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 로버트 위버는 “야구팬들은 마약중독자다. 그들의 마약은 야구 기록”이라는 말로 야구의 특징을 정의했다. 그의 말처럼 매일매일 경기를 치르는 야구는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내는 스포츠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대기록들은 야구팬의 마음을 두근대게 하고,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플레이에 영원한 생명을 불어넣는다. 다가오는 2015시즌에는 얼마나 풍성한 기록잔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베이스볼 Lab.>에서는 지난번 메이저리그 대기록에 이어, 이번에는 2015 프로야구에서 나올 대기록을 정리해 봤다. 먼저 타자편이다.
2000안타
1. 홍성흔 (-43개, 가능성: 확실)
2. 박한이 (-188개, 가능성: 낮음)
3. 정성훈 (-203개, 가능성: 매우 낮음)
프로야구 역대 단 4명의 선수(양준혁, 장성호, 이병규, 전준호)만이 달성한 2000안타 대기록에 올해는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할 전망이다. 두산의 ‘에너자이저’ 홍성흔이 그 주인공이다. 2014 시즌까지 통산 1957안타를 기록한 홍성흔은 43개의 안타만 추가하면 역대 5번째 2000안타 클럽 가입자가 된다. 특히 기존 4명의 가입자가 모두 좌타자로, 오른손 타자로는 최초의 2천안타 선수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기록 달성은 거의 99.9% 확실시된다. 홍성흔은 2008년 이후 7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 중이며, 가장 안타수가 적었던 2007년에도 80경기에서 62안타를 쳐낸 바 있다.
한편 1812안타를 기록 중인 삼성 박한이는 기록 달성까지 188안타를 남겨두고 있어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 박한이의 개인 한 시즌 최다안타는 2003년 기록한 170안타였으며, 올 시즌 늘어난 경기수(144G)를 감안해도 만만치가 않다. 이는 203안타를 남겨둔 LG 정성훈도 마찬가지. 경기수가 증가한 이번 시즌에는 2014 서건창에 이은 200안타 타자 탄생 가능성이 높지만, 정성훈의 한 시즌 최다안타는 2007년 129안타였다. 따라서 박한이-정성훈의 2000안타 클럽 가입은 올해보다는 2016년 시즌 초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400홈런
이승엽 (-10개, 가능성: 매우 높음)
300홈런
이호준 (-15개, 가능성: 높음)
후배들의 ‘인생교본’, NC 이호준은 현역 중 이승엽 다음으로 많은 285홈런을 기록 중이다. 15개만 추가하면 역대 8번째 300홈런 클럽 가입자가 된다. 이호준이 최근 세 시즌 연속으로 15홈런 이상 기록한 점, 올해부터 늘어나는 경기수를 감안하면 시즌 중에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호준은 18년의 현역 생활 중 10번의 시즌에서 15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반면 홈런수가 한 자릿수에 그친 시즌도 다섯 차례나 되는데, 대부분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시즌이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는 게 관건이다.
250홈런
이범호 (-28개, 가능성: 낮음)
현역 KBO 선수 홈런 4위(222개) KIA 이범호는 역대 12번째 250홈런 고지에 도전한다. 이 기록을 달성하려면 시즌 중에 28홈런을 쳐내야 하는데, 그간 이범호의 커리어를 봐선 쉽지 않은 수치다. 이범호가 가장 많은 홈런을 친 건 26개를 기록한 2005년으로 스물네 살 적이었으며, 한국 유턴 뒤에는 2013년 기록한 24개가 최다 홈런이다. 다만 홈런 4개만 추가하면 역대 최다홈런 13위 이대호(225개)와 순위는 바꿀 수 있다.
400 2루타
1. 장성호(-10개, 가능성: 반반)
2. 이승엽(-26개, 가능성: 약간 높음)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장성호는 양준혁(458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 400개 2루타에 도전한다.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안타를 쳐내던 전성기였다면 언론에서 눈치채기도 전에 일찌감치 400개를 채웠겠지만, 최근 두 시즌 모습으로 봐선 아주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장성호가 최근 5시즌 동안 기록한 WAR 합계는 1.1에 불과하며, 최근 세 시즌 OPS+는 117->98->64로 하락을 거듭했다. 30대 후반에 이런 하락세를 반전시킨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새 소속팀 kt 위즈가 신생팀인 만큼 기회가 많다는 점은 기록 달성에 긍정적인 요소다. 장성호가 한 자릿수 2루타에 그친 건 데뷔 첫 해인 1996년(9개), 2010년(8개), 2014년(0개) 세 차례뿐이다. 한편 삼성 이승엽도 통산 374개 2루타로 400 2루타를 겨냥한다. 이승엽은 2014년 포함 통산 8차례나 한 시즌 30개 이상 2루타를 쳐냈고, 2003년과 2013년 외에는 전 시즌에 26개 이상을 기록했다. 평소 실력만 발휘한다면 시즌 막바지에 400개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50 3루타
1. 김주찬(-3개, 가능성: 약간 높음)
2. 이종욱(-5개, 가능성: 반반)
3. 정수빈(-8개, 가능성: 약간 낮음)
역대 다섯 번째 50개 3루타 기록에는 세 명의 외야수가 도전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KIA 김주찬. 3개를 남겨둔 김주찬은 최근 7시즌 연속 3개 이상 3루타를 기록 중이다. 다만 3루타가 치고 싶다고 해서 맘대로 나오는 기록은 아니기에, 기록 달성을 100% 낙관할 정도는 아니다. 한편 NC 이종욱은 50개까지 5개를 남겨두고 있는데, 한때 두 자릿수 3루타(2007년, 12개)를 기록한 적도 있긴 하지만 오래전 일이다. 최근 7시즌 중 3루타 5개 이상 시즌은 세 차례뿐이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한다. 8개를 남겨둔 두산 정수빈도 마찬가지. 정수빈은 프로 6시즌 중 두 차례 8개 이상의 3루타를 기록한 바 있다.
통산 3루타 순위를 살펴보면 재미난 점이 눈에 띈다. 1위 전준호(100개)부터 20위 박종호(35개)까지 상위 20명 중 19명이 모두 좌타자 또는 스위치 히터. 오른손 타자는 KIA 김주찬 한 명뿐이다. 이와는 반대로 통산 홈런 순위는 1~10위 중 이승엽(1위)과 양준혁(2위)을 제외한 나머지 8명 전원이 오른손 타자다.
통산 몸 맞는 볼 순위
최정 (통산 1위까지 -10, 가능성: 높음)
SK 최정은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인간자석 등극을 앞두고 있다. 프로에서 10시즌을 보내는 동안 몸에 맞은 공만 156개. 이는 은퇴한 박경완(166), 박종호(161)에 이은 역대 3위이자 현역 선수로는 유일한 10위권 기록이다(박석민 11위). 최정은 올 시즌 6번만 더 몸에 맞으면 박종호를 넘어 역대 2위, 11개를 맞으면 박경완까지 제치고 역대 1위 자리에 오른다. 이미 2007년부터 8시즌 연속 한 시즌 11개 이상의 몸 맞는 볼을 기록 중이기에, 지금까지 모습 그대로라면 시즌 중에 무난히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구단의 한 타격코치는 최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공을 피하는 반사신경이 늦은 편인 것 같다. 일부러 맞는 게 아니라 못 피해서 맞는 거다.” 하지만 최정의 앞으로 선수 생활을 생각하면, 이런 대기록은 가급적 먼 훗날에 달성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200 병살타
정성훈(-11개, 가능성: 약간 높음)
LG 정성훈은 역대 두 번째 200개 병살타에 11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역대 1위는 두산 홍성흔이 기록한 214개. 정성훈은 2008년부터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병살타를 기록했으며, 최근 12시즌 중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11개 이상의 병살타를 때렸다. 변수는 올 시즌 정성훈의 타순. 지난해처럼 톱타자를 맡는다면 주자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나오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그만큼 병살타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
400도루
김주찬(-49개, 가능성: 매우 낮음)
KIA 김주찬은 현재 351도루로 역대 7위에 올라 있다. 만약 올 시즌 49개 도루에 성공한다면, 전준호-이종범-정수근-이대형에 이어 역대 5번째 400도루 고지를 밟게 된다. 가능할까? 김주찬이 49개 이상 도루를 한 시즌은 65도루를 기록한 2010년 한 번뿐이다. 게다가 KIA로 이적한 최근 두 시즌은 23개, 22개로 도루가 줄어드는 추세. 계속되는 부상도 도루 시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400도루로 가는 길이 멀고 험하다. 대신 도루 21개를 추가해 이순철(371개)을 제치고 역대 5위 자리는 노려볼 만하다.
300도루
1. 이종욱(-2개, 가능성: 확실)
2. 박용택(-16개, 가능성: 약간 낮음)
3. 이용규(-43개, 가능성: 매우 낮음)
300도루 기록에는 세 명의 외야수가 도전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NC 이종욱. 298개를 기록 중이라 2개만 추가하면 300도루 고지에 오른다. 이종욱이 겨우내 30kg을 찌워서 걸어 다니기도 힘든 지경이 되지 않는 한, 개막 첫 주에도 달성 가능하다. 반면 16개를 남겨둔 LG 박용택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 2012년 30도루를 하긴 했지만 이후로는 13개-11개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30대 후반에 4년짜리 FA계약을 맺은 입장이라, 부상 위험이 있는 도루 시도는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257도루를 기록 중인 한화 이용규도 마찬가지. 이용규의 도루 수는 2013년 21개에서 2014년 12개로 뚝 떨어졌으며, 43도루 이상 기록한 시즌도 2012년(44개) 한 번뿐이다. 무엇보다, 올 시즌 이용규의 목표는 대기록 달성이 아니라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1000득점
1. 이병규 (-11점, 가능성: 약간 높음)
2. 박용택 (-102점, 가능성: 매우 낮음)
득점 기록은 선수 본인도 자주 출루하면서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뒤에 나오는 타자가 적시타를 때려내야 얻을 수 있는 기록이다. 따라서 이 기록을 위해 선수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홈런을 쳐서 ‘셀프’로 득점까지 하거나, 아니면 그저 열심히 안타 치고 볼넷 얻어 루상에 나가는 것뿐이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100득점 이상 기록한 30명 중 28명이 두 자릿수 홈런 타자인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LG의 9번 이병규는 역대 10번째 1000득점 클럽에 11점을 남겨뒀다. 이 정도는 출루할 때마다 대주자로 교체되지 않는 이상 무난히 달성 가능한 수준. 반면 같은 팀 소속인 박용택은 1000득점까지 무려 102점이나 남겨두고 있어 올해 중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박용택의 한 시즌 최다득점은 2009년 기록한 91인데, 그 해 박용택은 개인 한 시즌 최다안타(168개)와 최다홈런(18개)를 기록한 바 있다.
1000타점
1. 이병규 (-37점, 가능성: 반반)
2. 김태균 (-83점, 가능성: 반반)
9번 이병규는 올 시즌 1000득점-1000타점 동시 달성을 노린다. 현재 963타점으로 1000타점까지는 37점만 남겨둔 상황. 이병규가 이보다 적은 타점을 올린 건 44경기 출전에 그친 2003년(30타점)과 62경기에 나선 지난해(25타점) 두 차례뿐이다. 다시 말해, 건강하게 한 시즌 꾸준히 경기에 출전해야 대기록 달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화 김태균의 경우는 본인 능력보다는 한화 동료들의 지원에 대기록 달성이 걸려 있다. 김태균은 10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 중인, 장타력과 정확성을 겸비한 타자. 하지만 아무리 개인 능력이 뛰어나도,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타점을 추가할 방법이 솔로 홈런 하나뿐이다. 김태균이 1000타점까지 남겨둔 타점은 83개로, 통산 12시즌 중 이보다 많은 타점을 올린 시즌은 절반인 여섯 차례다. 팀 동료들이 활발하게 루상에 출루하고 찬스를 만들어 준다면, 충분히 시즌 내에 달성할 수 있다. 만약 김태균이 1000타점에 도달하게 되면, 박경완(995타점)을 제치고 역대 1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현재 16위).
*투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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