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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박근혜와 오바마 이후를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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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정은, 박근혜와 오바마 이후를 기다리나?

[한반도 브리핑] 북한, 남한·미국과 관계개선 할 의지 없다

최근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를 들여다 보면 진전의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관련 국가 외교관들이 모여 무슨 회담을 하면서 마치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를 차리고 있지만, 두고 보면 결국 국내정치용 및 국제정치용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련 국가 지도자들의 정치적, 전략적 리더십이 부재하거나 실종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혹은 설령 그러한 리더십이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어서, 실제 외교관이나 관료들이 해 낼 수 있는 것이 지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한일관계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한과 미국의 지도자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에 대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그들에게 위임한 외교 권한, 협상 권한을 이처럼 오랫동안 행사하지 않으면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우선 북한의 경우를 살펴보자. 김정은 제1비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언제쯤에나 본격적으로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에 산적해 있는 현안들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인가? 결론적으로, 김정은은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이후를 기다리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 정부가 먼저 대화와 협상에 나온다면 특별히 거절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동안 겪어보니 양국정부가 결코 그렇게 나올 리가 없는 정부임이 드러났기 때문에 먼저 대화하고 협상하자고 매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한미 양국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성명이나 비판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양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기대하면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또 한미 양국을 자극하여 뭔가 대화와 협상의 계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예컨대, 크고 작은 도발 사건을 일으키면,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가 어쩔 수 없이 관심을 갖게 되고 또 그에 대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인데, 북한은 최근 서해나 휴전선에서의 무력도발이나 제4차 핵실험, 장거리 혹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 인공위성 로켓 발사와 같은 일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박근혜 정부 및 오바마 정부와 관계개선을 거의 포기하고, 나름대로 그 이후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네 가지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2013년 봄에 파탄난 북·미 관계가 이후 실질적인 관계개선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2013년 3~4월 한미합동군사훈련 시 미국의 '공개적'인 대북 '핵무기 사용 위협 훈련'과 북한의 '공개적'인 대미 '핵공격 위협'으로 북·미 관계는 파탄났고,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금기사항이 깨졌다. 북한이 태평양 괌에 있는 미군기지들을 사정거리 안에 두고 있는 이동형 무수단 중거리미사일을 이용하여 미국을 "핵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무수단 미사일에 대한 미사일방어(MD) 능력에 한계를 느낌으로써 원래의 작전계획(Plan A)을 포기하고 대화를 제의하여(Plan B) "실질적이고 명백한" 전쟁의 위기를 넘겼다. 이후 한국을 미국 주도의 MD에 편입시키는 등 동아시아에서 MD를 완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에 나섰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도 바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8일 오전 백두산에 올라 해돋이를 지켜보고 있다. ⓒ노동신문 갈무리

한편, 북한은 미국의 공개적인 핵무기 사용 위협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안보위기에 대처하여, 중국과 면밀한 협의를 거친 뒤 핵 문제와 평화정착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고위급회담을 제의했지만(6.16제의), 미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해 10월 초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안보협의회(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맞춤형 억제전략'이 공식 채택됐고, 북한은 이를 미국의 대북 핵 선제공격 전략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처럼 2013년은 북한과 한미 양국 간 관계의 분수령을 이룬 해였다.

미국은 아직도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한반도 비핵화) 추구를 최우선적인 대북정책 목표로서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은 미국 관리들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하는 말과 문서에만 남아있다. 실제 2013년 봄 이후 오바마 정부의 북한 비핵화 노력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한일 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위협을 구실로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맹확약'(alliance assurance) 이라는 이름하에 핵우산 제공(확장억제)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김정은 제1비서가 북한의 지도자로 들어선 이후 협동농장과 공장, 기업소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한 개혁('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 나름대로 성과를 내어 농업과 경공업 분야에서의 증산으로 고질적인 식량난과 생필품난이 나름대로 해결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분야에서는 가뭄과 같은 통제하기 어려운 자연적 기상 조건에 의해 작년과 올해도 영향을 받고 있지만, 3~5명으로까지 농업생산단위를 축소시켜 '가족농'의 효과를 내면서(포전담당책임제) 그들에게 증산에 매진할 강력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그 성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곡물, 야채, 과일 생산을 포함해 단백질, 지방 등 균형 있는 영양 섭취를 통해 '식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생선과 고기 생산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농산과 축산, 수산을 3대축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공장과 기업소에서는 지배인의 권한 강화(지배인책임경영제), 임금성과급제 등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을 포함한 독립채산제를 실시하여 증산에 성공하고 있다. 상당한 규모의 해외 인력송출로 적지 않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어 개성공단을 통한 외화 유입의 중요성도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셋째,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예전에 비해 대폭 개선됐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상호 전략적 동맹으로서의 지위가 회복되고 있으며, 일본과의 관계도 일정한 정도의 안정성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록 한미 양국과의 관계가 막혀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이전보다 대외환경이 개선된 부분이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모스크바와 베이징에서 각각 개최될 자신들의 제2차 세계대전 70주년 전승기념일에 김정은을 적극적으로 초청하고 있다. 이는 중·소 양국이 북한에게 경쟁적으로 구애를 벌였던 1970~80년대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한 이후, 러시아는 북한이 소련에서 빌렸던 110억 달러의 채무 중에서 100억 달러를 청산해주고, 과거의 채무가 정리된 바탕 위에서 농업 등 경제, 군사, 우주항공 등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북한주재 중국대사의 교체, 경제협력 강화 등을 통해 대북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중 간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미국이 군사, 경제 등의 핵심 분야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해왔기 때문에 중국에게 있어서는 대미전선의 최전방에 있는 북한과의 동맹협력은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는, 비록 그 이행이 느리지만, 2014년 5월 북·일 양국 정부가 일본인 납치자 및 행방불명자 문제와 일본의 대북 제재문제에서 일정한 합의를 만들어 낸 뒤에, 양자 간의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면서 예전에 비해 상당한 정도의 안정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2012년 12월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했을 때에 비해 국제환경구조가 나름대로 개선된 상황에 있다.

마지막으로, 김정은이 생각하는 시간과 한미양국의 지도자들이 생각하는 시간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금과 같은 수령제 사회주의 하에서는 실질적으로 권력의 임기가 없이 북한을 오랫동안 지배할 수 있는 권력자인데 비해, 한미 양국의 지도자들은 4~5년을 임기로 하는 선출직 지도자이다. 그런데다가 김정은의 경우, 정치적으로는 장성택과 리영호 제거 이후 권력이 더욱 강화됐고, 위에서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경제와 국제환경이 나아진 상황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과의 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면, 다음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2~3년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위와 같은 이유들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북한에게는 물론이고 우리민족 전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미 양국과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6.25 전쟁의 종결, 평화체제 수립 등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북한이 소련붕괴 이후 추구해온 '21세기 생존과 발전 전략'의 핵심 중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쪽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한미 양국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모양내기 외에 실질적으로 하는 것 없이 손 놓고 있어야만 하는가? 북한이 아직도 스스로 천안함을 폭침시켰다고 인정하고 나오고,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손들고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가? 아니면, 무엇을 딱히 기대하거나 기다리는 것도 없이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인가?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는 서로 상대방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거기 그대로 머물러있는 관계가 아니다. 분단 70년 이후 구조적으로 악화되어온 '한반도 문제'는 그것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북핵문제, 북한미사일문제, 한반도 사드 배치문제 등에서 보듯이, 현안들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나중에는 문제 해결 자체가 불가능해져 우리와 후손들에게 그대로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악순환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지도자들은 물론 우리 모두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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