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이 <부모교육학교>를 개교합니다. 교장선생님은 김은옥 프로이드정신분석연구소 부소장입니다. <부모교육>은 자녀양육 과정에서 고통을 겪어온 부모들의 마음을 공감적으로 이해하면서 부부와 부모자녀 모두의 좋은 인간관계를 목표로 하는 자가치유의 성장프로그램입니다.
김은옥 교장선생님의 <부모교육> 강의는 유명합니다(MBTI 전문강사, 놀이치료사, 청소년·성인 심리치료사-가톨릭상담대학원 석사). 정신분석학에 기초한 부모교육 강의 15년의 최고 전문가입니다.
교장선생님은 <부모교육학교를 열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부모와 자녀의 치료와 성장을 함께 돕는 방법으로 <부모교육>을 선택하고 지도해오고 있습니다. 현대 정신분석이론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부모교육>은 자녀의 정서발달과 정신건강을 위한 '충분히 좋은 부모(보통의 헌신적인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합니다.
정서적으로 행복한 '좋은 부모'의 역할이 아동의 심리발달에 어떤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보통의 좋은 부모의 역할의 실패가 아이의 인격형성과 발달에 어떤 장애들을 일으키는지 구체적 임상사례를 통해 안내를 하려 합니다.
또한 세대를 걸친 부모자식 관계에서 박탈되거나 손상된 결핍의 정도와 내용이 현재의 부부관계와 대인관계에서 어떤 양태로 재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노력들로 회복과 성장을 할 수 있는지도 공부해봅니다.
<부모교육>은 자녀양육 과정에서 고통을 겪어온 부모들의 마음을 공감적으로 이해하면서 부부 및 부모자녀 모두의 좋은 인간간계를 목표로 하는 자가치유의 성장프로그램입니다. 삶에 힘들어 하는 많은 분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한 베풂의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가을학기 9∼10월 강의의 시작은 보통의 건강한 가족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강의해온 융의 정신유형론을 강의합니다. 가족관계에서 경험하는 자신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나아가 학교장면이나 사회생활에서 관계하고 공부하고 일하면서 느끼는 만족감과 열등감으로 비롯된 스트레스를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총 7강입니다.
주제 : 참자기를 찾아서 (자신의 성격유형 찾기)
선천적인 잠재능력을 지닌 자신의 성격유형이 진로적성의 실현 및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타고난 성격유형과 반대로 사는 것으로 인한 개인 내면에 억압된 콤플렉스를 살펴본다. 또한 어떤 환경을 통해 자신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성숙한 인격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지 안내한다(인간관계의 질을 높이고 자기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길). 아동의 정서발달, 대인관계 갈등, 가족 내 생활양식 등 일상생활과 사회생활 장면에서 드러나는 심리 문제를 발견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타고난 기질 성향을 활용할 수 있는 진로적성, 학습방법, 흥미와 취미생활, 양육스타일 등을 배울 수 있다.
제1강[9월8일] 외향성향과 내향성향에 대한 이해 (삶의 에너지원에 대한 탐색)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정신적 태도의 발달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정신적 태도 유형은 삶에서 얻는 에너지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는지와 관계된다. 정신의 태도는 판단의 기준과 행동이 자기 주관중심인지 자기 외부의 대상중심인지에 따라 삶의 활력이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알려준다.
제2강[9월15일] 직관과 감각 성향 (무엇을 인식하는가)
개개인은 서로 다른 정신 기능들을 사용하여, 외부세계와 고유의 상호 작용을 한다. 사고와 감정, 그리고 직관과 감각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직관하고 감각하는 소질과 무의식적 성향을 구성하는 네 가지 정신기능이다. 이것은 합리적인 기능과 비합리적인 기능으로 나누어지는데, 비합리적인 기능인 직관과 감각은 어떤 것을 본능으로 지각하는 방식이다(진로적성 및 전공 선택을 결정하는 기능).
제3강[9월22일] 사고와 감정 성향에 대한 이해(어떻게 결정하는가)
합리적 정신기능인 ‘감정’과 ‘사고’는, 타자 관계에 대한 정서적 공감 기능과 반성을 거친 숙고(지적 탐구) 기능을 한다. 주어진 사태에 대해 일정한 질서를 부여하고 그것이 좋은지를 어떤 사람은 관계로 결정하고 어떤 사람은 원리원칙으로 따져 문제해결을 해나간다.
제4강[10월6일] 외부세계에 대처하는 라이프스타일로, 개인의 판단과 인식 성향의 이해
개인이 선택하는 생활양식에 따라 삶을 목표 중심적으로 조직화하는 스타일과, 많은 정보를 수집해 유연성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기까지 순간의 흐름과 함께하는 스타일의 차이를 비교한다.
제5강[10월13일] 타고난 성격 유형에 따른 행동 유형, 대인관계 양태, 진로 적성 비교
개개인의 타고난 기질 유형에 따른 양육태도, 진로적성, 인간관계 모습, 학습스타일 등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사례들을 통해’ 비교 성찰한다.
제6강[10월20일] ‘나’의 고유 성격 유형 찾기, 이해하기 & 보완하기 : 종합 관점
자신의 우월기능과 열등기능이 어떻게 대립하여, 그로 인해 현실에서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파악하고, 열등기능을 보충하고 정신의 통합적 발달을 이루기 위해 현실에서 어떤 구체적 자기개발 대안들이 있는지 탐색과 안내한다.
제7강[10월27일] 종합 토의
1~6강까지 내용을 토대로 수강하는 분들이 어떤 성격유형을 지녔는지, 제대로 파악했는지, 보완해서 알려주고, 상호 비교해본다.
▷강의는 인문학습원 강북강의실(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아래 약도 참조)에서 열리며 참가비는 19만2천5백원입니다.
▷참가신청과 자세한 문의는 홈페이지 www.huschool.com 이메일 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십시오. 전화 문의(050-5609-5609)는 월∼금요일 09:00∼18:00시를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공휴일 제외). ▶참가신청 바로가기
▷참가신청 하신 후 참가비를 완납하시면 참가접수가 완료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회원 아니신 분은 회원 가입을 먼저 해주십시오(▶회원가입 바로가기).
▷부모교육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참고로 김은옥 교장선생님의 최근 칼럼 한 편을 도움글로 소개합니다.
'분노는 나의 힘' - 경계선 인격장애를 지닌 미미씨의 이야기
"난 네가 싫어. 그래도 날 떠나지 마!"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수록 살고 싶고, 살고 싶은 생각이 들수록 죽고 싶어요."
꿈1.
<가스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내가 가스 밸브를 잠그면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늦장을 부리다가 '펑' 그 순간 "이제 다 죽네" 하고 절망적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다행이도 가스폭발은 물로 폭발해서 사람들은 홍수가 난 강물처럼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휴 얼마나 다행인지!." 재앙에서 벗어나 사람들은 구조되었고 나는 살았다는 환희에 넘친다.>
꿈2.
<5살 정도의 어린 남자아이가 서리가 내린 초가을 새벽, 허허벌판에 허수아비처럼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서있다. 얼마나 처량하고 구슬프게 소리 없이 우는지 도움을 주려고 달려오는 사람도 없고, 아이는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럽게 울기만 한다. 고통스러움으로 일그러진 그 아이의 얼굴이 어른인 나의 얼굴과 같다고 생각된다.
조그만 사내아이가 부모를 잃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누군가 그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아무도 그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 그 아이가 왠지 나처럼 측은하게 느껴져 연민과 슬픔 때문에 나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 아이를 도와주고 싶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아이를 도와줄 수가 없다. "난 이 아이를 도와줄 수가 없어. 어쩌지. 누군가 도와줄 거야. 아~ 정말 너무나 부담스럽다.">
누군가와 친밀해지다가도 그 친밀감 자체가 두려워 상대를 밀어내거나 아니면 상대가 달아나도록 상황을 만드는 경계선 성격장애를 지닌 미미씨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미미씨는 한 순간 다정다감하게 행동하다가도 사소한 일에 통제 불능한 분노폭발과 비난을 퍼부어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화가 치밀어 오르면 남편이든 아이들이든 끊임 없이 사소한 잘못을 찾아내어 사람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또한 화를 내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실을 과장하는 거짓말까지도 서슴치 않고 한다. 남편에게 진심으로 아끼며 사랑하고 평생 행복하고 싶다고 말하다가도 작은 좌절에 곧 바로 '사는 게 너무 지옥 같고 자신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이 한심한 밴댕이 같고, 제대로 자기편이 되어주지도 않고, 자신에게 한 번도 잘 해준 적이 없고, 분위기 파악 못해서 짜증나게 한다고 살아주는 것을 고맙게 여기라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댄다.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시작된 불만은 밤새도록 잠을 재우지 않고 자신을 얼마나 상처주고 사랑하지 않는지 남편의 방대한 과거사를 일목요연하게 토해내는 것으로 끝이 난다. 남편은 미미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내가 알고 말하는 것과 자신이 느끼는 것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에 억울해하면서 서로 죽일 것처럼 싸울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남편은 이런 수모를 당할 만큼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모르는 끝없는 의구심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더 이상 모르겠다고 고심할 수도 있겠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조정하고 통제하려는 아내의 언어폭력에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지낼 것이다.
남편은 평소 미미씨의 착하고 친절한 품성에 행복해지다가도 금세 미미씨의 기분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괴롭고 불안하다. 그리고 거기에다 옳은 소리를 할 수가 없다. 감정적 육감을 동원해서 좋다 나쁜다로만 판단하는 아내가(자신은 약하고, 좋은 의도를 가졌고, 자기만 불쌍하고 다른 사람이 나쁘다는 투로 일관하는) 무섭고 답답하기만 하다. 주기적으로 미미씨가 화를 내고 분개하면서 우울해 할 때는 아내에게 동참해서 마치 큰 슬픔을 당한 것처럼 침울해야 그 위기에서 좀 더 쉽게 벗어날 수가 있다. 아내의 분위기와 다르게 티비를 보며 무시하거나, 아이들과 희희덕거리며 수다를 떨고 있으면 그 분노의 압력은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이다. 밥을 먹을 수도 없다. 그 순간 남편은 자기만 아는 나쁜 짐승이 되기에 그렇다. 그런 순간 아이들이 서로 싸우거나 공부나 숙제를 안 하면 엄마에게 반쯤 죽는다.
강한 정서를 조절하고 여과하는 방법을 모르는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은 고통과 분노, 혼란의 반복이다. 미미씨의 친정엄마 역시 경계선 인격장애를 지니셨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언어폭력인 비난과 경멸로 수치심을 느끼며 굴욕으로 점철되었던 하루하루가 얼마나 불안했었고 공포스럽고 억울했는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느날 미미씨는 엄마를 행복하게 해드리려고 설거지를 돕다가 접시를 깼는데 엄마가 벼락처럼 화를 내고 밀치면서 "누가 너에게 설거지 하라고 하든. 이 하찮은 것 하나 똑바로 못해. 왜 그랬어? 왜 깼어?." 한 번은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친구가 사탕을 주고, 친구 부모님이 엄마와 함께 먹으라고 귤을 한 봉지 싸주셨다. 엄마를 기쁘게 해드릴 마음으로 먹지 않고 달려가 자랑을 했는데 엄마는 "지금 몇 시야. 너 미쳤어? 누가 이런 것 가져오래. 너 거지니?." 격노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엄마의 매서운 눈빛과 말에 뭐라고 대답할 지 몰라서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던 기억이 떠올라 미미씨는 상담시간 내내 서럽게 울었다.
사소한 실수, 때론 자연스러운 행동조차도 엄마의 기분에 따라 나쁜 것이 되었기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엄마에게 공격과 모욕을 당했다. 수치심을 느꼈던 부정적 비난들이 지금까지도 온 몸에 각인이 되어 무력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몇 년 전 친정엄마가 돌아가셨지만 그 지옥 같은 삶의 모습은 변함없이 지속되었다. 이제는 자신이 엄마가 되어 아이들에게 때론 이자 붙여 더 무섭게 군림하는 것 같아 혐오스럽고 공포스럽다고 보고한다. 미미씨는 혼이 날 때마다 엄마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 마음을 미리 알 수가 없어서 너무나 무섭고 혼란스러워 안절부절 했었다고 한다. 미미씨는 엄마의 판단기준과 다른 어떤 일들을 너무 일찍 했거나 늦게 행동해서, 표정을 잘못 지어서, 눈치가 없어서, 무엇인가를 물어보지 않고 해서, 실패를 미리 생각하지 않아서 등등.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화를 내실 때마다 그리고 철저하게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으면 적이 되었기에 엄마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엄마를 화나게 만든 나쁜 사람들이었고 저도 그러한 오해와 질시를 받지 않기 위해 관계를 끊고 엄마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아야 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엄마의 마음에 들게 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엄마는 자신의 기대를 너무나 자주 바꾸셨어요.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터득한 엄마의 가장 큰 바람은 자신 외에 그 누구와도 친밀감을 나누는 대상을 허락할 수 없다는 엄포였지요. 아빠와 잠깐 비디오가게를 다녀오려 해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엄마의 마음을 저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간파했어요."
그렇다. 미미씨는 엄마에게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비난을 듣고 자라왔다. 특히 엄마는 자신 외에 다른 누구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친구들도 가끔씩 집으로 전화를 하면 너희 엄마 목소리가 너무 무섭다고 불편해했고, 엄마의 조건에 맞지 않는 친구와는 전화연락조차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음악이라도 듣고 있으면 집안에 처박혀 놀기만 하는 한심한 인간이라고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엄마의 관여가 없는 것만 미미씨에게 남아 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엄마의 기분이 나빠지면 아버지 탓이거나 자식 탓이 되어야만 했던 것들은 엄마가 기분이 나아지면 사랑한다고 너희밖에 없다고 말하고 앞으로 화내지 않고 좋게 잘 하겠다고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등 엄마의 좋은 서비스로 우리 집은 바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변했어요. 엄마는 사소한 불만에 미친 듯이 주위를 혼비백산시키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정감을 되찾는데 어느 쪽이 진짜 엄마의 모습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미미씨는 안절부절 못하게 하는 엄마의 기분에 장단을 맞추기보다 차라리 냉정한 관점과 거리에서 말과 행동을 하는 게 속편함을 터득하게 되었다. 아마도 미미씨가 엄마의 감정에 하나하나 공감해가며 도움을 주면 줄수록 문제가 해결되는 대신 계속 되풀이되는 엄마의 증오로 탈진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친밀감을 갖고 신뢰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기보다 거세게 남편을 밀어내며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람으로 거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계선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앞의 꿈2의 내용처럼 거의 언제나 '혼자라는 느낌'인 겁에 질리는 고립감이 크다. 어린 시절 주변에 그를 아끼고 지지해주는 신뢰로운 사람이 없었기에 버림받은 아이처럼 서럽고 속상하고 억울하고 공포스럽다. 어렸을 때 양육자에게 일관성 있는 보호와 관심을 받지 못했거나 심한 문제가 있는 가정에서 자라면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느낌에 압도당할 때마다 공포를 체험할 수밖에 없다. 유기하는 자인 엄마로 인해 유기불안에 압도되어 자기에 대한 부정적인 말과 죽음에 대한 염원이 쉴새없이 나온다. "사는게 지옥이예요. 지긋지긋해요. 죽고 싶어요." 주변에 있는 사람이 가족이라도 자신을 곧 떠나갈 것 같고, 너무나 사랑하는 애인이 있다할지라도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듯한 느낌에 늘 함몰된다. 전적으로 의지하고 싶으면서도 늘 끝내고 싶은 바람은 현실적 판단이 아닌 그녀의 애정결핍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양극단을 어지럽게 오가는 이런 상태는 자신의 기분과 대인관계에서 확연이 반복해서 드러난다. 그래서 버림받은 것과 같은 소외감이나 사소한 거부의 느낌 그리고 공포를 유발할 만한 불쾌한 좌절들이 이들에겐 분노를 터트리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데이트를 즐기고 헤어지는 순간 상대방이 피곤해 한다든지, 다음 약속을 알 수없는 애매한 인사라든지, 강렬하게 융합하고 싶은 마음을 알아채주지 못해서 성의 없이 헤어지면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강렬한 불안감에 이들은 상처받은 만큼 보복해주거나 '끝장'을 생각하게 된다. 상대가 가까이 다가오면(사과하거나 더 잘해주려고 하면) 갑자기 돌변하여 극심한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이때 억압시켜 놓았던 사랑받고 싶은 갈망이 수치심으로 느껴져 분노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때문이다. 철저히 혼자라고 느껴지면 기분이 나빠지고 격노가 일어나는 것은 이와 같은 유사한 환경에서 자신이 위태롭다고 느껴져 신뢰할 만한 환경을 찾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자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든 증명하기위해 분노를 터트리거나 사랑한다고 애원하는 방식이 이와 같다(무조건적인 사랑을 기대한다).
꿈1의 이미지처럼 미미는 주변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면 많은 긴장과 불안이 증폭되는데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주기적으로 분노를 폭발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사소해도 부정적인 일들로 인해 감정이 압도당하면 평온한 일상이 극단적 분노로 가스폭발처럼 터지게 되고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과 상황이 별개 아니었다라는 평정심을 간헐적으로 회복하게 된다. 일상에서 사소한 것으로 시작되는 걱정은 이들에게 다 공포가 되고 두려움이다. 경계선 인격을 가진 사람은 공포를 느끼는 것보다 화를 내는 일이 좀 더 쉽다. 또한 화를 내고나면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긍정감에 모든 상황이 잘 통제되고 자신이 힘 있다는 존재감이 느껴져서 행복하기도 하다. 이들의 이러한 긴장은 보통사람의 불안수준과 다른데 한번 화를 내고 나면 잠시 동안이지만 크게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리듬 또한 엄마라는 환경에서 만들어진 리듬이다. 쇼핑이나 중독으로 이를 보상하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시적이지만 자존감이 회복되어 긍정적으로 일이나 공부 등에 전념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미미씨는 대학 때 요란한 연애를 파국으로 끝내고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타곤 했다고 한다.
높은 수준의 경계선 경향은 정신증에 가까운 증상으로 치료가 더디고 어렵다. 좀 더 낮은 경계선 경향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위해 주변사람들을 괴롭히면서 삶을 일관한다. 경계선의 정도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넒은 범주로 보면 성격장애 진단 중 30~60프로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경계선 성향으로 감별 진단되는 사람은 많은데 치료공급체계가 부족하다. 그 결과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받아 이해하고 처치하는 게 어렵다. 무엇보다도 관계를 개선할 기회가 많이 부족하다. 경계선 가족이나 개인도 이러한 대인관계 갈등구조를 정신질환으로 보지 않기에 치료환경을 찾아오지 못하고, 어렴풋하게 알게 되어도 상담자를 신뢰하지 않기에 자신의 성격을 장기적으로 이해해보는 시간을 갖지 않고 적개심으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실패와 좌절을 경험할 뿐이다. 간절히 도움을 받고싶다고 상담치료를 예약해놓고도 마치 상담자가 상담을 강요하듯 여러 이유로 계속 변경을 하고, 상담비를 아까워하고, 상담자의 아주 사소한 부정적 말이나 표정에 불친절하다고 돌아서버리고, 튼튼한 치료관계가 형성되기도 전에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등 모든 경우에 상담자의 도움을 받으려다가 좌절되면 보복성으로 그만둬버린다. 상담관계와 친밀한 인간관계를 다르게 보지 못하기에 지나친 친절과 호의를 바라다가 좌절하면 그 적대감에 상담을 취소해버리고 상담자를 못 믿을 사람이라고 욕하는 등의 무분별한 방법으로 관계를 하기에 믿음을 바탕으로 한 일관성 있는 관계가 형성되질 않는다. 그 결과 이들은 정말 도움이 절실할 때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은 과도하게 관계에 집착하고 도움을 받으려는 과잉 친절을 기대하기에 그 누구에게든 늘 성의 없고, 능력이 없고, 나쁜 사람이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관계를 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애정과 관심 그리고 친절함에도 한계가 있다. 사람들과 오래 좋은 관계를 맺는 능력도 훈련이 필요하다. 관계에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확실한 기준을 정해 그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경계성 성격장애의 행동이나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가학적인 나쁜 동기를 가지고 자신을 대한다고 생각해서 눈치보다가 폭발하는 대상관계가 주이다. 그렇기에 아주 오랜 시간 자신을 잘 이해해보는 교육과 적절한 친밀한 관계를 해나가는 연습을 상담자와 해나가야 한다.
이들은 어떤 면의 이미지를 나쁜 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나쁘지 않은 안정된 이미지를 유지하는 정신능력이 없어 전적으로 좋게 보거나 전적으로 나쁘게 보는 분열상태에 놓여있다. 경계선자는 어떤 기분 나쁜 불쾌한 경험을 하면 도움을 잘 받아왔던 오랜 시간을 잊고 그 사람이 상담자라 할지라도 작은 좌절 하나로 관계를 끝내고 싶어 한다. 영유아기의 자기대상의 박탈경험은 지속적으로 유기불안을 자극한다. 신뢰로운 친밀감과 거부적 불신사이의 적당한 균형을 찾는 것은 둘 사이의 긴장이 주는 불편함을 견뎌내는 성숙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보통의 좋은 부모관계에서는 이것을 인격적으로 훈련을 받는다. 경계선자는 인간관계, 부부관계, 부모-자녀관계, 사회생활, 학업능력, 일에 대한 성취감에 유기공포가 숨어 있다. 어린 시절 실망과 좌절이 반복되는데도 그걸 보호해주거나 교정해줄 사람이 없는 경우 이런 성격의 악순환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반복되는 틀이 된다. 엄마로부터 좋은 의존을 하고 분리개별화되어 독립된 개체로 성장하지 못하게 되면 버림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무의시적 불안이 가깝고 친밀한 사람에게 활성화되어 매달리고 집착하는 방식으로 의존하면서 안정감을 되찾으려 한다. 경계선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인간관계에서 표출되는 의존경향은 매우 강렬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계가 상호 혐오적이며 파괴적이다. 이들은 강한 융합욕구로 인해 정신내부의 자극고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구별하는 능력이 없다.
즉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외부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구별하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기대했다가 실망하면 너무나 미운데 그 마음을 숨기고 그 대상이 자신을 싫어하거나 미워한다고 느끼는 격이다(자신이 기분이 나쁘면 그가 화가 나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이 갖고 있는 경계의 모호함은 상대방의 눈빛 말 한마디로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다 알아내어 혼자 분노하고 우울감에 시달려 결국 현실적 판단과 상관없이 배척해버린다. 미미씨는 남편을 향한 미움 속에 사실은 자기 혐오감이 커서 상대방에게 먼저 불친절하게 말로 대하고 남편이 상처받아 불친절하게 대하면 그것 때문에 또 화가 나서 몇 배의 보복이 나간다. 자기 정신 내부의 느낌을 사실화하여 자괴적 기분을 갖는 현실검정능력의 손상이 매우 크다. 경계선자는 부부관계와 같이 아주 가까운 관계를 맺게 되면 이렇게 자기와 대상이미지를 융합시키는 증상이 일어난다. 자신의 부정적 표상이 가까이 지내는 타인에게 투사되어 인정받고 사랑받지 못한 경험을 보상받으려고 상대방에게 요구하기에 주변사람들과 불목하고 결국 버림을 받게 된다. 그가 누구이든 그(녀)를 잘 알게 되고 가까워지면 서로 심기가 불편해진다. 그러면 경계선자는 사람들이 자신을 이용만하고 떠나간다던지 자신을 싫어해서 떠났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존중하거나 사랑하면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누명을 씌우고 비난을 세뇌시키는 태도가 크다. 보통사람은 사실에 근거해서 감정을 느끼지만 경계선자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한다.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참 어렵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고민한다. 이들은 상담장면에서도 상담자를 오랫동안 불신의 대상으로 경계하고 시험한다(몇 년 동안). 강렬한 고통을 겪은 사람으로서 다시는 상처받고 혼자 내버려져 고통받지 않으려는 두려움이 강렬하기에 그렇다. 그래서 누군가를 믿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인지 알기에 깊은 차원의 공감과 일관성 있는 현실감각이 이들에게 필요하다. 특히 경계선자는 자신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보는 것이 매우 힘들다. 그래서 상담자와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안정된 대상관계경험을 통해 대상항상성을 향상시키는 친밀한 관계를 오래 재경험해야 치료와 성장이 일어난다. 그 결과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때론 주변사람들을 실망시키더라도 움츠러들지 않고 남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조정하려는 융합욕구를 조절하는 것을 경험으로 배우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수고를 배우고 감정과 행동을 제어하는 경계를 배우면서 강렬한 관계 대신 보통의 친밀관계에서 많은 기쁨과 자신감을 얻게 된다.
심각한 병리를 가진 사람일수록 상담자와 신뢰로운 관계 속에 공감받고 이해받는 경험과 과도한 상태의 자기애를 수정받는 경험을 반복해야 한다. 하인즈 코헛의 말대로 치료자의 헌신과 공감이 필요하고 길고도 힘겨운 치료과정을 기꺼이 견뎌내려는 내담자의 의지력이 서로 협력이 되면 항상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완벽한 가정, 완벽한 부모는 세상에 없기에 우리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갖고 살게 된다. 오랜 시간동안 정신분석을 가르치고 상담하면서 우리의 내면에 경계성의 문제나 나르시시즘의 상처에서 비롯된 특징이 다 잠재되어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상담자이지만 나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이러한 자기장애를 발견할수록 내담자의 마음속에 꽁꽁 숨겨진 상처가 더 많이 보이고 더 깊이 위로해줄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