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most) 가치 있는(valuable) 선수(player). 사전적 의미 그대로 MVP는 최고의 선수,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서 MVP를 놓고 경쟁할 유력한 후보 5명을 추려봤다. 아메리칸리그에 이어 이번에는 내셔널리그 후보들을 소개한다.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 말린스)
2014 성적: 145경기 .288/.395/.555 wRC+ 159 fWAR 6.1
지난해 13년간 총액 3억 2500만 달러짜리 대형 계약을 체결한 스탠튼은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내셔널리그 MVP 후보다. 스탠튼은 스카우트들이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인 20-80 스케일에서 80점짜리, 혹은 80점 그 이상의 파워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힘만 좋은 선수는 많지만, 스탠튼은 그 무지막지한 힘을 완벽한 타격 메커니즘을 통해 실제 경기에서 폭발적으로 뿜어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투고타저가 갈수록 심화되는 리그에서 팬들에게 시원한 홈런의 맛을 안겨주는 선수다.
스탠튼은 2014년에도 시즌 막판까지 가장 유력한 MVP 후보로 꼽혔지만, 9월 밀워키전에서 상대 투수 공에 얼굴을 얻어맞는 불운을 겪었다. 결국 안면 복합골절로 시즌을 마감하며 MVP 레이스에서도 멀어졌다. 아직 부상 후유증이 남은 스탠튼은 올 시즌 ‘검투사 헬멧’으로 불리는 안면보호헬멧을 착용하고 타석에 들어설 예정이다. 건장한 체구와 달리 스탠튼은 해마다 크고 작은 부상이 잦은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는 얼굴에 공을 맞는 불행 전까지는 별다른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렀다. 올 시즌에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MVP 경쟁에서 더욱 앞서 나갈 수 있다.
앤드류 매커친(피츠버그 파이어리츠)
2014 성적: 146경기 .314/.410/.542 wRC+ 168 fWAR 6.8
마이크 트라웃이라는 괴물만 아니었다면, 단연코 현시대 최고의 외야수로는 해적단의 해적선장 매커친이 꼽히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매커친은 트라웃을 제외하고 2012년부터 최근 3년 동안 리그에서 가장 많은 fWAR(21.8)를 적립한 선수. 지난 세 시즌 연속으로 올스타전에 선발됐고 MVP 투표에서도 3위 이내에 들었다.
원래부터 타격이 뛰어난 선수였던 매커친은 지난 시즌 커리어 최고 출루율, wRC+등을 기록하면서 점점 더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86년생으로 아직 전성기를 지나는 중이라, 불의의 부상만 아니라면 적어도 앞으로 몇 년은 지금 같은 활약을 이어갈 전망이다. MVP는 리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그리고 매커친은 3년 동안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였다. 올해도 MVP 후보로 매커친을 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앤서니 리조(시카고 컵스)
2014 성적: 140경기 .286/.386/.527 wRC+ 153 fWAR 5.6
작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fWAR를 쌓은 1루수는 누구일까? 미겔 카브레라나 호세 어브레유 등이 떠오른다면 틀렸다. 정답은 이제 포텐셜이 만개하기 시작한 앤서니 리조다. 소속팀 시카고 컵스의 성적이 암울하지 않았더라면 리조의 이름은 진작에 많은 곳에서 언급되고 있었을 것이다.
리조는 2008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산하 마이너리그에 있던 시절, 림프종 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도 조기에 암을 발견해 완치 판정을 받았고, 이후 건강한 모습으로 좋은 타격 성적을 내면서 엘리트 유망주로 평가를 받았다. 두 번의 트레이드(보스턴->샌디에이고 ->시카고 컵스)를 거쳐 컵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리조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해서도 기대만큼 괜찮은 활약을 보여줬다. 문제는 좌완투수 상대로 너무나도 부진했다는 점. 2013시즌에는 좌완투수를 상대로 .189/.282/.342라는 처참한 타격라인을 기록하며 약점을 노출했다. 이에 리조는 지난 시즌에는 이전보다 더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으면서 약점인 바깥쪽 공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이에 효과를 보면서 2014 시즌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2014년 리조의 좌투수 상대 성적은 .300/.421/.507로 오히려 우완투수를 상대할 때보다 더 좋았다.
리조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이번 시즌 컵스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 자신했다. 작년 73승 89패로 중부지구 꼴찌를 차지했던 컵스지만, 리조의 말을 허풍으로 보기는 힘들다. 오프시즌 특급 좌완 존 레스터를 영입하는 등 착실한 전력보강을 했고, 탬파베이 레이스의 명장 조 매든까지 데려왔다. 이에 많은 전문가와 매체는 컵스를 이번 시즌 가장 유력한 다크호스로 거론하고 있다. 고전이 된 영화 <백 투 더 퓨쳐2>에서 영화 속 미래 2015년 컵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그간 비디오 게임으로 대리만족만 하던 컵스 팬들이 실제 경기에서 컵스의 연전연승을 볼 수 있다면, 리조의 MVP 수상 가능성도 수직 상승할 것이다.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014 성적: 109경기 .300/.396/.542 wRC+ 155 fWAR 4.4
앞서 앤서니 리조가 지난 시즌 1루수 중 가장 높은 fWAR를 기록했다고 했지만,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그 자리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폴 골드슈미트가 8월 첫 경기에서 피츠버그 투수 프리에리의 공에 손등을 맞지만 않았더라도, 그래서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하는 불운만 없었더라도 fWAR 1위는 골드슈미트가 차지했을 확률이 높다.
골디는 마이너 시절부터 대단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나이가 많다, 배트스피드가 느리다, 수비가 좋지 못하다, 삼진이 많다, 발이 느리다 등등 각종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ESPN의 키스 로가 골드슈미트에게 독설을 퍼부은 대표적인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베이스볼 아메리카>나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유망주 평가에서도 골드슈미트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골디는 그들의 평가가 모두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있다. 삼진은 많이 당하는 편이긴 하지만, 2년 연속으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으며 매년 꾸준히 높은 BABIP(페어 지역으로 떨어지는 타구의 안타 비율)를 올리고 있다. 이는 골드슈미트가 그만큼 좋은 질의 타구를 날려 보내고 있다는 증거다. 거기에 2011년 데뷔 이래 같은 기간 1루수 중 가장 많은 도루(46)를 해내는 모습은, 대체 왜 발이 느린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는지가 궁금할 정도. 이런 골디의 MVP 수상에 가장 걸림돌이 될만한 요소는 바로 팀 성적이다. 내년 시즌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라는 두 고래의 싸움에 새우등, 아니 애리조나 방울뱀 등이 터져버린다면 골디의 MVP 수상 가능성도 멀어진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2014 성적: 27경기 198.2이닝 ERA 1.77 FIP 1.81 239삼진 31볼넷 fWAR 7.2
이미 지난해 46년 만의 내셔널리그 투수 MVP를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이 있기에 일반적으로 투수에게는 MVP가 잘 주어지지 않지만, 현 ‘지구 최고의 투수’인 커쇼는 200이닝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MVP를 차지했다. 그동안 200이닝을 채우지 못하고도 MVP를 탄 투수들은 있어왔지만 그 투수들은 모두 ‘불펜 투수’들이었다는 점에서 커쇼의 퍼포먼스가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1988년생으로 아직 나이도 창창한 커쇼를 MVP 후보로 예상하지 않을만한 이유는 없다. 굳이 억지로 이유를 찾자면 투수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 정도. 그러나 아직까지 커쇼의 몸엔 빨간 불은커녕 ‘노란 불’도 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사이영상에 도전하는 커쇼가 MVP 2연패까지 도전할 수 있을까? 2년 연속으로 MVP를 탄 투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한 명(1944~1945 아메리칸리그 MVP 할 뉴하우저) 존재한다. 그리고 뉴하우저가 백투백 MVP를 차지하던 시기는 사이영상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