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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의혹 눈덩이, <엄마를 부탁해>도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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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의혹 눈덩이, <엄마를 부탁해>도 표절?

작가·출판사는 발뺌…"표절 아냐. 대응 안 하겠다"

한국의 대표 소설가 신경숙(52) 작가가 여러 차례에 걸쳐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 씨가 한국 문단에서 가지는 위상을 감안할 때,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인다.

16일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45) 씨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신 씨가 일본의 극우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쓰고 시인 김후란 씨가 번역한 <우국>(1983년)의 한 대목을 자신이 1996년에 내놓은 단편 '전설'에 표절했다고 밝혔다.

'전설'은 1994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실린 후, 1996년 창비에서 출간한 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에 수록됐다.

사실상 한국 문단을 고발한 이 씨의 블로그를 계기로 신 씨의 여러 작품에 대한 표절 의혹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신 씨는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신경숙, 미시마 유키오 작품 표절"

이 씨가 밝힌 표절 의심 대목은 다음과 같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신경숙의 '전설')
특히 이 씨는 <우국>을 번역한 김후란 시인이 "한 달이 채 될까 말까 할 때, 레이꼬는 사랑의 기쁨을 알았으며, 중위도 이를 알고 기뻐하였다"라는 부분을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라는 "유려한 표현"으로 번역했다며, 이를 신 씨 작품의 결정적 표절 증거로 지목했다.

이 씨는 해당 부분을 놓고서 "지극히 시적인 표현"이라며 "의식적으로 도용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른 소설가'의 저작권이 엄연한 '소설의 육체'를 그대로 '제 소설'에 '오려붙인 다음 슬쩍 어설픈 무늬를 그려 넣어 위장'"한 행위라며 용인되기 어려운 표절이라고 강조했다.

▲신경숙 작가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신경숙, 다른 작품도 표절"

이 씨의 고발을 계기로 신 씨의 작품 여럿이 표절 의혹 작품으로 거론되는 지경이다.

지난 1999년 발표된 '딸기밭'(1999년 <문학동네> 여름호)은 1991년 사망한 재미 유학생 안승준 씨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1994, 삶과꿈 펴냄)의 서문격인 안 씨의 부친 안창식 씨의 글을 표절한 의혹을 받았다. '딸기밭'에서 표절 의혹이 거론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귀하.
저는 이제는 고인이 된 안승준의 아버지입니다. 그의 주소록에서 발견된 많지 않은 수의 친지명단 가운데 귀하가 포함되어 있었던 점에 비추어, 저는 귀하가 저의 아들과 꽤 가까우셨던 한 분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귀하께서 이미 듣고 계실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저는 그의 아버지로서 그의 돌연한 사망에 관해 이를 관련된 사실들과 함께 귀하께 알려드려야만 할 것 같이 느꼈습니다. (안승준의 <살아는 있는 것이오> 중 부친 안창식 씨의 글)

그는 평소 인간과 자연을 깊이 사랑하였으며, 특히 권위주의의 배격이나 부의 공평한 분배 및 환경보호와 같은 문제들에 관해 다양한 관심과 깊은 의식을 가졌습니다. (안승준의 <살아는 있는 것이오> 중 부친 안창식 씨의 글)
귀하.
저는 이제 고인이 된 유의 어머니입니다. 유의 수첩에서 발견된 친구들의 주소록에서 귀하의 이름과 주소를 알게 되었습니다. 귀하의 주소가 상단에 적혀 있었던 걸로 보아 저의 딸과 꽤 가까우셨던 사람이었다고 짐작해봅니다. 귀하께서 이미 알고 계실는지도 모르겠고, 참 늦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마는 그의 어머니로서 그의 돌연한 사망에 관해 알려드립니다. (신경숙의 '딸기밭')

저는 평소 그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인간과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 기아 문제와 부의 공평한 분배, 그리고 환경 보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신경숙의 '딸기밭')
<한겨레>는 1999년 9월 21일자 '최재봉 기자의 글마을 통신'에서 ('딸기밭'은 안창식 씨의 글과 비교할 때) "인용문에 이어, 바위 언덕에서 추락하면서 뇌에 손상을 입는 바람에 얕은 개울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고 사망 원인을 서술하는 부분 역시 대동소이"하다며 "모두 여섯 문단에서 동일하거나 거의 유사한 문장과 표현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엄마를 부탁해>도 표절 의혹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문학동네 펴냄, 2010년)는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전혜린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1998년)를 표절한 의혹을 받았다. 의혹 대목은 다음과 같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면 우리는 더 가난하고 더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이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오히려 침묵 속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 씨의 대표작 <엄마를 부탁해>(창비 펴냄, 2008년) 역시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에서 일부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생의 한가운데>의 첫 문장인 "여자 형제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든지 혹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라는 부분이 <엄마를 부탁해> 25쪽에 "모녀 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라는 문장과 유사하다는 것.

한국 문단 전체 비판

이 씨는 비단 신 씨뿐만 아니라 한국의 순수 문학계에서 어느새 표절이 일상화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한국 문단에서 어느덧 "표절에 대한 도덕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며 특히 1999년~2000년 신 씨 작품의 잇따른 표절 시비가 조용히 넘어가면서 "한국 문인들은 신경숙의 표절 사실을 알건 모르건 간에 어쨌든 '침묵의 공범'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라고 밝혔다.

이 씨의 주장이 미치는 여파가 커질수록, 한국 문학계가 입는 타격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신 씨가 동인문학상 종신심사위원을 맡는 등 한국 순수 문학계가 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베스트셀러작가이기 때문이다. 신 씨의 책은 여러 나라에 번역되어 나가기도 했다. <엄마를 부탁해>는 15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한편, 이 씨의 주장에 대해 신경숙 씨는 바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 씨는 창비를 통해 이메일로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며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창비 역시 신 씨의 작품이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창비는 '전설'의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 "일상적인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라며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신경숙 표절 논란… 고종석 "이건 창비의 타락")

하지만 누리꾼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의견도 다르다. 한 문학 평론가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 씨가 제기한 문제 제기는 신경숙 씨 본인이 고의로 한 것이든 아니든 명백한 표절"이라며 "출판사나 작가는 이 씨의 문제 제기와 다른 의혹 제기에 좀 더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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