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거부권을 행사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히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그리고 우리 경제에 돌아가게 될 것이다.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국회는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처리하며, 여야 협상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정부의 시행령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할 때 정부에 시행령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가 세월호특별법의 취지를 거스르는 시행령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이를 보완하고자 마련된 안이다. 청와대는 이것이 삼권분립을 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것은 정부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어서 걱정이 크다"며 "가뜩이나 국회에 상정된 각종 민생법안조차 정치적 사유로 통과가 되지 않아서 경제살리기에 발목이 잡혀 있고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한 공무원연금 개혁조차 전혀 관련도 없는 각종 사안들과 연계시켜서 모든 것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정치현실"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국회에서도 이번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에 대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있는데, 이것은 국회 스스로가 이번 개정안이 위헌일 소지가 높다는 점을 인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것은 지난 2000년 2월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회는 '시행령과 모법(母法)이 어긋나 있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가 시정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막판에 "시정을 요구한다"는 문구가 "그 내용을 통보한다"는 문구로 수정, 처리됐다. 박 대통령은 원안이 통과되지 않은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15년 전 개정안보다 더 진일보한 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회가 정부에 "요구"하고 정부가 그에 따른 처리 결과를 "보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정부 시행령의 수정이나 변경을 요구하면 정부가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야당은 "강제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당은 "결과를 보고할 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만큼, 유승민 원내대표 등 여당 내 비박계와 청와대가 정면으로 맞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여권의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박계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은 나타난다. 유승민 원내대표나 원내부대표단은 대체적으로 "삼권 분립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 '투톱' 중 한 축인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의 뜻과 여당의 뜻이 다를 수 없다"며 사실상 친박계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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