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민연금이 소수의 노인(low coverage)에게 소액의 연금액(low benefit)을 지급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연금액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국민연금 정책 워크숍'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가난할수록 국민연금 가입 못할 확률 높아
김 의원과 제갈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에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경제활동인구 2222만 명 가운데 1524만 명으로 68.5%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83.6%보다 낮은 수준이다. 노인들만을 기준으로 하면, 국민연금 수급률은 2013년 기준으로 29%에 불과하다. 노인 10명 중에 3명만 국민연금 혜택을 받는 셈이다.
빈곤층 사이에서 광범위한 '연금 사각지대'가 생긴 이유는 국민연금이 건강보험과는 달리 전 국민 강제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0년 말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국민연금에서 제외하고, '임의 가입'을 허용했다. 그 결과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등 빈곤층은 국민연금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 내부에 (저소득 가입자일수록 연금액을 더 주는) 재분배 기능이 있지만, 그 기능은 가입자 내에서만 돌아가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과 국민연금 가입자 사이에 분배의 악화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월 30만 원, 노후 생활 보장에 턱없이 부족
국민연금 가입자일지라도 수급액이 노후 생활을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3년 기준 노인들이 받는 국민연금은 월 평균 30만1010원에 불과하다. 이를 실질 소득 대체율로 계산하면 20%대 초반이다. 즉,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들은 퇴직 전 소득의 5분의 1정도로 생활해야 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은 이유는 국민연금이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설계됐는데, 실제 평균 가입년수는 15년에 불과한 탓이다. 국민연금 평균 가입기간은 2070년에 이르러야 25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현재 한국 노동자들의 평균 퇴직 연령은 53세다.
이러한 불균형은 애초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이 정규직 중심의 '완전 고용'을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에 벌어졌다고 분석됐다. 김 의원은 "(공공부조 형식이 아닌) 사회보험 형식의 국민연금 제도는 한국처럼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높은 나라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하고 연금액 올려야"
해법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연금액 상향으로 모아졌다. 김 의원은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납부 예외자를 두도록 한 2000년 국민연금법의 조항을 삭제하고 국민연금에도 건강보험처럼 전 국민 의무 가입 제도를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더 근본적으로는 안정적이고 소득이 높은 좋은 일자리를 확충해서 비정규직 일자리와 영세 자영업을 줄여야 한다"며 "사회보험은 완전 고용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노동 시장이 안정되지 않고는 연금 제도가 바로 정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연금액 상향에 대해서 김 의원은 "연금액이 노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으로 올라야 하지만, 현행 연금 제도에서 급여액의 상향 조정은 필연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제갈현숙 연구위원은 연금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 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업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갈 연구위원은 "지금 노동 시장은 청년들이 늦게 취직해서 당장 벌어먹기 급급한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다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찍 퇴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노동 시장을 유연하게 자본이 노후의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의원은 국민연금기금 운용을 '윤리적 투자'로 전환해 양극화를 막는 데 쓰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82%가 대기업에 투자되고, 54.1%는 삼성·현대차·LG·SK·롯데 등 5대 기업에 투자되며, 25.7%는 삼성에 투자됐다"며 "막대한 연금기금이 대기업을 키우는 데 쓰이지만, 정작 보험료를 낸 당사자는 20년간 꼬박 기다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국민연금기금으로 대기업을 육성했는데, 그렇게 육성된 대기업은 골목상권을 침해해 동네 빵집까지 폐업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며 "연금기금으로 사회적 투자를 해서 양극화, 고령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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