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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 '채권추심조직'으로 전락한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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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 '채권추심조직'으로 전락한 IMF

[진단] "구제금융 90%가 '빚잔치'에 쓰여"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채권자는 언제나 돈을 떼일 수 있다.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흥청망청 빚을 지는 채무자의 책임도 크지만, '빚을 권하는' 정책을 쓰는 정부나 민간채권자들도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책임 문제가 불거지면 자본주의 시스템을 움직이는 권력자들은 갑자기 '사회주의자'가 된다. 채무자일 때는 인플레이션 정책을 써서 빚의 무게를 줄이거나, 상황이 급박하면 구제금융을 동원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반면 채권자일 때는 채무자에게서 '비올 때 쓰는 우산'마저 가혹하게 빼앗거나, 구제금융이나 추가대출로 최대한 빚을 갚게한다.

문제는 구제금융 방식이 채무자가 긴축을 하면서도 소득을 늘려 추가로 진 빚까지 갚아나갈 여건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냐다. 물론 채무자가 '배째라'라면서 빚을 제대로 갚을 생각이 없는 경우라면 채권자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IMF는 왜 채무조정 없이 긴축만 강요했나


국제통화기금(IMF) 사상 최대의 채무불이행 사건을 일으키며 국가부도를 낸 그리스 사태는 채권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이런 사례가 되고 있다. 그런데 곤경에 빠진 국가에 적절한 구제금융으로 지원하는 임무를 맡은 국제금융기구 IMF가 그리스를 상대로 마치 민간채권단의 채권추심조직처럼 행동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원래 IMF의 구제금융은 긴축정책과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을 채무 국가에게 요구하면서 그 대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부채 규모를 감당할 정도로 줄여주고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으로 주로 쓰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리스가 지원받은 구제금융은 300조 원 정도이지만, 그리스 경제에 투입된 구제금융은 30조 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머지는 민간채권단의 빚잔치나 파산 위기에 몰린 그리스 민간은행들의 구제금융으로 들어갔다. 마치 IMF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민간채권단에게 최대한 그리스가 갚을 돈을 빌려준 것에 비유할 만한 결과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은 5년 동안 경제가 성장이 아니라 극심한 불황에 빠져들었다. 이 기간에 국내총생산(GDP)이 무려 25%가 줄었다. 2010년 그리스 국내총생산의 133%에 해당했던 부채는 2011년 말 162%로, 2015년 현재는 175%로 늘었다.

이때문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여러 유력 경제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IMF가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결국 IMF 자신도 돈을 떼이게 된 '무능'이 의도적이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해 공개한 IMF의 기밀 문서에 따르면, 2010년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처음 제공할 때 IMF 위원들 중 3분의 1이 상당폭의 채무조정을 전제로 구제금융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반대했다. 하지만 IMF의 사실상 '주인'의 인 미국의 압박으로 당시의 구제금융안은 그대로 수용됐다.

"스트로스칸, 채권단 요구 순응"


또한 당시 프랑스 출신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한 푼도 깎아줄 수 없고, 그리스가 다 갚아야 한다"는 유럽 채권단의 요구에 순응했다. 명분은 그리스의 채무 탕감이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로존의 다른 취약국가들의 채무탕감 가능성을 높여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실제 이유는 유로존을 이끄는 독일과 프랑스의 은행들이 그리스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제 그리스 국민은 IMF 등 유럽채권단이 요구하는 가혹한 긴축안을 받아들이고 싶어도 못할 정도로 지쳐 있다. 반면 유로존 잔류는 원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제 공은 5일로 예정된 국민투표에 넘겨졌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긴축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경제예측기관들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을 급속히 상향조정하고 있다.

그렉시트 가능성이 낮다고 봤던 UBS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그렉시트 확률을 40%로 높였다.모건스탠리는 그동안 45%로 예측했던 그렉시트 확률을 60%까지 올렸고, 옥스퍼드 이코노미스트는 그렉시트 확률이 최소 70%라고 예측했다.


세계 최대 채권 펀드인 핌코의 전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앞으로 수주 안에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날 가능성이 85%"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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