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34명의 후보 중 랜디 존슨(97.3%), 페드로 마르티네스(91.1%), 존 스몰츠(82.9%), 크레이크 비지오(82.7%)가 최소기준인 75%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반면 후보 제외 기준인 5%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한 선수 12명과 15년 간 최소기준(75%)을 넘지 못한 돈 매팅리(현재 LA 다저스 감독)은 향후 후보에서 제외된다.
금지 약물 복용 경력으로 논란이 된 배리 본즈(36.8%)와 로저 클레먼스(37.5%), 마크 맥과이어(10.0%)와 새미 소사(6.6%)는 놀라운 통산 성적에도 불구하고 마지노선(5%)을 통과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 결과가 '단순히' 약물 복용 경력에 대한 응징의 의미는 아니었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네 명의 선수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선수가 마이크 피아자(69.9%)였기 때문이다. 피아자는 2013년, 자서전(Long Shot)을 통해 현재 금지 약물인 안드로스테네디온(근육강화제)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암페타민(각성제) 등 다수의 약물을 복용했지만, 이 약물들이 금지되기 이전에 복용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복용 사실을 밝힌 약물들은 2004년에야 금지약물로 분류됐다.
피아자와 다른 네 명(본즈, 클레먼스, 맥과이어, 소사)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피아자는 고백하지 않았다면 의혹에 그쳤을 복용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반면, 배리 본즈와 클레멘스는 위증죄 혐의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의혹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되었다. 소사는 여전히 약물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맥과이어는 최초의 증언과는 달리 2010년에 와서야 약물 복용 사실을 털어놓았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Credit)이다. 공인의 거짓말은 지지율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피아자의 득표율로 인해 다른 네 명의 저조한 득표율이 '단순 약물 복용 사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게 밝혀졌다. 다르게 말하자면 투표에 참여한 549명 중 약 69.9%의 회원들이 약물 복용 사실에는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ESPN의 야구기자 버스터 올니는 지난해 '내가 금지 약물 복용 선수들에게 투표한 이유'라는 글을 통해 "명예의 전당은 성당이나 교회가 아닌 야구 박물관이며, 스테로이드 시대가 등장하기 이전의 투표에서도 선수의 인격은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금지약물복용선수들의 기록에 어떤 제제도 가하지 않고 있다. 도박 혐의로 인해 야구계에서 영구퇴출된 피트 로즈와는 달리 금지 약물 복용 선수들이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르는 것도 막지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메이저리그 팬들은 금지약물복용선수들에게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2016년 투표 결과에 따라 피아자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면 커다란 논란이 일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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