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선수들이 활약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매년 새로운 괴물 신인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많고 많은 괴물 중에서 리그당 단 한 명에게만 ‘올해의 신인(rookie of the year, 이하 ROY)’ 상이 주어진다. 선수에게는 일생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의 영광이 2015 시즌에는 어떤 선수에게 돌아갈까. <베이스볼 Lab.>이 2015 메이저리그 신인왕 후보 5명을 꼽아봤다. 지난 아메리칸리그 편에 이어 이번에는 내셔널리그 편이다.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 3루수)
2013년 드래프트에서 시카고 컵스는 전체 2번째 지명권을 행사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컵스가 투수 유망주인 조너선 그레이(현 콜로라도 로키스)나 마크 어펠(현 휴스턴 애스트로스) 중 남은 선수를 뽑을 것이라 전망했었다. 그러나 아마추어 투수를 보는 눈이 매우 까다로운 테오 엡스타인 사장이 있는 컵스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지명했다.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브라이언트는 입단 이후 MLB닷컴 유망주 랭킹 2위, ESPN의 키스 로 랭킹 1위 등을 차지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는 유망주로 성장했다. 지난해는 더블A, 트리플A에서 .325/.438/.661의 타격라인에 43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맹타를 휘두르면서 마이너리그에선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속팀 컵스도 이번 오프시즌 주전 3루수였던 루이스 발부에나를 트레이드해서 브라이언트의 자리를 미리 마련해뒀다.
관건은 브라이언트가 언제 올라오느냐는 것. FA 시기를 늦추고, 슈퍼 2를 피하기 위해 6월 전후에 브라이언트가 승격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짧은 기간의 활약만으로도,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만한 엄청난 파워를 지닌 선수다.
호르헤 솔러(시카고 컵스, 우익수)
크리스 브라이언트라는 괴물 유망주의 존재로 솔러의 이름을 잠시 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엄청난 타격 재능을 가지고 있는 솔러는 MLB닷컴 유망주 랭킹 전체 22위, 키스 로 랭킹 14위를 차지하는 등 그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쿠바를 탈출한 후 컵스와 9년 3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맺은 솔러는 무시무시하게 빠른 배트스피드에서 나오는 가공할 파워가 장점이다. 지난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는 데뷔 첫 타석부터 큼지막한 홈런을 쳐내는 등 좋은 성적(24경기 출장 .292/.330/.573)을 기록했다. 97타석에만 나섰기에 신인상 자격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미 2020년까지 장기계약을 맺은 신분이라 굳이 서비스타임 문제로 마이너리그에서 뛰게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유리한 점이다. 2015 시즌 개막전 컵스의 우익수는 갑작스러운 부상이나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솔러가 될 가능성이 99.9%다.
작 피더슨(LA 다저스, 중견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피더슨의 단점은 지나치게 많은 삼진 비율. 여기에 다저스의 트리플A팀인 앨버커키는 마이너리그에서 가장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일부에선 마이너에서 피더슨의 타격 성적이 부풀려져 있으며, 삼진 문제가 메이저리그에서 적응하는데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더슨은 작년 앨버커키 소속 리그인PCL에서 볼넷 1위, 출루율 1위를 차지하면서 단순히 삼진이 많은 공갈포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흔히 유망주 평가는 다섯 개의 툴(컨택-파워-스피드-수비-어깨)을 바탕으로 평가하는데, 피더슨은 이 다섯 가지 툴을 모두 다 가지고 있는 보기 드문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는 피더슨이 켐프의 트레이드로 비워진 주전 중견수 자리를 차지한다면 당장 평균 이상의 주전 선수, 장래 스타가 될 포텐셜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 평했다.
아치 브래들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투수)
2014년 팔꿈치 부상과 부진이 계속되지 않았더라면 진작 신인 자격을 상실해 이 리스트에 존재하지 않았어야 했을 투수지만, 아쉽게도 브래들리의 2014년은 ‘잃어버린 1년’과도 같았다. 작년 시즌 개막 전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는 유망주 순위에서 브래들리를 전체 9위로 평가했으며 이는 투수 중에는 일본을 거쳐 ‘포스팅 대박’을 터뜨린 마사히로 다나카(4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위였다.
그러나 작년 부상으로 거의 두 달을 결장하고 돌아온 이후의 브래들리는 에이스급의 투수로 자라날 것이라던 시절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시속 90마일 중후반대가 나오던 빠른 공은 90마일 초반대에 그쳤으며 플러스급의 커브도 예전만 못했다. 이런 브래들리를 올해 신인상 후보 중 하나로 꼽는 이유는 애리조나 가을리그(AFL)에서 보여준 반등한 모습이다. AFL에서 브래들리는 다시 시속 90마일 중반대의 빠른 공을 뿌리기 시작했으며, 커브도 예전의 위력을 찾는 모습이었다.
돌아온 커브에 새로 장착한 슬라이더가 위력을 발휘하고, 결정적으로 부상 없이 원래 단점으로 지적되던 커맨드를 발전시킨다면 브래들리는 충분히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 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 투수)
뉴욕 메츠가 작년 제이컵 디그롬(투수)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신인상을 배출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한 팀에서 신인상을 배출한 팀은 2004~2005년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바비 크로스비 - 휴스턴 스트리트)이다. 그렇다면 메츠는 언제일까? 88년생인 디그롬과 92년생인 신더가드가 태어나기 전이었던 1983~1984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신인상을 차지했던 데릴 스트로베리와 드와이트 구든은 여러 안 좋은 이유로 재능에 비해 오래 활약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데뷔 당시의 임팩트는 굉장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두 선수의 활약에 메츠는1986년 또 한 번의 ‘어메이징’한 시즌을 보내면서 구단 역사상 두 번째(그리고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구든만큼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더가드는 6피트 6인치의 매우 큰 키에서 시속 90마일 후반대의 강속구를 뿌린다. 패스트볼 외에 커브도 플러스급의 구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 번째 구종으로 체인지업도 발전한 모습이다. 신더가드는 키가 크고 매우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는 흔치 않게 꾸준히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17세의 나이로 루키 리그를 경험한 이후 신더가드의 9이닝당 볼넷 숫자가 가장 많았던 때는 32이닝 동안 11볼넷을 내준 20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더가드의 신인상 수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메츠의 5인 선발 로테이션(맷 하비 - 제이컵 디그롬 - 잭 윌러 - 바톨로 콜론 - 존 니스)이 탄탄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선발 다섯 명만으로 시즌을 끌고 가는 경우는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희귀한 사건이다. 그리고 메츠는 가까운 장래 하비, 윌러, 디그롬과 함께 신더가드가 로테이션에 합류한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다. 팀의 계획에 들어있는 신더가드에게 분명 기회는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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