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0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 문제를 풀기 위해 여야가 합의 처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구성원인) 국회의원으로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 출입 기자단과 한 오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에 대해서는 "중재 방안이라는 게 청와대 뜻도 아니라고 하니, 여야가 협의할 사항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국회의장의 중재나 일반적이지 않은 '번안 의결'이라는 방식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새정치연합 의원 다수의 뜻"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의장 중재안 사실상 거부한 靑, 야당 퇴로 막고 '정치 게임' 돌입?
앞서 정 의장은 이미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 내용 중, '국회가 정부 시행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문구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바꾸고, '정부가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문구를 '검토하여 처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로 바꾸자는 것을 제안했다.
정부가 제정한 시행령이 모법에 맞지 않을 경우 국회가 정부에 시행령 수정을 강제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을, 다소 완화하자는 취지다. 정 의장이 새누리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중재안을 낸 셈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태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말씀하신 바가 있고, 그 이후에 청와대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과 관계없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시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까지 개정했다. 이것은 정부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어서 걱정이 크다"며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여야가 법안의 강제성 유무 여부를 두고 다툴 때, 박 대통령은 '위헌' 소지를 꺼내들고 '중재안'의 가능성 자체를 이미 봉쇄했다. 오히려 청와대가 강경하게 나오는 상황이라, 야당 입장에서는 중재안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진 셈이다. 청와대가 여야 협상의 여지를 좁혀 대결 국면을 조성한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청와대가 야당의 퇴로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거부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 경우 정치권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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