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막바지인 8월 말, 두발로학교(교장 전형일, 언론인)는 제43강으로 특별한 걷기를 준비합니다. 바로 ‘1억4천만 년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 걷기입니다. 8월 22일(토) 당일로, 경남 창녕군 우포늪 걷기는 뭇 생명체가 가을을 앞두고 자신의 생명력을 만개하는 생태현장을 살펴보며, <나 속의 다른 나>의 모습도 성찰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우포늪은 국내 최대의 자연늪입니다. 낙동강 지류인 토평천 유역에, 일설에는 1억 4천만 년 전 한반도가 생성될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와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 세진리에 걸쳐있는 약 231여만㎡(70여만 평, 축구장 약 210개의 크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늪지에는 수많은 물풀과 나무들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부들, 창포, 갈대, 줄, 올방개, 붕어마름, 벗풀, 가시연꽃 등이 무더기로 모습을 내밀어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며, 늪에 반쯤 밑동을 담그고 있는 나무들은 '원시'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가시연은 수련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대형 수생식물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1속 1종밖에 없는 식물인데 우리가 갈 때쯤 꽃을 활짝 피우고 기다릴 것입니다. 개발이란 이름 아래 국내 많은 늪은 사라지고 이제 늪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곳은 우포늪이 대표적입니다.
우포늪은 중앙의 우포(소벌, 1,278,285㎡)를 중심으로, 북서 방향에 목포(나무벌, 530,284㎡), 남서 방향에 쪽지벌(139,626㎡), 동북 방향에 사지포(모래벌, 364,731㎡)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천연 늪 속에는 희귀동식물이 서식하며 동식물의 천국을 이루고 있어, 1997년 7월 26일 생태계보전지역 중 생태계특별보호구역(환경부고시 1997-66호)으로 지정되었으며 국제적으로도 1998년 3월 2일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로 지정되었고, 1999년 8월 9일 이후 습지보호지역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포늪에는 1997년 342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보고되었습니다. 식물은 가시연꽃·생이가래·부들·줄·골풀·창포·마름·자라풀 등 168종, 조류는 쇠물닭·논병아리·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청둥오리·쇠오리·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큰기러기 등 62종, 어류는 뱀장어·붕어·잉어·가물치·피라미 등 28종, 수서곤충은 연못하루살이·왕잠자리·장구애비·소금쟁이 등 55종, 패각류는 우렁이·물달팽이·말조개 등 5종, 포유류는 두더지·족제비· 너구리 등 12종, 파충류는 남생이·자라·줄장지뱀·유혈목이 등 7종, 양서류는 무당개구리·두꺼비·청개구리·참개구리·황소개구리 등 5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포는 낙동강 본류에서 동쪽으로 7㎞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화왕산에서 시작해 창녕읍을 지나온 토평천이 이 늪으로 흘러 들어왔다가 낙동강으로 빠져나갑니다. 그러나 토평천이 우포늪으로 실어온 흙과 모래의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 해발 고도가 9.6m인 반면, 하류인 낙동강 쪽 자연제방은 홍수 때 실려온 퇴적물이 해발 14~17.5m로 작은 동산처럼 높게 쌓여있습니다. 홍수가 나면 낙동강물이 우포로 역류하고 평상시에도 배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이 일대는 물이 고여 있는 늪이 됐습니다.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방대한 내륙습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자연호수나 늪이 아주 적기 때문에 우포늪과 같이 이런 방대한 면적을 가진 습지는 생태적으로 대단히 중요하고, 또 수심이 얕고 계절적으로 특히 여름에 홍수로 인하여 많은 물들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땅과 물이 접하는 면적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을 할 수 있어서 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포늪은 국제적인 람사르 기준에 아주 잘 부합하고 있습니다. 람사르협약에서 정의하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는 그 나라에서 생성 원인이 아주 독특하거나 또 어떤 특정 철새가 2만 마리 이상 오거나 어떤 어종들이 그 서식처에서 산란을 하거나 해서 보존가치가 높은 습지들을 말하는데 우포는 거의 대부분 이런 내용들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람사르협약의 정식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으로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르(Ramsar)에서 채택되었고 물새 서식 습지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1975년 12월에 발효되었으며, 우리나라는 1997년 7월 28일 101번째로 이 협약에 가입했습니다.
홍수는 우포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홍수는 1년에 한 두 차례 3m 정도 수위가 불어서 삼사일 혹은 일주일 정도 체류하다가 다시 낙동강으로 빠져나가는데 우포를 안고 있는 집수역에서 비가 오거나 낙동강에서 비가 많이 와서 역류해 홍수가 나는 경우, 개구리밥들이 많이 번성하게 되는데 그 개구리밥이나 생이가래 등이 수면 위에 전체적으로 펴져서 다시 안정화 되는 기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이 기간 동안 또 새로운 서식처 공간이 만들어지게 되지요. 여름에 녹색 융단처럼 깔려있는 이런 수생식물들이 많이 있을 때 물에는 산소 부족으로 서식환경이 어렵게 됩니다. 이때 일부 생물은 홍수로 인해서 전체적으로 재편성이 일어나면서 많은 생물들이 새로 서식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우포를 우포답게 하는 독특한 생태계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7∼8월의 우포늪은 뭇 생명체들이 왕성한 생명 현상을 보이는 때입니다. 내버들, 왕버들이 싱그러운 군락을 형성하고 모든 수생식물, 주변 식물들이 번식을 앞두고 개화합니다. 개구리밥, 매자기, 생이가래, 가시연꽃, 자라풀 등이 번식을 위해 따뜻한 햇살 속에 세력 확장이 한창입니다. 조류들도 백로류들의 먹이 사냥이 한창이며 쇠물닭, 논병아리, 물닭들이 새끼를 몰고 다니는 모습들이 귀엽습니다.
특히 가시연은 수련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대형 수생식물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1속 1종밖에 없는 식물입니다. 뿌리는 물밑 땅에 내리고 잎은 수면 위에 띄우고 살아가는, 가시가 있는 부엽식물로 다 자란 성체 잎의 지름이 20cm에서 큰 것은 2m에 이르는 거대한 식물체로, 우포늪은 가시연의 최대 서식지입니다. 우포늪에서도 특히 목포늪 북쪽에 큰 군락지를 형성하며 사지포와 쪽지벌에서도 일부 서식합니다. 8월 중순 꽃을 활짝 피웁니다.
우포늪 입구의 <우포늪생태관>은 조류, 어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등 각종 습지 야생동물의 기록을 보존·연구하며 일반에게 전시하는 장소입니다. 생태환경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우포늪의 이해, 우포늪의 사계, 살아있는 우포늪, 우포늪의 가족들, 생태환경의 이해 등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으며 현장감 넘치는 영상물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우포늪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은 <우포늪사이버생태공원> www.upo.or.kr 을 참고하세요.
두발로학교 제43강은 8월 22일(토) 서울에서 일찍 떠나 오후 우포늪 전체 약 9km를 아주 천전히 일주하며 약 4시간 동안 뭇 생명체들을 관찰하며 성찰합니다. 이날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8월 22일(토요일)>
07:00 서울 출발(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6번 출구의 현대백화 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두발로학교> 버스 탑승바랍니다. 아침식사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43강 여는 모임
11:00 창녕 우포늪 입구 도착, <우포늪생태관> 영상관람
11:30 점심식사(<우포랑따오기랑>에서 논고동무침비빔밥)
12:30 우포늪으로 출발. 우포늪생태관→숲탐방로1길→(시계 방향으로)창포군락→제1전망대→가시연꽃→탐조→왕버들→우포·쪽지벌 사이길→사초군락→목포제방→숲탐방로3길→소목마을→주매제방→숲탐방로2길→물옥잠→사지포제방→버들군락→대대제방→우포늪생태관(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 변경될 수 있음)
16:30 서울 향발. 제43강 마무리모임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풀숲 구간에선 필히 긴 바지^^), 모자, 선글라스, 스틱, 무릎보호대, 식수, 윈드재킷, 우비(+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 간식, 자외선 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망원경,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두발로학교 <우포늪 걷기> 참가비는 10만원입니다.(강의비, 2회 식사 겸 뒤풀이, 입장료, 운영비 등 포함).
▷참가신청과 문의는 홈페이지 www.huschool.com 이메일 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십시오. 전화 문의(050-5609-5609)는 월∼금요일 09:00∼18:00시를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공휴일 제외).
▷참가신청 하신 후 참가비를 완납하시면 참가접수가 완료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회원 아니신 분은 회원 가입을 먼저 해주십시오(▶회원가입 바로가기). ▶참가신청 바로가기
▷9월 두발로학교는 추석 연휴로 휴강합니다.
▷두발로학교 카페 http://cafe.naver.com/duballoschool 에도 꼭 놀러오세요. 두발로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전형일 교장선생님은 언론인으로 오랜 동안 일간지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 인터넷 언론 매체를 운영 중이며, 원광대학교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틈틈이 여기저기 <걷기의 즐거움>에 몰입하며 <걷기의 철학>에도 빠집니다.
교장선생님은 <두발로학교를 열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걷기>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걷기 코스의 명소들이 생겨나고 <걷기 동호회>도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들이 고유의 <길>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한동안 잊었던 <걷기의 가치>를 되살리고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즐거움과 건강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직립보행(直立步行) 이후 걷기를 멈춘 적은 없습니다. 최소한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도 걸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걷기가 새삼스럽게 각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성경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길을 본받는데, 길은 스스로 그러함(자연)을 본받는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길>에서 이처럼 종교적 진리나 철학적 깨달음 같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길을 걸으면서 내면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루소는 <고백록>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고 합니다. 경치를 구경하며 생각할 수 있고, 미지(未知)의 것을 기지(旣知)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레베카 솔닛의 저서 <걷기의 역사>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의사가 둘 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말이다. 몸과 마음이 고장날 때 나는 이 의사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다시 건강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경제적이고 신체에 부담이 적은 운동을 택한 것이 <걷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속도와 능률이 지배하는 세상에, 목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걷기를 통해 느림의 미학으로서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사람마다 걷기를 통해 찾고자 하는 의미와 기쁨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함께 찾으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 <새로운 경관> <자연을 즐기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의 세 가지가 아닐까요.
<두발로학교>는 <아름다운 길 걷기> 전문학교입니다. <두발로학교>에서 세 마리 ‘토끼몰이’를 해보지 않으시렵니까.
<참고자료>
가을은 온다
안도현(시인·우석대 교수)
매미 울음소리가 왠지 녹슬었다고 생각될 때 가을은 온다.
벚나무가 그 어떤 나무보다 먼저 이파리를 땅으로 내려놓을 때 가을은 온다.
배롱나무가 더 이상 꽃을 밀어 올리지 않을 때 가을은 온다.
팽나무 열매가 갈색으로 익어가고 산딸나무 열매가 붉어질 때 가을은 온다.
도라지꽃의 보랏빛을 손으로 쓰다듬어주고 싶을 때 가을은 온다.
여치의 젖은 무릎과 방아깨비의 팔꿈치와 귀뚜라미의 수염을 생각할 때 가을은 온다.
담배밭에서 담뱃잎을 더 딸 일이 없을 때 가을은 온다.
수수밭이 우수 어린 표정으로 과묵해질 때 가을은 온다.
냇물 소리가 귓가에서 차가워질 때 가을은 온다.
무심코 바라보던 저수지의 물빛이 문득 눈에 시리게 들어올 때 가을은 온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이 많아질 때 가을은 온다.
비행기가 늘어뜨리고 간 비행운을 따라가고 싶을 때 가을은 온다.
텅 비어 있는 우편함을 괜히 기웃거릴 때 가을은 온다.
라디오에서 듣는 이소라의 노래 ‘바람이 분다’를 혼자 배워보고 싶을 때 가을은 온다.
버스의 금간 유리창이 예사롭지 않게 보일 때 가을은 온다.
거리에서 연탄 실은 트럭을 자주 만나게 될 때 가을은 온다.
밤마다 다리에 감고 자던 죽부인과 이별하고 싶을 때 가을은 온다.
넥타이를 매고 싶어지고 옷장을 정리하고 싶을 때 가을은 온다.
대학 다니는 아이의 2학기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할까 고심할 때 가을은 온다.
아버지, 라는 말이 울컥해질 때 가을은 온다.
<한겨레 2013.8.15.>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