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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남북관계, 김정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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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남북관계, 김정은에 달렸다?

[한반도 브리핑] 북의 의중보다는 남의 대응과 선택이 더 중요하다

연말을 맞아 각 연구기관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한 정세 전망 보고서가 경쟁적으로 제출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에서부터 정부 부처 외교·안보·국방 분야 연구소들과 전문성을 가진 민간 연구소들 모두 2014년 정세 평가와 2015년 정세 전망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2015년 남북관계 전망에서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전제로 내년에도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존재하는 한편, 정치적 불안정과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내년엔 군사적 도발과 핵실험 등을 강행함으로써 대외적 강경노선에 나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존재한다.

물론 2015년 남북관계 기상도는 맑을 수도 있고 흐릴 수도 있다. 2014년에도 남북대화와 관계개선의 노력이 있으면서 동시에 경색국면과 대화결렬의 아쉬움이 공존했다. 마찬가지로 2015년의 남북관계는 맑게 개일 수도, 잔뜩 흐릴 수도 있는 게 당연하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불안정, 대외관계 개선 노력과 벼랑 끝 전술 유혹 등이 동시에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쏟아지는 각종 정세전망 보고서를 접하면서 필자가 느끼는 아쉬움은 긍정과 부정의 전망이 혼란스러운 것보다는 2015년 남북관계의 관건을 대부분 북의 의지와 선택에 일차적으로 맡긴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어 있고 대외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 남북관계 개선에 일관되게 나설 것이라는 것이고 다른 일각에서는 김정은 체제가 결국은 대외적 고립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로서 군사적 모험주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둘 다 김정은의 선택에 2015년 남북관계의 미래를 연동시키고 있는 셈이다.

물론 2015년에 김정은의 선택지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객관적 입장에서 북한의 정세전망을 한다면 내년 김정은의 선택은 도발 일변도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대내적으로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김정은 체제는 나름 신속하게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당·정·군 장악을 완료하고 김정일 시대의 엘리트 대신 김정은이 직접 발탁한 엘리트로 권력을 정비했다. 비대해진 군을 당이 확고하게 장악하게 됨으로써 당적지도를 통해 당-군 관계를 정상화했다.

경제 영역도 김정은 체제 이후 상황이 호전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식량 사정이 나아졌고 대외교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시장의 전면 허용으로 경제가 활력을 띠고 있다. 신경제관리개선조치의 시행으로 공장기업소의 자율성이 강화되고 농업 생산성이 증대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수적 통계에 익숙한 한국은행 추정치도 최근 3년간 북한경제는 연속 플러스 성장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내적으로 정치경제적 안정을 일정하게 이룬 김정은으로서는 내년에는 대외관계의 안정화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북핵문제로 제재와 고립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북·중 관계가 정치적으로 여의치 않고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도 만족스럽지 않다. 외교적 돌파를 위해 북·일 교섭 재개와 북·러 관계 강화를 시도했지만 아직 큰 성과는 미진하다.

따라서 지금 김정은 체제의 대내외적 여건은 2015년의 핵심 정책목표로서 대외관계의 정상화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북·러 정상회담을 거쳐 북·중 정상회담을 이뤄야 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협상 개시도 이뤄내야 한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김정은 체제가 무모한 도발과 군사적 모험을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근거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선택보다도 남북관계 향방에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입장과 선택이다. 사실 지금까지도 그랬고 내년에도 그러겠지만 남북관계의 실제는 북의 선택보다는 우리 남쪽의 입장과 선택에 달려 있는 측면이 강하다.

▲ 김관진 국방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 등 남한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10월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 차 방문한 북한 황병서(오른쪽에서 두 번째)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과 인천의 한정식 집에서 오찬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에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이 내민 손을 남쪽이 계속해서 걷어차거나 맞잡지 못했다. 연초 신년사에서 북은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밝혔고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은 우역곡절을 겪은 끝에 북이 제안한 고위급 접촉을 통해 성사되었다. 아무런 대가나 요구도 없이 북은 키리졸브 군사훈련기간임에도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 날짜를 수용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이 내민 관계 개선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맞잡지 못했다. 북은 비방·중상 중단과 군사적대행위 중단을 논의하기 위한 정치군사회담을 갖자고 국방위 중대제안을 내놓았지만 박근혜 정부는 흡수통일의 상징인 드레스덴에서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만을 제안했다. 북은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 시도로 간주했다.

소강 국면이 지나고 북한이 7월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결정하고 이를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자고 제안했지만 이번에도 남측은 응원단 파견 실무회담에서 북이 요구하지도 않은 비용문제 등을 거론하며 감정을 상하게 함으로써 북이 내민 손을 걷어차고 말았다.

그럼에도 북은 10월 4일 황병서 일행의 깜짝방문으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텄고 이번에는 남측도 화답해서 2차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의 세 번째 관계개선의 시도도 결국은 남측의 어정쩡한 태도로 무산되고 말았다. 남북관계 개선에 부정적이라면서도 표현의 자유는 막을 수 없다는 애매한 태도가 결국 전단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게 했고, 북측 군사도발의 총책임자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청와대 안보실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을 때도 남측은 전전긍긍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2014년 남북관계가 잔뜩 흐렸던 것은 북의 선택보다는 우리의 대응과 선택이 적절치 못했던 탓이 더 크다. 2015년 남북관계 기상도 역시 북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보다는 우리가 북에 얼마나 적극적인 신뢰의 손을 내미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 된다. 밀고 당기기로 보내버린 2014년과 달리 남북 간 실질적인 대화협력의 원년으로 2015년을 맞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좀 더 사려 깊고 적극적이며 유연한 대북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집권 3년차의 박근혜 정부가 2015년마저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시동은 영영 불가능하게 된다. 2015년이야말로 남북관계를 살릴 수 있는 최후의 골든타임이다. 지금도 골든타임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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