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후 9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는 뉴욕 메츠가 불펜 보강에 성공했다. 메츠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마무리 투수 타일러 클리파드를 트레이드로 영입해 불펜투수진을 강화했다. 마이너리그 우완투수 케이시 마이스너를 내주고 클리파드의 잔여 연봉(310만 달러) 중 약 200만 달러를 보조하는 조건이다.
메츠가 영입한 클리파드는 올해 30세 베테랑 불펜 투수로 시즌 37경기에 등판해 17세이브 평균자책 2.79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오클랜드와 1년 830만 달러에 계약한 상황이며,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클리파드는 메츠에 합류하면서 불과 반 년 만에 다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로 돌아오게 됐다. 클리파드는 지난 2008년 뉴욕 양키스에서 워싱턴 내셔널스로 트레이드된 뒤 2009년부터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발돋움했고, 2014년까지 내셔널스 소속으로 활약했다. 메츠는 28일 현재 NL 동부 1위 워싱턴 내셔널스에 2게임차 뒤진 2위이며, 두 팀은 오는 8월 1일(한국시각)부터 지구 1위를 놓고 3연전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메츠의 이번 트레이드는 보기에 따라서는 다소 의외로 여겨질 수도 있는 움직임이다. 메츠는 이미 제우리스 파밀리아라는 강력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상황. 지난해까지 셋업맨을 맡던 파밀리아는 이번 시즌 마무리로 전향한 뒤 28일 현재까지 45경기에 등판, 27세이브(ML 6위)에 1.7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특급 마무리’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최고구속 100마일/h에 달하는 싱킹패스트볼과 슬라이더는 배트에 맞히기조차 쉽지 않다고 정평이 나 있다.
여기에 메츠는 부상에서 돌아온 2년전 마무리 투수 바비 파넬(2013년 22세이브)과 금지약물 징계가 끝나서 복귀한 지난해 마무리 투수 헨리 메히아(2014년 28세이브)도 보유하고 있어 불펜 투수진이 리그 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메츠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2.86으로 리그 전체 6위, 불펜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도 3.40으로 리그 10위에 올라 있다.
반면 메츠의 공격력은 팀 득점 349점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29위, 조정득점생산력(wRC+) 87로 메이저리그 전체 24위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트레이드를 통해 켈리 존슨-후안 유리베를 영입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심타선에서 홈런을 기대할 만한 타자는 루카스 두다(14홈런) 하나뿐. 메츠는 시즌 98경기 중 무려 40경기에서 2득점 이하에 그치는 심각한 공격력 부진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차고 넘치는 불펜 투수를 추가하기보다는 홈런타자를 보강하는 게 더 시급한 일 아니었을까?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메츠가 전현직 마무리투수 3명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파밀리아 외에는 확실하게 믿고 경기 후반을 맡길 만한 투수가 없는 실정. 한때 100마일 광속구를 뿌리던 바비 파넬은 수술에서 돌아온 뒤 빠른 볼 평균구속이 시속 93.3마일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부상 이전인 2013년 파넬의 평균구속은 시속 95.1마일에 달했다. 이 때문에 통산 20.8%에 달하던 타석당 탈삼진 비율도 올 시즌에는 17.3%로 하락했다. 지난 23일 열린 워싱턴과의 경기에서는 팀이 2-0으로 앞선 상황에 등판해 1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다. 현재의 상태로는 팀이 앞선 7, 8회에 자신 있게 내보내기 어렵다. 마무리인 파밀리아가 올 시즌 5차례나 4아웃 이상 세이브를 기록하며 다소 무리하게 기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헨리 메히아의 경우 시즌 중반 복귀한 뒤 좋은 투구(7경기 평균자책 0.00)를 해주고는 있지만, 역시 문제가 있다. 메히아는 올해 금지약물 사용으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신분이라 메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더라도 규정상 뛸 수 없는 신분이다. 포스트시즌은 치열한 경기 특성상 6, 7회부터 불펜 필승조가 투입되는 경기가 많은 편이다. 파넬과 파밀리아 두 투수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메츠가 통산 457경기에 등판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투수 클리파드를 불펜에 추가한 이유다.
클리파드 영입은 트레이드 시장에서 팀의 출혈을 최소화하는 메츠 샌디 앨더슨 단장의 스타일과도 잘 부합한다. 각종 언론 보도에서는 메츠가 타선 강화를 위해 저스틴 업튼, 트로이 툴로위츠키, 벤 조브리스트, 제이 브루스 등 거물급 타자를 영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타자들을 데려오려면 메츠도 그만큼의 대가를 내줘야 한다. 현재 토미존 수술로 재활중인 우완 잭 윌러와 팀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투수 유망주인 라파엘 몬테로 등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 트레이드가 성사되려면 윌러나 몬테로에 다른 팀내 상위 유망주 여러 명을 한꺼번에 내주는 일이 불가피하다.
앨더슨 단장은 그간 일관되게 팀내 최고 레벨 유망주는 트레이드 카드로 쓰지 않고 지키는 방식으로 팀을 운영해 왔다. 노아 신더가드를 놓고 여러 차례 트레이드 루머가 나왔지만 끝까지 트레이드하지 않았고 신더가드는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3경기 4승 5패 평균자책 2.97로 눈부신 호투를 펼치는 중이다. 최근 애틀랜타에서 켈리 존슨과 유리베를 영입할 때도 라파엘 몬테로를 내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실제로 내준 것은 팀 내 비중이 미미한 존 갠트, 롭 웰렌 등 마이너리그 선수들이었다. 클리파드의 대가로 건너간 마이스너도 2~3년 뒤에는 상위권 유망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긴 하지만, 아직 싱글 A 레벨에서 뛰는 선수라서 기대치는 제한적이다.
메츠가 현재 상황에서 타자를 추가로 영입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물론 메츠 타선이 심각한 공격력 부진을 겪은 것은 맞지만, 켈리 존슨과 유리베를 영입하며 ‘득점 변비’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된 상황. 여기에 외야 유망주 마이클 콘포토도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콘포토가 데뷔하고 존슨-유리베가 합류한 뒤 가진 26일 다저스와 경기에서 메츠는 시즌 최다인 21안타를 터뜨리며 15득점을 쓸어담는 달라진 타격을 선보였다. 27일에도 메츠는 연속이닝 무실점 행진 중인 그레인키를 상대로 ‘2점’을 얻어내며 승리를 거뒀다. 26일 경기에서 켈리 존슨은 홈런 포함 2안타를 터뜨렸고 콘포토는 4안타 경기를 펼쳤다. 27일 경기에서는 유리베가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로 친정팀을 울렸다.
메츠는 올 시즌 4점 이상 득점에 성공한 41경기에서 36승 5패라는 놀라운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4점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경기당 팀 평균득점(4.09점) 수준이다. 강력한 선발진과 준수한 불펜을 가진 메츠는 타자들이 리그 ‘평균’ 수준의 득점만 해도 훨씬 좋은 승률을 기록할 수 있는 팀이라는 얘기가 된다. 메츠는 지구방위대 수준의 무시무시한 공격력이 필요하지 않다. 좋은 투수진이 승리를 따내기에 충분한 점수, 4점만 낼 수 있는 공격력이면 된다. 트레이드와 유망주 콜업 효과, 여기에 팀 내 최고 타자 중 하나인 트래비스 다노가 부상 복귀를 앞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메츠 타선은 이전보다 훨씬 나은 득점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굳이 팀내 최고 유망주를 소모하면서까지 스타급 타자를 추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클리파드는 메츠에 가세하면서 마무리가 아닌 파밀리아 앞에서 등판하는 셋업맨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년에 비해 탈삼진 비율이 떨어지고(29.5%→22.8%) 볼넷 비율이 폭증한(8.3%→12.6%)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익숙한 NL 동부지구 타자들을 상대로 플라이볼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시티필드)에서 뛰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NL 동부 팀들은 워싱턴(wRC+ 96, 14위)을 제외하면 애틀랜타(wRC+ 87, 24위), 마이애미(wRC+ 87, 24위), 필라델피아(wRC+ 85, 29위)로 오클랜드가 속한 NL 서부지구 팀에 비해 공격력이 크게 떨어지는 편이다.
클리파드 영입으로 한층 안정적인 불펜을 구축한 뉴욕 메츠가 지난 8년간의 부진을 딛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오는 8월 1일~3일까지 열리는 워싱턴과의 맞대결이 중요한 분수령이다. 메츠는 내셔널스와 3연전에 맷 하비-제이콥 디그롬-노아 신더가드 '강속구 3인방'을 차례로 투입해 뒤집기를 노린다. 클리파드가 친정 내셔널스를 상대로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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