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에 이란 핵 협상이 8박 9일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로써 12년 넘게 중동은 물론이고 유라시아 지정학의 핵심 변수였던 이란 핵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또한 6월 30일 최종 시한까지 포괄적이고 기술적인 합의에 도달하게 되면, 세계정세 전반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번 예비 협정은 이란 핵무장 차단과 경제제재 해제를 맞바꾼 게 핵심이다. 그러나 그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우선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36년째 지속되어온 미국과 이란의 적대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미국이 이란 핵 위협을 이유로 추진해온 유럽형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에도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유럽 MD가 지난 10년간 미국과 러시아 관계의 최대 갈등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 타결로 양국 관계가 어떻게 재조정될지도 관심사다.
동시에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란 핵 협상 과정에서 혈맹이었던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 큰 균열이 발생했다. 타결 직후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협정은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맹비난한 것에서도 양국 관계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준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국가들도 이번 타결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이란이 북한처럼 국제사회를 속이고 비밀리에 핵무장에 나설 것이라는 이유를 든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이란이 경제제재에서 벗어나게 되면 중동에서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만은 사우디 주도로 10개국의 수니파 국가들이 예멘 폭격에 나선 것에서 이미 표출되고 있다. 이란을 맹주로 하는 시아파와 사우디 주도의 수니파 사이에 중동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란의 파격적인 양보
이번 타결의 내용을 보면, 이란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을 정도로 파격적인 양보를 한 게 눈에 띈다. 이란은 1만 9000개에 달하는 원심분리기 가운데 약 3분의 2를 폐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향후 10년간 5060개의 원심분리기 가동만 허용된다. 또한 우라늄 농축도 정도를 3.67% 이하로 제한키로 했다.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이 90%의 농축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양보안도 파격적이다.
아울러 현재 보유하고 있는 10톤의 저농축 우라늄도 300킬로그램으로 대폭 축소키로 했다. 또한 핵심적인 원심분리기 시설인 포르도 우라늄 농축 공장도 가동 중단키로 했다. 더구나 이러한 조치를 앞으로 15년간 유지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란은 이라크 중수로 원전을 폐기하고 다른 시설로 전환키로 했다. 이 원전에서 가동 후에 나온 사용후 연료도 외부로 이전키로 했다. 이로써 이란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두 가지 경로, 즉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생산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설사 이란이 협정을 파기해 핵무장을 선택하더라도 핵무기 제조까지는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본다. 이 사이에 국제사회가 개입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이란의 핵 능력으로는 핵무장 결정 시 핵무기 제조까지 3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던 만큼, 이번 협정은 획기적인 진전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가 의정서에도 서명하고 의심시설에 대한 불시사찰 등 강도 높은 사찰도 수용키로 했다.
이에 고무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모든 길을 차단했다"며, "핵 협상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치밀한 사찰 및 투명성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대이란 제재 해제가 핵심 쟁점
이번 예비 협정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이란의 의무 사항은 대단히 구체적이고 파격적으로 담긴 반면에,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6월 30일로 예정된 최종 시한의 핵심 쟁점은 제재 해제 프로세스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이란 정부는 6월 30일 최종 협정 서명 시 모든 제재가 즉각 해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예비 협정에서 파격적으로 양보했던 만큼, 미국 등 서방국가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란이 자신의 양보를 지렛대로 삼아 경제제재 해제를 강하게 압박하게 나올 것이라는 점을 예고해준다. 이에 반해 미국은 핵문제 이외에도 인권문제, 테러지원, 미사일 문제 등을 들어 대이란 제재의 일부를 유지하려고 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6월 30일 최종 타결과 그 이후 실천 과정에서 최대 쟁점은 이란의 비핵화 조치를 경제제재 해제와 어떻게 상호조율해 이뤄나갈 것인가로 모아진다. 아울러 이란의 핵 활동 제한 시한은 앞으로 15년 동안이다. 그 이후에 이란 핵 활동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도 향후 복병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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