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41년만의 국민투표에 나섰다. 1974년 입헌군주제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 이후 처음인 역사적 국민투표다.
5일(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시작된 국민투표는 오후 7시(한국시간 6일 오전 1시)까지 진행되며, 결과는 우리 시간으로 새벽 3시쯤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는 유럽채권단의 긴축안을 받아들인 것인지에 대한 찬반투표다. 하지만 나라의 운명을 건 투표에 임하는 그리스 국민에게는 일종의 '치킨게임'이나 마찬가지의 결정을 떠맡은 꼴이다.
왜냐하면 지난달 25일 제시한 유럽채권단의 긴축안을 두고 수용 여부를 결정하라는 안건은 그리스의 시리자정권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고 기습적으로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면서 유럽채권단이 철회해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 국민은 구체적인 긴축안이 아니라, 차후에 유럽채권단과 그리스 정부가 다시 협의해서 제시할 긴축안에 대해 미리 백지 위임하는 식의 결정을 해야 한다.
'백지위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국민투표
현재 투표일 직전까지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그리스 국민 절반 이상은 겁을 먹고 있다. 무조건 긴축안을 반대하면, 구제금융이 끊기고 유로존에서 이탈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찬반 의견 여부를 떠나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50% 이상이 국민투표가 가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결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자는 40% 정도이다.
찬반 의견은 44% 대 43%로 오차범위 3% 안에 들 정도로 팽팽하다. 주목되는 것은 반대 여론은 연령이 낮을수록 많았고 찬성 여론은 연령이 높을수록 많다는 점이다. 청년실업이 50%가 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큰 젊은이들에게는 유럽채권단의 가혹한 긴축안에 일단 반대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연금마저 대폭 삭감되고 아예 끊길 위기에 몰린 연령대는 불안에 휩싸여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3일 공영방송 ERT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IMF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가 부채를 감당할 유일한 방법은 30% 탕감과 20년 유예라는 것"이라면서 "반대 결정이 나와야 정부의 협상력에 힘을 얻어 더 좋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미래는 국민투표 결과와 별 상관이 없을 수 있다. 유럽채권단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겁을 먹어 파격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는 한, 가결이 되어도 그리스의 시리자 정권과의 협상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태로 계속되거나 정권교체 문제로 진통을 겪어야 한다.
부결이 되면 당장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민간은행을 떠받치고 있는 긴급유동성지원(ELA) 제공이 중단돼 본격적인 디폴트 위기에 빠질 수 있으며, 이 문제를 수습할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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