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 대필 사건' 재심에서 누명을 벗은 강기훈(51) 씨가 검찰과 법원의 사과를 요구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강 씨는 18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을 통해 입장을 내고 "당시 수사 검사들과 검찰 조직은 제가 유서를 쓰지 않은 것을 알면서 진실을 왜곡했다"며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에 대해서도 "법원은 1991년, 1992년은 물론이고 재심 후에도 2009년 검찰 재항고 사건을 3년이나 방치하고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며 "법원도 한 마디 사과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저를 끝으로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책임을 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 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 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강 씨는 자살방조죄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의 확정 판결을 받아 만기 출소했지만, 10년이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유서 필체가 강 씨가 아닌 김 씨의 것으로 보인다는 진상 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후 대법원은 강 씨가 재심을 청구한 지 4년여 만인 2012년 10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고, 지난 14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다. 사건 발생 24년 만의 일이었다.
강 씨의 입장 발표는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 이후 처음 나온 것으로, 법원 선고 당시 그는 암 투병 등으로 인한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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