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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협상, 북핵 협상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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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협상, 북핵 협상의 미래?

[정욱식 칼럼] 미국 내 대북 강경론 제어가 관건

이란 핵 협상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최종 타결 시한인 6월 30일을 넘겨 막판 조율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핵심 쟁점은 이란의 핵사찰 수용 범위와 미국 주도의 이란 제재의 해제 수위이다. 핵 사찰과 관련해 미국은 이란에게 사실상 '백지 수표'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주권 침해를 들어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 사이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만만치 않지만, 양측의 협상 타결 의지가 워낙 강해 최종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진검 승부는 이란과 P5+1(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사이의 협상이라기보다는 미국 내의 정치 협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핵 협상, 끝의 시작?

올해 3월 잠정 협정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 공화당은 '또 하나의 국가'처럼 행세했었다.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를 미국 의회에 초청해 '이란 핵 협상 반대 연설'을 하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정 협정이 타결되자, 공화당 지도부는 이란 정부에게 편지를 보냈다. '최종 협정이 타결되어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에서 부결시킬 테니 부질없는 짓을 하지 말라'는 게 그 요지였다.

그리고 공화당은 민주당의 친이스라엘 성향 인사들과 손을 잡고 '이란 핵협정 재검토 법안(Iran Nuclear Review Act)'을 통과시켰다. 이란 핵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의회가 최대 60일간의 검토 기간을 거쳐 그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검토 결과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거부안을 통과시켜 미국 대통령이 의회가 부과한 이란 제재를 해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러자 이란 정부가 반격에 나섰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뿐만 아니라 미국의 독자적인 제재 해제가 명시적으로 담기지 않으면, 최종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거부안을 채택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의사를 피력하고 있지만, 미국 내 정치 상황이 그리 녹록치 못하다. 공화당은 '일치 단결'하고 있는 반면에, 집권당인 민주당은 '사분오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친(親)이스라엘계 민주당 의원들의 상당수는 이란 핵 협정 자체에 부정적이다. 비(非)이스라엘계 의원의 일부는 '지켜보겠다'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에 실시될 중간선거와 대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외교잡지인 <포린폴리시>는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란 핵 협정이 타결되어도 미국 정치의 관문을 통과하기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설상가상으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고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란 핵 협상에 대한 클린턴의 기본 입장은 "나쁜 타결은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No deal is better than a bad deal)라는 말로 집약된다. 이미 잠정 협정에 상당 부분 타결 내용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대계의 표와 돈을 의식해 기회주의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미국 내 정치 상황은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이란 핵 협상은 북핵 협상의 미래?

이란 핵문제는 북핵 문제와도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우선 사찰 문제가 그렇다. 1990년대 초 북·미 간의 핵 협상 당시 최대 쟁점은 북한의 미신고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이었다. 미국은 미신고 시설이 핵 시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특별사찰을 요구했고, 북한은 일반 군사시설이라며 주권 문제를 들어 거부했었다.

결국 이 문제는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경수로 사업 공정과 연계됐고, 이는 8년 후 제네바 합의가 깨지게 되는 중요한 배경이 됐다. 그리고 2008년 6자회담의 최대 쟁점도 검증 문제였다. 백지수표를 달라는 한미 양국과 주권 침해를 들어 거부했던 북한 사이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 6자회담이 결렬되고 만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 공화당은 이러한 북핵 협상의 실패를 들어 이란 핵 협상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이란 역시 북한처럼 합의를 해놓고 비밀리에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거나 합의를 깰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북핵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이란 핵 협상에서 두루뭉술한 합의가 아니라 핵물리학과 경제 전문가들까지 대거 동원해 세부적이고 치밀한 합의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 핵 협상의 앞날은 불투명하지만, 이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대한 시사점을 준다. 언젠가 북핵 협상의 문이 열리면, 미국은 이란 핵 협상의 사례를 북한에도 적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이란 핵문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또 하나는 미국 내, 특히 의회 내 대북 강경론을 어떻게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숙제도 던져주고 있다. 북핵 협상이 시작되면 북한은 이란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와 관계 정상화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국교 수립은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대북 제재의 실질적인 해제를 위해서는 미국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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