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신경숙 씨가 자신의 작품을 놓고서 제기된 표절 의혹을 인정했다.
신 씨는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자신의 소설)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적여 봐도 안 읽은 것 같은데, 지금은 내 기억을 믿지 못하겠다"며 사실상 잘못을 인정했다.
신 씨는 "처음에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모두 제 탓"이라며 "문장을 대조해 보면서 이응준 씨가 느닷없이 왜 이랬을까, 의문을 안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조해 보는 순간 나도 그걸 믿을 수가 없었다"며 "'전설'을 읽고 또 읽으면서 쇠스랑이 있으면 내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신 씨는 "출판사와 상의해서 '전설'을 작품집에서 빼겠다"며 "문학상 심사 위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은 할 수 없다"며 "나에게 문학은 목숨과 같은 것이어서 글쓰기를 그친다면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니다. 문학이란 땅에서 넘어졌으니까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고 밝혔다.
이런 해명에 덧붙여 신경숙 씨는 동시에 제기된 다른 표절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신 씨는 "어떤 소설을 한 권 쓰면, 그것은 온전히 그 사람만의 생각인가"라고 반문하며 "인간이 겪는 일들이 완전히 다르지는 않은데, 같은 이야기라도 내가 쓰면 어떻게 다르게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내 글쓰기"라고 해명했다. 사실상 다른 소설의 표절 의혹에 선을 그은 것.
신 씨는 "내용이 비슷하다는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 가운데>를 중학교 다닐 때 읽기는 했다"며 "그런데 어떤 소설을 읽다 보면, 어머 어쩌면 이렇게 나랑 생각이 똑같을까 싶은 대목이 나오고, 심지어 에피소드도 똑같을 때가 있다"며 "그럴 때는 동서고금을 떠나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구나, 반가운 기분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신 씨는 "시에서 제목을 따오는 일도 문단에서 종종 있던 일"이라며 "(시인과) 서로 흐뭇하게 얘기하면서 양해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제목을 따온 시를 쓴 시인이) 혹시 섭섭한 마음을 가졌다면 제가 잘못 살아온 것 같다"며 "이름이 알려지게 되면서 늘 살얼음판 디디듯 조심스럽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나 보다"고 토로했다.
신 씨는 마지막으로 "내 소설이 착하기만 하고 현실을 수용한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며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아름답다는 것을 내 문장으로 증거하고 싶었고, 내가 느끼는 온기를 함께 나누는 사람이 내 독자들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입장 표명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은 모두 내 탓"이라고 말했다.
신 씨가 표절을 인정한 단편 '전설'은 1994년 처음 발표됐으며 1996년 창비에서 펴낸 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2005년 <감자를 먹는 사람들>로 재출간)에 수록됐다. 이 소설을 놓고서 작가 이응준 씨가 지난 16일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을 제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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