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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박근혜, 유승민 못 쫓아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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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박근혜, 유승민 못 쫓아낼 것"

[이철희의 이쑤시개] "내년 총선, 수도권에서 '박근혜'로 이길까?"

열변을 토하다, 울부짖다라는 뜻의 '사자후(獅子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부처의 사자후는 무한한 자비심을 바탕으로 생천(生天)과 열반(涅槃)의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사자의 사자후는 매우 사납고 무서워 상대방에게 죽음 직전의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정치권을 향해 사자후를 토했다. 12분 동안 작심한 듯 200자 원고지 20여 장을 읽어 내려갔다. "배신" "저의" "심판"과 같은 극한 표현이 나왔다. 국무회의장은 "서늘했"고, "대통령의 기(氣)에 앉아 있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바로 공포에 휩싸였다. 김무성 대표는 납작 엎드렸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사태는 가라앉지 않았다. 다수의 청와대 관계자가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뜻을 여전히 모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대로 끝내지 않을 것"이라며 서슬 퍼런 얘기를 전했다.

지난 26일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역시 공포영화를 본 듯 등골이 오싹한 분위기 속에서 녹음했다. 박 대통령의 사자후에 "참 못된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다가도, "오늘 하루만 살 발언"은 아닌지 공포가 뒤따랐다. <이쑤시개>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진행으로, 두 명의 패널이 고정 출연한다. 편의상 '이소장', '김박', 이평'으로 호명한다. (☞바로 듣기 : 이철희의 이쑤시개)


▲ '원조 친박' 유승민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명 개정에 반대하는 등 '보스' 박근혜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진은 2011년 대구 LED 생산업체 기공식을 찾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소장 : 박근혜 대통령, 참 못된 대통령이다.

이평 : 아니, 왜 오늘 하루만 사는 그런 발언을 하나.

이소장 : 이 시간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지나가고 있다. 시계를 거꾸로 매달아 놔도 시간은 간다. (박근혜 대통령이) 왕인가.

이평 : 지금 시대가 그렇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90도 사과'나 사과문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을 여왕으로 등극시켰다.

이소장 : 박근혜 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는 사실 한 줄이다.

김박 : 새누리당 의원 모두에게 "너희,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고 싶지 않아? 죽을래?"라고 협박한 것이다.

이소장 :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내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의중은 '쫓아내'였는데….

이평 : 박근혜 대통령이 볼 때는 하극상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감싸는 이들을) 색출해 엄단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소장 : 내기 한 번 해보자. 새누리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쫓아낼까, 쫓아내지 못할까?

김박 : 못 쫓아낸다.

이평 : 쫓아낸다.

이소장 : 새누리당 한 인사가 말하길,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존심 상하는 것을 못 참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겨냥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는데, 유승민 원내대표가 오히려 '잘하겠습니다'라며 유연하게 대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속 좁은 사람이 된 셈이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한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내다보고, 마음을 다스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전략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흥분시키는 것이었는데, 유승민 원내대표가 정제된 태도를 보였다.

김박 : 유승민 원내대표가 정치인으로 많이 성장하긴 했으나, 박근혜 대통령과 1대 1로 맞설 만큼은 아닌 것 같다.

이소장 : 정치인 박근혜가 우연히 대통령이 된 건 아니다. 1998년 4월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자기 실력으로 대통령이 됐다.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강한 향수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본인이 잘 헤쳐 온 부분도 있다. 그런 점에 비춰보면, 12분 동안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격정적으로 토로한 것이다.

김박 : (새누리당 김무성-유승민 등 비박계를 의식해) '나를 따르라'라고 협박한 측면도 있지만, 집권 3년 차 레임덕을 막는데 가장 중점을 둔 것 같다.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이때를 기점으로 4,5년 차에 망가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절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자, 대통령 퇴임 후 자신의 세(勢)를 고민한 행동일 것이다.

이평 : 퇴임을 염두에 둔 건 아닌 것 같다. 주변에서는 3년 차 레임덕 이야기를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레임덕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김박 : 권력이란 게, 레임(lame)을 겪다 퇴임(退任)하는 것이다.

이평 :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국무회의용이 아닌, 선거용이다.

이소장 :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는 것은 대통령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민심을 얻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인 내가 내년 총선에서도 이긴다. 그러니, (다른 의견 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는 것이다.

2016년 4월에 새누리당 후보로 수도권에서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박근혜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도움이 될까? 안 된다고 본다. 이런 정서가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못 쫓아낼 것이다.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이 딜레마는 언젠가 폭발할테지만….

보다 자세한 내용은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http://www.podbbang.com/ch/5001)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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