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유서를 대필해주고 운동권 동료의 자살을 부추긴 `배후세력'으로 몰려 유죄 판결을 받고 옥살이를 했다가 재심에서 22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강기훈(50)씨에 대해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
서울고검은 19일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도 불린 이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지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대법원 판결에서도 유죄 증거로 채택됐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필적감정 결과의 신빙성을 재심 재판부가 배척하면서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어 "사건 자체가 1991년 사망한 김기설씨의 유족들이 김씨의 필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수사가 시작됐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사와 재판이 진행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온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돼 1992년 7월 징역 3년이 확정됐던 강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전국민족민주연합(전민련) 간부였던 김기설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서강대 본관 5층 옥상에서 몸에 불을 붙이고 투신자살한 뒤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는 자살 배후로 지목돼 기소됐으며 유죄를 선고받고 3년간 복역했다.
그러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7년 11월 국과수의 재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김씨가 직접 유서를 작성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고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고, 강씨는 곧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맡은 재판부는 "1991년 당시 국과수 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고 검찰의 다른 증거만으로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작성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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