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팔다리 깁스하고 출근하는 노동자, "산재 신청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팔다리 깁스하고 출근하는 노동자, "산재 신청은…"

[노동자 건강권 실태②] 10명 중 8명이 산재 처리 못해

지난 4월 한 달간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자 건강권 실태 조사'를 진행한 노동 안전·보건단체들이 전국 산업 단지 노동자 건강권 실태 조사 결과를 <프레시안>에 보내왔습니다. 이 조사는 서울 구로, 경남 녹산, 울산 매곡, 대구 성서 산업 단지에서 일하는 중소 사업장 노동자 75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대구 산업보건연구회,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각 지역 단체들이 참여한 실태 조사 결과를 2회에 걸쳐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이번 실태 조사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 매우 심각하게 나왔다. 우리나라 산재 발생 중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돼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기본 권리들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중소 사업장은 사업 규모가 영세해 사업주들이 안전 보건에 대한 투자나 관리가 되지 않는 반면 작업 환경은 위험하고 매우 열악한데,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알 권리나 산재 보상의 권리, 위험 시 작업을 중지 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었다.

▲조선소 노동자의 작업 모습. ⓒ프레시안 자료사진

노동자 10명 중 6명, 안전 교육 못 받아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업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아야 한다. 또 업무로 인해 발생 가능한 사고와 질병이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 가능한지도 알아야 한다. 사업주는 위험성을 알리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한 달에 2시간 혹은 분기에 6시간 안전 교육을 유급으로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첫걸음, 알 권리는 조사 결과 매우 우려되는 수준이었다.

'자신이 일하다 발생할 수 있는 질병과 사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388명(52.8%)이 알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347명(47.2%)이 모른다고 답변했다. 안전 보건 교육은 259명(35%)이 교육을 받았고 75명(10.1%)이 교육을 받지 않은 채 사인만 했으며, 405명(54.8%)은 안전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 응답자들의 답변을 제조업과 비제조업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제조업 노동자는 46.8%가 안전 교육을 받았다고 답했고, 비제조업 노동자의 경우 안전 교육을 받은 비율은 25.5%에 그쳐 비제조업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명 8명이 산재 처리 못해…일상화 된 산재 은폐

일하다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선 131명(19.1%)이 산재로 처리했다고 답했고, 회사 부담으로 공상 처리 106명(15.4%), 개인 치료 355명(51.7%), 그냥 참는다는 응답이 63명(9.2%)으로 확인됐다. 일하다 다치거나 아플 때 80.9%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역시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비교해서 분석해 보았는데 비제조업 노동자들에게서 훨씬 더 심각한 결과가 나왔다. 비제조업 노동자 중 다쳤을 때 산재로 처리하는 경우는 12.1%에 불과했고, 공상 8.3%, 개인치료 70%, 그냥 참는 경우도 9.6%로 산재를 하지 않는 비율이 87.9%에 이르렀다.

노동자들이 산재 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사고는 노동부에 사고 발생이 보고되지 않는다. 그럼 그 사고는 사회적으로 은폐되고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는다. 사고가 난 현장은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다시 돌아가고, 사고 대책은 마련되지 않는다. 그 결과 유사하거나 똑같은 사고가 재발한다. 그러면 노동자가 다치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된다.

다친 몸 이끌고 공단 배회하는 노동자들


실태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이런저런 애기들이 나온다.

조사팀 중 한 명이 공단에서 선전물을 나눠주다 허리를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노동자를 만났다. "왜 다쳤냐?"고 물어보니 "무거운 물건을 옮기다 허리를 다쳤는데 병원에 가니 허리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산재 신청 하셔야죠"라고 말하니, "내가 산재 신청하면 회사가 보험료도 올라가고 민폐여서…"라며 말끝을 흐리며 갔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에 공장 앞에 서 있으면 발목에, 팔이나 손목에 깁스를 하고 출근하는 노동자들 종종 볼 수 있어요."

다른 조사팀원의 얘기가, 오늘날 한국 사회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권 현실을 한 번에 보여주는 말로 들린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