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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자유다

[기고] 아테네 현지에서 본 그리스 사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 최용철 전북대학교 교수(철학과)가 그리스 아테네 현지에서 국제 금융 자본의 가혹한 긴축 요구에 압도적 반대표를 던진 그리스의 어제와 오늘에 관한 단상을 보내왔다. 세계 언론의 호들갑과는 달리 그리스 국민들은 차분하게 일상의 삶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차분함 속에는 2500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자유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용철 조합원의 글을 소개한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그리스 문호 카잔차키스 묘비에 쓰인 말이다. 카잔차키스는 특히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하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자유인을 상징한다. 작품에서 조르바에게 내 놓은 질문과 그 대답은 이렇다.

"'인간이란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여기서 그리스인은 자유인으로 자처한다.


자유란 무엇일까. 자유란 구속받지 않음이다. 다른 누군가로부터 간섭받지 않음이 곧 자유이다. 그 누군가는 국가일 수도 있고 부모일 수도 있고 돈 많은 사장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라면 스스로 내린 결정, 곧 자기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만큼 그리스인이 정녕 자유롭다면 자기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가 민주주의 발상지로 여겨진 것은, 자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유를 한껏 누리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고대로부터 그리스인은 자유로웠다. 자유롭지 못하면 언제 어디로든 떠났다. 한때 아테네는 번성했던 도시다. 상업과 무역으로 아테네는 부유해졌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부유했던 것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은 아테네에서 정녕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주저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떠난다. 그곳이 곧 그리스 식민지이다. 가난한 그리스인에게 이오니아는 동쪽 식민지였다.


이오니아 지역은 식민지로 시작했음에도 찬란한 문명을 일군다. "만물은 물이다." 그 당시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 말로 탈레스는 오늘 날 최초 철학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 그는 다름 아닌 식민지 이오니아 출신이다. 자유를 찾아 나선 이민자 후손이다. "만물은 변화한다." 이 역시 당시로는 파격이며 혁명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이 말로 변증법 시조로 추앙받는다. 그 역시 이오니아 귀족 출신이다. 이래저래 이오니아는 철학에서 최초 발상지로 여겨진다. 자유를 찾아 동쪽으로 떠난 사람들이 철학을 일궈낸다. 철학은 자유로부터 비롯되는 것임이 분명하다.


자유를 찾아 떠난 사람들이 동쪽으로 진격하니 페르시아와 부딪친다. 페르시아 전쟁은 자유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페르시아 전쟁이 발발하면서 폴리스 국가는 대동단결한다. 아테네가 참여하고 동쪽 폴리스가 단합한다. 페르시아 전쟁에서 그리스는 승리한다. 그리스가 승리를 한 것도 자유 때문이다. 페르시아로부터 지배를 받지 않겠다는 그 결연함으로 그리스는 승리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결연함은 그 누구로부터도 간섭받지 않겠다는 자유를 향한 열망이었으리라.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거의 모든 폴리스가 동등하게 그 기쁨을 나눈다. 그렇지만 어느 한 폴리스가 다른 많은 폴리스들에게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그 폴리스는 번성을 누리던 아테네였다. 그 번성으로 아테네는 다른 폴리스에 비해 월등했다. 그렇지만 주인 행세를 하면 어김없이 종을 부리게 된다. 종을 부리면 종이 누리던 자유는 한 순간 사라진다. 자유롭고자 했던 식민지 지식인들이 또 다른 지배를 받는 것이 탐탁할 리 없다. 자유인들은 지배 세력 아테네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지배 거부가 곧 자유다. 지배 거부는 그리스 전역에 퍼지고 마침내 아테네에 맞서는 펠네폰네스 전쟁이 일어난다. 아테네에 저항하는 전쟁에 스파르타도 동참한다. 지배 거부 세력이 승리를 차지한다. 그리스는 어느 한 폴리스 국가가 지배 세력으로 등장할 수 없을 만큼 저마다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그리스는 아테네를 물리치고 자유를 얻는다. 그렇지만 어떤 세력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할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폴리스들이 대등하게 델로스에서 동맹을 맺는다.


그리스는 자유다. 페르시아 지배도 거부하고, 아테네 맹주도 거부하고, 스파르타와도 대등해진다. 문제는 어느 편이 지배자로 버티느냐이다. 그 일은 불평등한 관계를 빚어낸다. 식민지가 건설된 것은 아테네 지배로 벗어나려고 했기 때문이다. 지배란 가장 극악한 방식이다. 지배는 타락이다. 아테네는 지배 세력으로 말미암아 타락한 도시였다. 아테네가 타락한 것은 자유를 멀리한 탓이다.


그 당시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아테네는 너무 거대해서 움직일 수조차 없을 만큼 무기력한 폴리스였다. 소크라테스는 무기력한 아테네를 깨어나게 하는 등에로 자처한다. 그럼에도 아테네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처형할 만큼 타락했었다. 소크라테스는 죽어야 했다. 소크라테스가 열망했던 것은 무얼까. 다름 아닌 독립정신이었다. 독립정신은 자유를 향한 열망이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맞이한 후 그리스는 로마, 프랑크, 터키로부터 2000년 지배를 받는다.


오늘날 그리스는 여전히 자유를 갈망한다. 그들은 자유를 열망했던 만큼 멸망하지 않고 살아남는다. 어느 덧 21세기, 그리스는 완전한 독립국이다. 그럼에도 유로존이 그리스인에게는 한 가지 지배 방식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고대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정복하려고 길을 나선 것도 그리스인에게는 침략이었다.


그리스는 자유다. 그리스는 속박되기를 거부한다. 그리스에서 지난 7월 5일 국민 투표에서 60%이상 반대했다. 그 결과는 그리스가 여전히 자유임을 선언하는 듯하다. 국민 투표 결과를 그리스 밖 해외 언론이 아무리 호들갑떨더라도 그리스는 평온하기만 하다. 염려하는 눈초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리스인들 일상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들이 무감각한 걸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유에 너무 예민한지도 모른다. 자유를 열망하는 그들이기에 오히려 무덤덤하게 보인다. 다른 나라들로부터 등 떠밀리는 게 자유는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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