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켜면 연예인 부모의 뒤를 이어 연예계로 뛰어든 ‘스타 2세’들이 자주 보인다. 부모님의 끼를 이어받고, 어렸을 때부터 접한 환경 덕에 일반인이 연예인이 되는 것 보다 더 수월하게 연예계에 진출할 수 있기 마련이다. KBO 리그에서도 유승안-유원상, 유민상 부자나, 정인교-정의윤 등등 대를 이어 프로야구 선수를 직업으로 택한 선수들이 종종 보인다.
메이저리그는 어떨까? 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더 많은 피로 얽힌 선수들이 존재한다. 바비 본즈-배리 본즈 부자, 켄 그리피 시니어-켄 그리피 주니어 부자, 혹은 샌디 알로마 시니어의 아들 샌디 알로마 주니어, 로베르토 알로마 형제들이나, 벤지, 호세, 야디어 몰리나 포수 3형제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선수들도 많다. 이번 주에 실시된 2015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도 기존 메이저리거들 혹은 마이너리그 유망주들과 혈연관계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지명됐다.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부자 선수 중 가장 유명한 아버지를 가진 선수는 단연코 마리아노 리베라 주니어다. 워싱턴 내셔널스가 4라운드에서 지명한 마리아노 리베라 주니어의 아버지는 통산 652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가지고 있는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다. 과거 양키스는 리베라의 아들을 지명했던 적이 있었지만, 리베라 주니어는 아버지의 후광덕에 지명되었다 느꼈는지 양키스와의 계약을 거절하고 실력을 더 가다듬고 다시 드래프트에 참가해 4라운드에 지명되었다. 아버지처럼 불펜투수가 포지션인 리베라 주니어는 시속 92~95마일의 빠른 공을 뿌리며 향후 구속 상승의 여지가 있어 미래 메이저리그에서 괜찮은 중간계투 선수로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렇다면 아들 선수 중 가장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누구일까? 한때 전체 1픽 후보로도 꼽혔지만 높은 계약금 요구로 인해 전체 37번째 픽까지 밀려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지명된 5툴 외야수 대즈 캐머론의 재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이다. 캐머론의 아버지는 17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면서 통산 278개의 홈런을 쳐냈고 올스타에도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으며 2차례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외야수 마이크 캐머론이다. 스카우트들은 아들 캐머론을 아버지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라 평가하는데, 앞으로 파워를 갖춘 중견수로 자라날 것으로 기대된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박찬호와 트레이드가 됐던 필 네빈의 아들 타일러 네빈도 상위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다. 아버지 필 네빈은 1992년 드래프트 전체 1위 출신이지만, 아들 네빈은 전체 38번째 픽으로 콜로라도 로키스에게 지명됐다. 포지션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3루수이며, 피는 어디 가지 않았는지 타격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5라운드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지명한 외야수 캠 깁슨은 1988년 LA 다저스가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던 해 다저스 소속으로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었고, 작년까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감독이었던 커크 깁슨의 아들이다. 운동능력을 갖추고는 있지만 아쉽게도 아버지의 파워를 물려받지는 못해서 아버지처럼 중심타선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긴 힘들고 테이블세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역 감독의 아들도 이번 드래프트에 지명됐다. 포수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은퇴한 이후 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감독을 맡고 있는 마이크 매서니의 아들인 타이트 매서니는 플러스급 이상의 툴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평이지만 배트스피드, 배트컨트롤, 스트라이크 존을 이해하는 능력 등을 가지고 있어 보스턴 레드삭스가 4라운드 전체 111번째 픽으로 지명했다.
선수나 감독의 아들만 지명된 것이 아니다. 현 LA 다저스의 아마추어, 국제 스카우팅 부사장인 데이빗 핀리의 아들인 우완투수 드류 핀리는 3라운드 전체 92번째 픽으로 뉴욕 양키스에게 지명됐다. 핀리의 구속은 시속 88~91마일에 머물지만 투구 동작에서 공을 잘 숨겨나오며, 공의 회전수가 평균 이상이라 구속에 비해 더 좋은 공을 뿌리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위 선수들만큼 유명한 선수들은 아니었지만, 나름 메이저리그에서 솔리드한 활약을 펼쳐줬던 선수들인 호세 비즈카이노, 테리 슘퍼트, 호세 발렌틴, 마이크 스탠리의 아들들인 호세 비즈카이노 주니어(7라운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니콜라스 슘퍼트(7라운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요마 발렌틴(20라운드, 보스턴 레드삭스), 태너 스탠리(36라운드, 캔자스시티 로얄스) 등도 이번 드래프트에서 지명되는 영광을 안았다.
메이저리그의 ‘전설 중의 전설’과 같이 뛴 할아버지를 둔 선수도 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1라운드 20번째 픽으로 지명한 유격수 리치 마틴의 할아버지인 월터 토마스가 니그로리그 시절 같은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전구단 영구결번의 주인공 재키 로빈슨과, 인종차별만 없었더라면 어쩌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남았을지도 모르는 사첼 페이지였다.
앞서 최고의 재능을 갖춘 선수일지도 모른다 한 캐머론은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픽 순서는 뒤쳐졌다. 그렇다면 혈연관계를 가지고 있는 선수 중 가장 먼저 지명된 선수는 누굴까? 1라운드 전체 5번째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지명한 외야수 카일 터커다. 카일 터커의 형은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프레스톤 터커(27경기 .253/.323/.414). 형제 중엔 동생의 재능이 더 뛰어나다는 평이다. 포지션도 둘 다 외야수라 어쩌면 몇 년 후엔 동생이 형과 주전 경쟁을 펼쳐 형을 벤치로 보내는 보기 드문 장면이 나오게 될 지도 모른다.
터커처럼 형제가 같은 빅리그 팀에서 뛰게 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터커의 경우는 형을 뛰어 넘는 아우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 선수들은 형의 후광으로 인해 팀에서 하위라운드 픽을 행사해 준 경우다. 작년 올스타에 뽑힌 포수 조나단 루크로이의 소속팀 밀워키 브루어스는 20라운드 픽으로 루크로이의 동생인 우완투수 데이빗 루크로이를 지명했다. 구속은 시속 80마일 후반대에서 90마일 초반대에 머무르지만 싱킹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는 공을 뿌리는 동생 루크로이가 만약 메이저리그에 올라오게 된다면 동생이 던지는 공을 형이 받는 모습이 나오게 될 것이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3루수 닉 카스테야노스의 동생인 라이언 카스테야노스도 비슷한 경우다. 우완투수 동생 카스테야노스는 25라운드에서 형의 소속팀에 지명됐다. 강력한 구위의 공을 뿌리진 않지만, 어떻게 던지는지 요령을 아는 투수라는 평이다.
같은 팀에서 뛰게 된 형제들이 있다면, 다른 팀에서 적으로 만나게 될 형제들도 있다. 미네소타가 31라운드에 지명한 외야수 트리스탄 폼페이의 형은 올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달튼 폼페이다. 같은 나이때의 형보다 더 좋은 툴을 가지고 있다는 평이지만 아직 더 많이 발전해야 하는 선수다.
휴스턴이 22라운드에 지명한 콜 샌즈의 형은 작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4라운드에 지명한 선수인 카슨 샌즈다. 아직 형도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했고, 동생은 더더욱 갈 길이 멀지만 꼭 메이저리그가 아니라 마이너리그에서도 형제간의 맞대결이 나오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강정호가 뛰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유망주 투수인 닉 킹햄의 동생인 놀란 킹햄은 39라운드에 같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팀인 밀워키 브루어스가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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