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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400홈런 대기록, 이래서 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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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400홈런 대기록, 이래서 더 위대하다

[베이스볼 Lab.] 제2의 이승엽이 나올 가능성이 낮은 이유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전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마침내 400홈런 고지에 도달했다. 이승엽은 3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회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시즌 10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400호 홈런,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400호 홈런이 나온 순간이다.


이승엽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 위해서는 별다른 논쟁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간단한 몇 가지 사실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믿기지 않지만 사실인’ 기록들 말이다.


-통산 300홈런을 때려낸 역대 KBO리그 타자는 이승엽을 포함해 7명에 불과하다. 이 중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이승엽 하나뿐이며, 이승엽에 이어 2위인 양준혁의 통산 홈런은 351개로 49개나 적다.


-이승엽은 전성기인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을 한국이 아닌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지만, 만약 이 8년간 자신의 연평균 기록(125.6경기 32.5홈런)을 꾸준히 유지했다고 가정할 경우 이승엽의 통산 홈런은 260개를 더한 660개가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다.


-개인 통산 400홈런은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도 드문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 400홈런 이상 타자는 올해 새롭게 가입한 벨트레-미겔 카브레라까지 53명에 불과하다. 올해 32세인 미겔 카브레라는 13시즌 동안 1871경기에서 401개의 홈런을 때려냈는데, 이승엽은 비슷한 홈런 개수를 13시즌 1559경기에서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홈런 1위 배리 본즈는 2986경기 762홈런으로 3.92경기당 1개꼴로 홈런을 때려냈다. 이승엽은 1559경기 400홈런으로 3.9경기당 1개씩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 비율을 2986경기로 환산할 경우, ‘766’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온다.

▲3일 포항 롯데전에서 개인 통산 40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 ©삼성라이온즈

이승엽의 이런 위업을 앞으로 누군가가 깰 수 있을까? 야구에 불가능은 없는 법이라지만, 이번 세기 안에 볼 수 있을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이승엽에 앞서 홈런 1위 자리를 오래도록 지킨 장종훈(현 롯데 타격코치)은 1999년 이만수(전 SK 감독)가 갖고 있던 252홈런 기록을 깨뜨린 바 있다. 하지만 그 시즌 이승엽은 5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23살 나이에 146홈런을 달성했으며, 이승엽이 장종훈의 기록을 언젠가는 넘어설 것이란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반면 현재 KBO리그 타자들 중 이승엽의 400홈런,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홈런 기록에 도전할 선수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현역 타자 중 이승엽의 홈런 기록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299홈런을 기록중인 NC 다이노스 이호준이다. 그러나 이호준은 1976년생으로 이승엽과 동갑내기이며, 이호준은 국내에서 13시즌을 보낸 이승엽보다 더 많은 시즌(18시즌) 동안 더 많은 경기(1559 < 1776)에 출전하고 있다.


이호준의 뒤를 이어 200홈런 이상 때려낸 현역 타자로는 한화 김태균(240홈런), KIA 이범호(230홈런), kt 장성호(220홈런), 두산 홍성흔(202홈런)이 있지만 이들 모두 30대 중반 이상 베테랑으로 남아있는 시간이 지나온 시간보다 많지 않다. 게다가 이들 4명 중 시즌 30홈런 이상을 기록해본 선수는 김태균(2003년, 2008년)에 불과하며, 현재의 김태균은 홈런타자보다는 출루 능력 뛰어난 중장거리 타자에 더 가깝다. 연평균 19.3개의 홈런을 생산해온 김태균이 앞으로 40세 시즌까지 매년 그만큼씩 홈런을 때려낸다 가정해도 386홈런으로 400개에 미치지 못한다. 산술적으로 400개는 도달하기 쉽지 않은 수치다.


아직 역대 홈런 기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젊은 타자들의 경우엔 어떨까. 이 경우에도 쉽지 않다. 400홈런은 20년 동안 매년 20홈런씩 때려내야 간신히 도달할 수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이승엽, 이호준 등 몇몇 아웃라이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타자는 30세 이후 장타력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며, 따라서 30세 이전에 가능한 많은 홈런을 때려내야만 이후 홈런수 감소에도 대기록을 노려볼 수 있다.


이승엽은 프로 데뷔 첫 해인 1995년 19살의 나이로 두 자리 수 홈런(13개)을 때려냈으며, 3년차인 1997년에는 21세 나이에 30홈런 고지를 점령했다(32개). 대졸 신인 선수가 프로 유니폼을 입는 나이인 23세까지 이승엽이 쳐낸 홈런은 146개에 달하며, 이 기록만으로도 KBO 역대 39위에 해당하는 대단한 기록이다. 또한 될성부른 대졸 신인이 1군에서 자리를 잡는 나이인 25세까지 이승엽이 쳐낸 홈런만 따져봐도 221개로 KBO 역대 16위에 달한다. 이승엽은 이미 20대 초반에 많은 것을 이뤄냈다.


하지만 최근 KBO리그는 리그 전체적인 수준 향상으로 갈수록 나이 어린 타자들의 데뷔 시기가 뒤로 늦춰지는 추세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을 받은 유망주도 바로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장타력을 발휘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애초에 재능 있는 선수들은 투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고교와 대학에서 장타력을 뽐낸 타자라도 프로에서 바로 1군 투수들의 구위와 변화구에 대처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낸다.


최근 신인들은 대부분 1군에서 2~3년간 경험을 쌓은 뒤 군에 입대했다가 제대 후에 주전으로 자리잡는 코스를 거친다. 이 때문에 리그 홈런 상위권은 외국인 타자들과 30세 이상 베테랑 선수들만이 이름을 올리는 실정이다. 다음 표는 2010년부터 최근 5년 동안 시즌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려낸 25세 이하(당해년도 기준) 선수들의 명단이다.

▲최근 5시즌 25세 이하 두자리수 홈런 타자


2010~2014년까지 25세 이하 타자의 두 자리 수 홈런 시즌은 총 18차례 나왔다. 이 중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NC 나성범은 지난해 만 25세로, 대학을 졸업하고 이미 프로 입단 3년차에 접어든 상태였다. 가장 어린 나이에 두 자리 수 홈런을 쳐낸 LG 오지환은 스무 살인 2010년 13개 홈런을 쳐냈지만 그 이후로는 5년간 34개를 추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한 입단 첫 해 23세 나이로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려낸 NC 권희동은 다음해 홈런 7개를 추가한 뒤 올해 상무에 입대한 상태다. 스무 살 시즌인 2006년 12개 홈런을 때려내며 기대를 모은 SK 최정이 첫 10년간 때려낸 홈런 수는 167개로, 이승엽이 첫 9년간 기록한 홈런 수(324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요약해 보자. 이승엽은 19살에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주전 자리를 꿰찬 뒤 타격에서 재능을 발휘했으며, 남들이 막 1군에 데뷔할 나이에 이미 엘리트 타자들의 통산 홈런수와 맞먹는 홈런을 작성했다.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다듬는 기간도, 상무와 경찰청에서 보내는 기간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마흔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젊은 후배들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생활 때문에 문제를 빚거나 경기력에 악영향을 받은 적도, 동료와 감독의 신뢰에서 벗어난 적도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다.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선수가 다시 한번 나올 수 있을까? 글쎄, ‘절대’라고 까지는 못 하겠지만, 그 가능성은 서울 거리에서 낙타와 접촉할 확률보다도 희박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승엽의 400홈런은 정말 놀라운 대기록이다. 먼 훗날 우리는 이 대기록을 우리 시대에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오래도록 자랑하게 될 것이다.

기록출처: www.baseball-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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