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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정말 핵폭탄을 포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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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정말 핵폭탄을 포기했을까?

[정욱식 칼럼] 이란 핵타결의 의미와 파장 (상)

13년을 끌어온 이란 핵 협상이 7월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타협의 핵심 골자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평화적 목적으로 한정하고, 이에 상응해 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다.

이 합의를 두고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은 "역사적 합의"라고 그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일 결의안을 통해 이 합의를 승인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문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측면도 잇다.

합의문은 본협정과 5개의 부속합의서를 합쳐 159쪽에 달한다. 촘촘한 합의를 통해 빈 구멍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디테일 속에도 악마는 숨어 있을 수 있다. 또한 약속과 실천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그동안 숱한 국제적 합의 이행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다. 당장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일각에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이란 핵 협상 자체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수니파 국가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합의를 "테러형 핵 강대국"의 문을 열어준 "역사적 실수"라고 힐난하고 있다.

이란 핵 협상 과정에서 모처럼 공조를 과시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핵심 관건 가운데 하나는 유럽 미사일 방어 체제(MD)이다. 미국을 위시한 나토는 이란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형 MD를 추진해왔다. 그런데 이번 합의로 그 명분은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유럽형 MD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나토는 그럴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우리에게 관심의 초점은 이란 핵 타결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다. 그 영향은 다차원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우선 이란 핵 타결의 내용과 의미를 짚어보기로 한다.

▲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 유럽연합(EU)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지난 14일(현지시각) 이란 핵협상을 최종 타결했다고 밝혔다. 회담 직후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핵 합의의 핵심 내용과 쟁점

이번 이란 핵 합의는 철저하게 검증에 맞춰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신뢰가 아니라 검증에 기초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군축 협상의 오랜 격언은 "믿어라, 그러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였지만, 이번에는 "검증할테니, 믿어달라"로 바뀐 셈이다.

검증의 주체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나설 예정이다. 당초 검증 문제는 '백지 수표'를 달라는 미국과 '주권 침해'를 들어 반대했던 이란 사이의 핵심 쟁점이었다. 타협안은 IAEA가 군사 시설을 포함해 의심 시설을 모두 접근할 수 있지만, 일방적이 아닌 이란과 P5+1(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함께 구성한 중재 기구의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일단 IAEA는 이란의 과거 핵 활동 및 군사 시설을 사찰해 그 결과는 12월 15일에 제출할 예정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란이 전방위적인 사찰을 원하는 IAEA의 입장에 동의해줄 것인가의 여부이다. 예를 들어, 이란 핵무기 개발의 온상으로 지목되었던 이란 혁명수비대를 사찰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제기된다. 또 하나는 IAEA가 이란 핵 의혹을 말끔하게 씻어낼 정도로 사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IAEA는 인력과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고 군사 시설에 대한 사찰 경험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IAEA 보고서 제출이 예정된 12월 15일은 이란 핵 타결 이행의 1차적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3년간 '뜨거운 감자'였던 우라늄 농축 문제는 어떻게 하기로 했을까? 우선 이란이 농축할 수 있는 우라늄 농도는 3.67% 이하로, 규모는 300킬로그램 이하로 제한키로 했다. 대개 무기급 우라늄은 90% 이상이고, 고농축 우라늄은 20% 이상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이번 합의는 이란의 핵무장 능력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신형 원심분리기였다. 이와 관련해 신형 원심분리기를 비롯한 이란의 핵기술 연구·개발(R&D)은 나탄즈 시설로 한정하기로 했다. 대신 미공개 시설로 논란이 되었던 포르도 농축 시설에선 농축·연구·핵물질 저장을 금지하기로 했다. 나탄즈에서의 연구 개발도 원심분리기의 상용화에 못 미치는 실험까지만 허용키로 했다.

아울러 이란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의 98%를 감축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원심분리기의 수량도 3분의 1로 축소키로 했다. 핵무기를 만들기에는 질과 양 두 측면에서 확실한 제약을 두게 된 셈이다. 이러한 제한 조치에 힘입어 국제사회는 최소한 10년 동안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돌파 시간'은 늘렸지만

미국의 핵심적인 협상 목표 가운데 하나는 '돌파 시간(breakout time) 늘리기'였다. 돌파 시간이란 이란이 하나의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결심할 때부터 실제로 핵무기 제조에 성공할 때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 돌파 시간이 짧을수록 국제사회가 이를 저지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그런데 현재 이란의 핵 돌파 시간은 2~3개월로 간주되어왔다. 미국은 이걸 1년으로 늘리는 걸 목표로 삼았다. 우라늄 농축도 3.67%, 우라늄 보유량 300킬로그램을 기준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3.67%의 우라늄 300킬로그램으로 우라늄 핵폭탄 1개를 만드는 데 1년이 걸릴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이 정도 시간이면 이란이 핵 합의를 뒤집어 핵무기 개발에 나서더라도 국제사회가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간주한 것이다.

이렇듯 단기적으로는 이란의 핵무장을 확실히 차단할 수 있게 되었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이란은 10년 후에는 신형 원심분리기를, 15년 후에는 우라늄 농축에 가해진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쉽게 말해 10년 후에는 원심 분리기 가동을, 15년 후에는 우라늄 농축을 이란이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란 제재 해제가 해제되면, 경제적 여건도 크게 호전될 수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 공화당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나중엔 더 큰 불이 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19일자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도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 기관의 분석을 인용해 "10여 년 후에는 이란의 돌파 시간이 5개월로 단축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강력한 검증 체제 구축으로 15년 후에도 이란 핵 프로그램이 무기용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관건은 미국 등 서방 세계와 이란 관계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우호 협력 관계로 나아간다면, 미래의 이란 핵도 상당 부분 제어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제재 해제는?

이란 핵 협상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차단과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것인 만큼, 이란 제재 해제 내용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재는 크게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독자적 제재 및 유엔 안보리를 통해 제재 두 가지로 나뉜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는 무기 분야를 제외하곤 해제키로 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과 EU의 제재 해제는 IAEA 검증이 끝난 뒤에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말 IAEA의 사찰 보고서 제출 및 이에 대한 검토가 순조롭게 끝나면, 내년 초에 제재가 해제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 의회의 태도가 변수다. 의회가 제재 해제에 동의하지 않으면 역류 현상을 수반해 이란도 핵 타결을 파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의식해 해제 이후에도 이란의 합의 위반이 나오면 65일 안에 제재를 복원(snapback)할 수 있도록 했다며 미국 의회를 집중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재래식 무기 및 미사일 금수 조치에 대한 타협도 극적이었다. 미국은 금수 조치의 연장을, 이란은 이에 반대했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 편을 들었다. 무기 금수 조치 해제가 자신들의 무기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타협 지점은 재래식 무기 5년, 미사일 8년을 연장하는 것에서 이뤄졌다.

선택과 집중의 결과

그렇다면,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세 가지가 주효했다. 첫째는 오만과 터키 등 '장외 플레이어'들이 미국과 이란 협상을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나선 것이었다. 이들 나라는 미국과 이란 모두에 비교적 우호 관계에 있으면서 '협상 타결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양국에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 이번 핵 타결의 숨은 공로자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미국과 이란 정부의 적극적인 협상 의지였다. 미국은 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집권기가 핵 협상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다. 이란 역시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2013년 11월 1차 합의, 올해 4월 초 잠정 합의를 거치면서 숱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이는 결국 양측 정부 사이에 '화학 작용'을 일으키면서 최종 합의에 도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끝으로 선택과 집중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최우선 협상 목표는 '반전반핵'으로 맞춰졌다. 이란이 핵무장에 성공하거나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공습에 나서 전쟁이 터지는 걸 막는 게 우선 순위였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란의 핵심 목표는 '부당한 제재' 해제로 맞춰졌다. 핵 개발 제한과 군사 시설 사찰 허용 등 이란이 주권 사항이라고 주장했던 문제를 상당 부분 양보한 데에는 이란이 직면한 최대 문제는 경제 문제라는 인식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측이 협상의 목표를 분명히 하면서 무기 금수조치와 같은 다른 문제가 합의를 무산시킬 정도의 걸림돌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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