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고종석 씨는 17일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이번 표절 논란에 대한 창비의 해명을 놓고 "지적 설계론 찜쪄 먹을 우주적 궤변"이라며 경악했다.
고 씨는 "이 출판사가 독자들을 돈이나 갖다 바치는 호구로 봐 왔고, 앞으로도 호구로 보겠다는 뜻"이라며 "나는 신경숙 씨의 입장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이 없다만, 창비의 입장에 대해선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호구'란 어수룩한 사람을 지칭하는 속어다.
고 씨는 또 "이게 다 신경숙 씨가 창비에 벌어준 돈 탓"이라며 "창비는 한때 거룩했던 제 이름을 돈 몇 푼과 맞바꿨다. 이제 간판 내릴 때 됐다, 창비는 타락했다"고 주장했다.
처음 신경숙 씨의 작품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응준 씨도 "기어이 반성하지 못하는 문단이 너무도 치욕스러워 그저 죄스러울 뿐"이라며 "신경숙과 창비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서는 한국 문학을 사랑하시는 모든 독자 분들께서 추상같은 판단을 내려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신경숙의 '전설')
앞서 창비는 신경숙 씨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이응준 씨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창비는 "<우국>의 주인공은 천황을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남성주의에 빠진 극우 민족주의자"라며 "(반면 신경숙 씨의) '전설'은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뛰어난 작품으로,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의 작가가 쓴 거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직핍한 현장감과 묘사가 뛰어나고 인간의 근원적인 사랑과 전쟁 중에서의 인간 존재의 의미, 인연과 관계의 유전 등을 솜씨있게 다룬 작품"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창비는 표절 의혹을 받은 대목을 놓고서도 "인용 장면들은 두 작품 공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표절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서 창비는 "표절 시비에서 다투게 되는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이나 '부분적 문헌적 유사성'을 가지고 따지더라고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 출판사는 "문장 자체나 앞뒤 맥락을 고려해 굳이 따진다면 오히려 신경숙 작가의 음악과 결부된 묘사가 더 비교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창비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의 주도로 1966년 발행된 계간 <창작과 비평>을 시작으로, 1974년 단행본 출판을 시작한 국내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단행본 출판사다. 2003년 사명을 지금의 형태로 바꿨다. 그간 신경숙 씨의 여러 작품을 비롯해 황석영 작가의 <객지>, 리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홍세화 <말과 활> 공동발행인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등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베스트셀러를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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