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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민의 반격, 유로존 붕괴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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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민의 반격, 유로존 붕괴 신호탄?

[진단]"그리스는 이미 유로존 이탈 가능성 대가 치렀다"

그리스 정부가 나라의 운명을 국민에게 맡긴 기습적인 국민투표 결과, 그리스 국민은 유럽채권단이 제시해온 가혹한 긴축안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거부 결정을 내렸다.

일단 '치킨게임'에서 그리스가 선수를 쥔 형국이다. 마주 달리는 차량에서 그리스 국민은 핸들을 고정시켰다고 비유할 수 있다. 이제 유럽채권단은 부채 탕감과 만기 연장 등을 포함한 파격적인 '그리스 구제금융안'을 내놓거나 아니면 그리스와는 더 이상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선택에 몰렸다.

유럽채권단이 핸들을 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소한 이미 협상 파트너로서 버린 그리스의 좌파연합정권 시리자, 특히 그 대표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협상을 지속한다는 것은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 치프라스 총리와 협상을 한다는 것은 유럽채권단이 치킨게임에서 완전히 겁을 먹고 백기를 드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럽채권단이 그리스 국민이 아직 새롭게 제시하지도 않은 긴축안을 미리 거부한 마당에 어정쩡한 타협안을 내놓을 수도 없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이 인정했듯 그리스는 상당한 부채탕감과 채무 만기 연장을 하지 않고는 채무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그리스의 협상 파트너를 바꾼다고 유럽채권단이 그리스 국민이 수용할 만한 새로운 구제금융안을 내놓기도 어렵다. 이런 구제금융안을 뒤늦게 내놓는다면, "그동안 유럽채권단이 고리대금업자처럼 그리스의 고혈을 쥐어짰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는 돌아갈 길이 없는 지점을 건넌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리스 국민이 5일 국민투표에서 유럽채권단의 긴축안에 대해 60%가 넘는 반대표로 부결시켰다.ⓒAP=연합뉴스

크루그먼 "유럽채권단의 행위는 유럽 역사의 치욕"

실제로 유럽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하다. 유럽채권단의 실질적인 주도자인 독일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치프라스 정부는 그리스 국민을 자포자기의 길로 이끌고 있다"면서 "그들은 그리스와 유럽이 타협의 길로 갈 수 있는 마지막 다리마저 파괴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유럽채권단은 그리스 국민에 대해 돈줄을 끊겠다고 협박하고, 좌파정권을 몰아내려는 노골적인 목표를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또한 크루그먼 교수는 "유럽채권단의 행위는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유럽 역사의 치욕스러운 사례였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크루그먼 교수는 유럽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은 "환자를 더욱 아프게 하는 치료법을 쓰는 중세 시대 의사와 같은 처방이었다"면서 "그리스는 새로운 통화를 도입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로존 이탈은 나쁜 선택지 가운데 최선의 카드"라면서 "이미 그리스는 유로존 이탈 가능성에 따른 금융위기의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유로존을 떠나는 것이 끝없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머물 수 없다면, 그것은 곤경에 빠진 회원국에게 위기를 넘길 지원 체제가 없는 통화동맹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유로존 긴급정상회의, 협상의 돌파구 마련할까


현재 당황스러운 것은 유럽채권단이다. 일단 6일(현지 시각) 오후 6시 파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열어 그리스 국민투표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7일에는 양국 정상의 요청에 따라 유로존이 긴급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치프라스 총리도 유로존 회의에 참석해 다른 18개 회원국 정상들과 그리스 사태의 앞날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리스와 유럽채권단이 극적인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크루그먼 교수가 지적했듯, 그리스 사태는 지난 1999년 1월 재정통합과 정치적 통합 없이 화폐 통합만을 토대로 출범해 태생적 결함을 안고 있는 유로존 붕괴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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