 영구결번 된 것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앤디 페팃은 충분히 양키스타디움의 모뉴먼트 파크에서 기념될 만한 선수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뉴욕 양키스를 왕조로 이끌었던 '코어 4'(마리아노 리베라, 데릭 지터, 호르헤 포사다, 앤디 페팃)의 멤버 중 하나였으며,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15년을 뛰면서 정규시즌에는 219승, 포스트시즌에선 18승을 챙기면서 5개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따냈다. 양키스에서 잡아낸 탈삼진 2020개는 그동안 양키스를 거쳐간 수많은 에이스들을 제치고 프랜차이즈 1위에 해당된다. 미국 언론에서 'borderline Hall of Famer', 즉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거나 탈락하는 경계선에 있는 선수라고 평가하는 것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긴 선수다.

그러나 문제는 약물. 앤디 페팃은 2007년 겨울 발표된 미첼 리포트에서 대표적인 금지약물 중 하나인 성장호르몬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끝까지 결백하다고 주장하거나, 몰랐다고 주장하는 다른 흔한 약쟁이들과는 다르게 페팃은 즉시 부상에서 빨리 복귀하고자 약물을 사용했다고 시인했고 용서를 구했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금지약물을 이용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금지약물을 사용한 같은 팀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그냥 입 닥치고 있어야 한다(Alex should just shut the fxxk up)”고 말했던 뉴욕 양키스의 단장 브라이언 캐시먼은 인터뷰를 통해 “이는 페팃이 우리에게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를 인정한 것입니다. 들어보십시오. 모든 사람들은 실수하기 마련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다 부채가 있죠. 그러나 페팃은 이 행성 위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보다 빚이 적습니다. 그는 선수로서나, 인간적으로나 모두 영구결번에 적합한 사람이며, 이런 선수를 데리고 있었다는 것이 행운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각) 미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경기에 앞서 열린 앤디 페티트의 영구결번식. ⓒAP=연합뉴스

이번 일로 앤디 페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PED(Performance Enhancing Drugs), 즉 경기력 향상을 위한 금지약물을 사용하고도 영구결번된 선수가 됐다. 배리 본즈나 로저 클레멘스처럼 누가 봐도 대단한 기록을 남긴 선수들도 명예의 전당이나, 등번호가 영구결번 되진 못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결국 언젠가는 일어났을 일이 일어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스테로이드, 성장호르몬, 암페타민 등의 약물을 사용한 것이 확실한 선수라 하더라도 홈런만 뻥뻥 날려주면 팬들은 환호해주며 그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고, 팀들도 그 선수에게 거액의 돈을 안겨주면서 계약을 맺는 모습은 이미 익숙한 모습이다. 설령 메이저리그를 거의 보지 않는 야구팬들에게도 이는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지난달 금지약물 복용이 들통나 징계기간 동안 경기장을 떠나 있었던 선수가 복귀해 맹타를 휘두르자 경기장에 있던 팬들은 그 선수에게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특히 페팃처럼 바로 약물복용을 시인하고 사죄를 구한 선수일 경우 시선은 더 관대하기 마련이다. 2015년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만 봐도 그렇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게 된 4명의 선수(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즈, 존 스몰츠, 크렉 비지오)에 이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선수는 2013년 자서전을 통해 근육강화제의 일종인 안드로스테네디온을 사용했던 사실을 인정한 마이크 피아자(69.9%)였다. 이대로라면 내년, 피아자는 약물 스캔들로 얼룩진 시대가 지나고 최초로 - 과거 명예의 전당 헌액자중엔 현 금지약물 복용자는 이미 많다 - 금지약물을 복용하고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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