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의의 골자는 소득 대체율 인상과 이에 따른 보험료율 인상이다. 소득 대체율을 올리는 것을 전제로 연금이 고갈되는 시점에 따라 '1%만 올리면 된다'느니, '지금보다 두 배로 올려야 한다'느니, '세대 간 연대'라느니, '아니다, 세대 간 도적질'이라느니 하는 말이 나올 만큼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국민 연금 밖에 있는 사람들의 삶
이 현안을 살펴보면 현재 청년들의 삶은 없고 또한 우리 청년들은 이 논의에 그리 관심이 없다. 당장 오늘을 살기에 벅찬 청년들은 미래를 대비할 여유도, 생각할 힘도 없다. 그러는 사이 청년들은 점점 더 국민 연금 밖으로 밀리고 있다. 이렇게 국민 연금 제도 밖에 있는 사람이 지금 성인의 절반이다.
불현듯 하나의 장면이 떠오른다. 신촌 지역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모여 연일 집회를 연다. 이들은 주로 임대업자들이다. 또 한쪽에는 이를 보며 씁쓸하게 등교를 하거나 월세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청년들이 있다. 대학가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노후 소득으로 믿을 거라곤 원룸 임대 사업뿐이다. 한편, 청년들은 저임금과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불안정한 노동자로 살아가고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고시원의 평당 임대료를 지불하며 살고 있다.
누군가에게 집은 소득의 원천이고 누군가에게 월세는 벌어들인 소득의 큰 구멍이다. 이들의 삶을 관통하는 것은 불안한 노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허약한 공적 연금 체계다. 공적 연금의 약화로 이미 국민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끼리 갈등을 벌이고 있다. 특히나 국민의 절반이 국민 연금의 사각지대인 지금, 국민 연금이 이름값을 못하는 씁쓸한 한국 사회의 단면이다.
국민 연금 사각지대 사람들을 개혁 논의에 포함하자
다시 국민 연금으로 돌아와 보자. 국민 연금의 소득 대체율 인상은 국민 연금 제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국민 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들, 취업과 실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 노동자들, 영세 자영업자들, 그리고 점점 더 사회로의 진입이 어려운 청년들과는 상관이 없다. 소득 대체율 인상에 조응해 보험료가 오르지 않으면, 그로 인한 짐은 고스란히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들의 몫이다. 그렇기에 지금 적극적으로 국민 연금 보험료 인상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청년들의 지불 능력을 올리지 않고 다음 세대의 미래를 담보로 진행되는 지금의 국민 연금 개혁은 한국 사회의 내일을 더욱 더 암울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 연금 개혁에서 소득 대체율을 인상 여부, 이에 따른 보험료율의 1%, 10% 논쟁 이전에 더 많은 이들이 연금 개혁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민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즉 제도 바깥의 시민들을 위한 국민 연금 개혁이며 진보이고 변화이다.
국민 연금 기금, 지속 가능성을 위해 청년 주거에 투자하자
최근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조성주 후보는 민주주의 밖 시민들을 대변하는 '2세대 진보 정치'를 기치로 걸었다. 그는 이들의 삶에서 출발한 진보 정치야말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그는 세대 간 평등을 위한 국민 연금 개편을 강조하고 그 핵심에 있는 국민 연금 기금의 사회적 투자를 제안한다.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동안 숨죽일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게 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제 그들이 아니 우리 청년들이 사회 밖으로 밀려나지 않고 그 갈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치를 하자는 그의 출사표에 크게 공감한다.
국민 연금 기금을 활용한 사회적 투자의 핵심은 공적 연금 논쟁에 미래 세대를 참여시킴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하는 복지국가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동안 청년의 미래를 담보로 진행된 수많은 개혁 논의에서 이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한 설계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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