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가 자구 수정을 거쳐 송부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청관계의 파국이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한 글자만 고쳤던데 우리 입장이 달라질 게 없다"며 "(거부권) 행사 시기와 관련해 묻는다면, 그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위헌 소지를 거론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관련기사 : '정의화 중재안'대로 국회법 이송…靑 거부권 행사?)
15일 정부로 송부된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거부권)할 수 있는 시간은 15일 후, 즉 30일까지다. 이 기간 동안 세 차례의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다.
국회의장의 중재로 국회법의 강제성을 다소 완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사사건건 정부 정책에 딴지를 걸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찍어내기'하려 한다는 말도 나온다. 국회법 개정안과 공무원 연금 개정안을 연계키는 방식의 협상은 온전히 유 원내대표의 책임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치적 부담은 유 원내대표가 고스란히 지게 된다.
재의를 요구할 경우, 국회는 표결에 붙여야 한다. 김무성 대표가 "당과 대통령의 뜻이 다르지 않다"며 유 원내대표와 온도차를 보인 적이 있던만큼 부결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유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통과시켰던 법인데, 재의 결과 부결될 경우 유 원내대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야당과의 관계도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재의 결과 통과된다고 해도, 청와대의 뜻을 뒤집은 원내대표가 향후 여당의 국회 전략을 진두지휘하기 어렵다. 역시 정치적 부담감을 져야 한다. 교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강제성 요소가 완화됐음에도 청와대가 국회법을 받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나가는 것이, 결국 유 원내대표를 끌어 내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본회의에 올리지 않고, 질질 끌다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나, 이는 남은 10여 개월의 국회 일정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여당은 혹을 달고 국회를 이끌어야 하고, 야당은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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