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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IB 지분율을 확보하라!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AIIB, IMF의 전철 밟으면 신뢰 얻기 힘들어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설 준비 작업이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싱가포르에서 AIIB 창립의향 회원국 총 57개 국가의 최고책임자가 모여 회의를 진행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주로 지분율(투표권), 이사회 운영방식, 중국의 거부권 행사 등의 내용이 다뤄질 것으로 보여 그동안 AIIB의 최대 쟁점이었던 지분율이 어떻게 배분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분율, 왜 쟁점이 되는가?

작년 10월 초 베이징(北京)에서 AIIB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할 당시 국내총생산(GDP)을 회원국 간 지분율 배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하지만 AIIB 창립의향 회원국이 늘어나고 유럽이 합세하면서 아시아 및 비(非)아시아국가들 간 지분율 배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왜 지분율 배분은 쟁점이 되는 것일까? 이는 AIIB도 은행으로서 일종의 주식회사이기 때문이다. 즉 각국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국제금융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지분율은 어떻게 배분되어 있을까?

▲ 지난 2014년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식. ⓒAP=연합뉴스

IMF와 IBRD 지분율 산정

IMF는 1944년 체결된 브레턴우즈 협정(Bretton Woods agreement)에 따라 1945년 설립되었다. IMF 지분은 쿼터(quota)로 불린다. IMF 쿼터는 투표권과 특별인출권(SDR, Special Drawing Rights) 배분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특별인출권이란 IMF 회원국이 외화부족으로 위기에 처할 시 무담보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IMF 회원국의 투표권은 기본표와 비례표로 구성된다. 기본표는 회원국에 일률적으로 250표씩 주어지고, 비례표는 회원국이 납입한 쿼터 '10 SDR당 1표'씩 배분된다. 결국 회원국이 납입하는 쿼터에 따라 IMF 지분율이 결정된다. IMF는 회원국의 경제력을 고려하여 적정 규모의 쿼터를 산출하기 위해 GDP, 보유외환, 수출입 규모 및 변동성 등을 고려한 계산방식을 도입하였다.

세계은행은 브레턴우즈 협정에 근거하여 설립되었다. 일반적으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국제개발협회(IDA)를 합쳐 세계은행이라 부르는데, 세계은행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IBRD의 지분율 산정 방식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IBRD 역시 IMF와 같이 회원국의 투표권은 기본 표와 비례 표로 구성된다. 기본 표는 회원국에게 일률적으로 250표씩 주어지며 비례 표는 출자주식 1주당 1표씩 배분된다. 출자주식은 경제력 75%, 재원 기여도 20%, 개발기여도 5%를 적용하여 산정한다. 그러나 경제력의 비중이 가장 높아 경제력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지분율 산정은 공식일 뿐, 실상은?

IMF와 세계은행 지분율 산정 공식을 보면 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공식은 공식일 뿐 결국 경제규모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현재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IMF 지분의 60%를 차지하면서 과다대표(over-representation)되어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높은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반면 신흥 개도국들은 상대적으로 과소대표(under-representation)되어 있다. 신흥 개도국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경제규모에 상응한 지분율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공식에 근거하기보다는 회원국 간 정치적 협상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AIIB의 지분율 산정

AIIB의 지분율은 이번 회의에서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명칭에 맞게 지분율을 아시아와 비아시아로 나눠 각각 75%와 25%로, 혹은 70%와 30%로 배분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협상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중국이 유럽 국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스스로 거부권을 포기하겠다는 제안까지 했기 때문에 지분율에 있어서만큼은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지분율을 확보하면 거부권에 준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F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의사결정 기준은 85%로, 회원국 85% 이상이 찬성해야 의제를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지분율은 16% 이상으로, 결국 미국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는 구조다. 현재, 중국 정부는 GDP만을 고려했을 때 중국의 지분이 30% 내외가 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만약 AIIB가 의사결정 기준을 70% 이상으로 정한다면 중국은 거부권에 준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은 줄곧 AIIB의 창설 목적이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순수하게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투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설득력은 지분율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AIIB가 신뢰성과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창립회원국들 간 균형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국내 기업 투자기회 확대 및 통일시대 대비 등 경제적 이익을 위해 지난 3월 말 AIIB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IMF와 세계은행에서 우리나라의 지분율은 경제규모에 비해 과소대표되어 있다. AIIB 참여 결정이 다소 늦어 아쉬운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국내 기업의 투자기회를 확대하고 통일시대 대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분확보를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본다.

(신금미 교수는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통상산업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홈페이지에서도 '한중 관계 브리핑'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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