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메이저리그 포지션 별 최고의 선수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이견의 여지가 전혀 없을 포지션이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트로이 툴로위츠키가 몇 년째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유격수 포지션이다.
툴로위츠키는 풀타임 첫해인 2007년 .291/.359/.479의 타격라인과 함께 2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화려하게 빅리그에 등장했다. 그해 신인상 투표 2위(당시 1위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라이언 브런)에 올랐고, 소속팀 콜로라도는 창단이래 처음으로 월드시리즈까지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툴로위츠키가 최고의 성적을 낸 기간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툴로위츠키는 3년 연속으로 MVP 투표 10위 안에 들면서 3할이 넘는 타율과 장타율 .554, 89개의 홈런을 쳐냈다. 유격수 자리에서 1루수 급의 타격을 보여주면서, 수비까지 골드글러브를 2회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니 최고 유격수라는데 이견이 없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그런 툴로위츠키의 가장 큰 적이 있다면 바로 ‘부상’이다. 데뷔 이후 부상자명단에 올라 빠진 경기만 하더라도 295경기나 된다. 부상자명단까지는 아니지만 자잘한 부상으로 빠지는 경우도 잦아 데뷔 10년차 선수지만 사실상 8년을 뛰었다 봐도 무방할 정도. 그러나 이렇게 부상이 잦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툴로위츠키보다 더 나은 유격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찾아볼 수 없다.
콜로라도 로키스가 계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의 유격수와 연관된 트레이드설이 모락모락 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매년 오프시즌마다 등장하던 트레이드 루머는 한국시간으로 5월 13일 오전 <뉴욕 포스트>의 조엘 셔먼이 툴로위츠키가 다가오는 금요일(한국시간)에 에이전트와 만나 팀에 트레이드를 요청할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 보도하면서 이제 루머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인 LA 다저스와 8경기 이상으로 벌어진 꼴찌 로키스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그리고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이나 월드시리즈를 꿈꾸는 팀들 중에는 툴로위츠키를 데려오기 위한 유망주 패키지를 갖추고 있으면서 유격수가 구멍인 팀이 여럿 있는 상황이다. 툴로위츠키 트레이드가 일어나기 위한 최적의 상황이 갖춰진 셈이다. 그렇다면 만약 툴로위츠키가 정식으로 트레이드를 요구할 경우, 현실적으로 어떤 팀들이 툴로위츠키 영입전에 뛰어들 수 있을까?
가능하긴 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팀들
보스턴 레드삭스
보스턴은 오프시즌 파블로 산도발, 핸리 라미레즈 등에게 거액을 투자했지만 성적은 여전히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꼴찌다. 이미 보스턴은 높은 선수단 연봉 탓에 사치세까지 지불하고 있는 상황. 사치세를 낼 정도로 많은 선수단 연봉을 감당하는 팀이라면 초반 성적이 실망스럽더라도 시즌을 접기보다는, 더 많은 판돈을 걸게 마련이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트로이 툴로위츠키의 연봉을 감당할 재정적인 능력과 툴로위츠키를 데려오기위한 유망주 패키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보기 드문 팀 중 하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현재 보스턴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투수진이지 타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만약 유망주와 스타 선수를 트레이드 하게 되더라도, 그 대상은 트로이 툴로위츠키가 아닌 에이스급 선발투수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트레이드가 일어나려면 필요성, 재정, 대가 3가지가 모두 갖춰져야만 한다. 앞서 언급한 보스턴 레드삭스는 재정과 대가를 갖추곤 있지만 필요성이 떨어지는 쪽이라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필요성과 대가를 가지고 있지만 재정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트레이드가 일어나기 힘든 경우다. 올 시즌 굉장히 부진한 유격수 조디 머서는 지난 시즌 활약을 놓고 봐도 툴로위츠키와 비교하기는 불가능한 선수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으며, 머서가 툴로위츠키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 보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더 올려줄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을 것이다. 피츠버그는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시즌 개막 전 선정한 유망주 랭킹에서 7위에 랭크될 정도로 좋은 팜을 가지고 있으며 투수, 내야수, 외야수, 포수 등 다양한 포지션에 유망주를 가지고 있어 대가를 맞춰주기도 수월하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파이어리츠가 툴로위츠키의 연봉을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인 능력이 있었더라면 과거 A.J. 버넷에게 퀄리파잉 오퍼조차 신청하지 못했던 일은 없었을 것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현재의 성적을 완전히 포기하고 더 나은 드래프트 픽을 얻기 위해 탱킹을 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 덕분에 휴스턴이라는 빅마켓을 가지고 있음에도 작년 시청율이 무려 0%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있었을 정도로 팬베이스가 붕괴되었다. 덕분에 작년 92패를 당했던 팀이 이번 시즌 92승 이상의 페이스로 순항하면서 지구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휴스턴의 관중 동원은 평균 2만 3천명대에 그치면서 처참한 상황이다. 비슷한 만년 약체 팀이었던 워싱턴 내셔널스는 외야수 제이슨 워스에게 오버페이 했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우리는 더 이상 약체가 아니고 제대로 성적을 낼 준비가 된 팀이다.’라는 메시지를 팬들에게 주었고, 팬베이스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만약 휴스턴도 팬들에게 ‘이제 더 이상 우리는 100패를 하는 팀이 아니라 우승에 도전하는 팀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주려 한다면, 트로이 툴로위츠키같은 스타의 영입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 마이너리그에 남아있는 최고 유망주인 카를로스 코레아의 포지션도 유격수라는 점이 걸린다. 얼마 전 코레아는 트리플A로 승격되었고 곧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다.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지는 팀들
뉴욕 메츠
시즌 초반 끝없는 연승 행진을 달릴 때의 모습은 아니지만, 메츠는 여전히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지만 시즌 초반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워싱턴 내셔널스가 바짝 따라붙은 상황에서 유격수 윌머 플로레스를 툴로위츠키로 업그레이드 시킨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플로레스는 공격에서는 유격수 치고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수비에서 정신을 놓은 듯한 플레이가 잦아 메츠 투수들을 자주 ‘멘탈 붕괴’시키곤 한다. 툴로위츠키를 위해 지불할 수 있는 유망주도 충분하다. 13일(한국시간) 데뷔전에서 시속 90마일 중후반대의 빠른 공을 뿌리면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 노아 신더가드를 축으로 한 패키지라면 툴로위츠키를 산에서 내려오게 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뉴욕을 연고로 하는 빅마켓 팀이기에 툴로위츠키의 잔여 계약(6년 1억1800만 달러)을 커버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며, 스타 선수를 데려올 때의 이점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뉴욕 메츠가 시카고 컵스의 유격수 중 하나(스탈린 카스트로나 애디슨 러셀)를 노리고 있다는 루머가 널리 퍼져있다. 깐깐한 테오 엡스타인과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고개를 돌려 다른 타겟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뉴욕 양키스
메츠가 아니라도 툴로위츠키의 행선지는 뉴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툴로위츠키가 지터에 이어 양키스의 유격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루머는 최근 몇 년간 이미 셀 수 없이 들려왔다. 지터가 남겨놓고 떠난 자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트레이드 해온 디디 그레고리우스가 대신하고 있지만, 그는 현재 은퇴한 지터가 다시 돌아와도 이것보단 나아 보일 타격성적(.211/.276/.242)을 기록 중이다. 툴로위츠키만 온다면 양키스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 자리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상황. 양키스에게 있어 툴로위츠키의 연봉은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이며, 콜로라도의 귀를 솔깃하게 할 유망주 패키지(우완투수 루이스 세베리노, 외야수 애런 저지 등)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또한 메츠와 마찬가지로 뉴욕을 연고로 하는 대도시 팀이기에 스타 선수를 데려왔을 때의 이점을 최대한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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