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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윤석민, 1988 선동열이 되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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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윤석민, 1988 선동열이 되라는 말?

[베이스볼 Lab.] 마무리로 90억 원 값어치 하려면?

마침내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26일 나온 보도에 따르면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윤석민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선발보다 마무리로 기용하는 게 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는 게 KIA가 내린 결론이랍니다. 이 논리의 허구성은, 앞의 말을 다음과 같이 바꿔 보면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돈 매팅리(LA 다저스 감독) "우리 팀 불펜이 약하다. 커쇼를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겠다. 커쇼를 마무리로 기용하는 게 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
만약 실제로 매팅리가 저런 발언을 한다면, 그날로 미국 모든 스포츠지와 트위터 타임라인은 매팅리 비난과 심지어는 해임까지 주장하는 의견으로 뒤덮일 겁니다. 만약 저 결정을 옹호하는 기자나 매체가 있다면, 다시는 누구도 그의 기사를 진지하게 읽으려고 하지 않겠죠.

당연한 일입니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아웃카운트 27개를 잡아야 끝나는 경기입니다. 많은 아웃카운트를 효율적으로 잡아내는 게 투수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그래서 한 시즌에 150~200이닝을 소화하는 선발투수의 가치는 많아야 6~70이닝을 소화하는 불펜 투수보다 훨씬 높게 평가받습니다.

그리고 선발로 나와 5이닝 이상을 막아내는 게, 불펜으로 나와서 1이닝을 막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선발로 뛰다 불펜으로 전향해 성공하는 투수는 많지만, 불펜 전문 투수가 선발로 전향해 성공하는 사례는 드뭅니다. 시장에서 선발투수의 몸값이 불펜투수보다 높은 것도, 대부분의 투수 관련 상이 선발투수에게 돌아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간혹 오승환처럼 선발보다는 짧게 던지는 불펜에 최적화된 투수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투수들은 선발을 하고 싶어 하지 불펜에 가길 원하지는 않습니다.

윤석민은 몸값 90억원을 받는 국내 최고 연봉 투수입니다. 이 정도의 몸값은 선발로 나와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라고 주는 것입니다. 마무리로 기용하면서 90억을 주는 건 대단한 돈 낭비입니다.

게다가 올 시즌의 KIA는 전력상 하위권 후보로 분류되는 팀입니다. 애초에 마무리 투수가 나와서 막아야 할 상황 자체가 다른 팀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이런 팀이 조금이라도 많은 승리를 챙기려면 좋은 선발투수가 나와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버텨줘야 1승을 더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다른 투수가 마무리를 하다가 승리를 날리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글쎄요, 애초에 마무리가 승리를 날릴 기회가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군요.

아, 물론 윤석민을 마무리로 기용하면서 몸값만큼의 가치를 뽑아낼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왕 윤석민을 마무리로 쓰기로 결정했다고 하니, 90억원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연합뉴스

1. 윤석민을 1988년 선동열처럼 기용하세요

올 시즌 KBO리그 1군 선수들의 평균 연봉으로 환산한 1WAR당 비용은 2억 3900만원입니다. 계약금 포함 윤석민의 연평균 몸값 22억5000만원이니, WAR로 바꾸면 9.4승 정도의 가치를 갖는 셈입니다. KBO리그 역사상 한 시즌에 이만한 승수를 가져다준 구원투수가 있었을까요? 전업 구원투수중에는 없지만, 선발과 마무리를 오간 투수 중에는 하나 있습니다. 1988년 해태 선동열입니다.

그해 선동열은 31경기에 등판해 178.1이닝을 던지면서 16승 5패 10세이브를 거뒀습니다. 16승 중에는 구원승도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었죠. 5회 이전에도 이길 수 있다 싶으면 마운드에 등장하는 게 다반사였습니다. 선동열은 178.1이닝이나 던지면서도 안타는 116개밖에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무려 200개나 잡아냈습니다. 그해 선동열의 평균자책점은 1.21, WAR은 9.7승에 달했습니다. 구원투수에게 90억 원을 전부 뽑아내려면, 이렇게 기용하면 됩니다.

2. 윤석민을 1998 임창용처럼 기용하세요

생각해 보니 선동열과 비교는 좀 심했다는 자책이 듭니다. 아무리 그래도 2015년인데 쌍팔년도식 투수 기용은 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90억 원 중에 계약금을 제외한 순수 연봉만 계산하는 게 옳겠죠. 그래서 연봉 12억 5천만원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봤습니다. 결과는 WAR 5.2승 정도. KBO리그 역사상 비슷한 기록을 남긴 구원투수가 있었을까요? 있습니다. 1998년 해태 임창용입니다.

해태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시즌이었던 그해, 임창용은 무려 59경기에 등판해 133.2이닝을 투구했습니다. 선동열에 비하면 꿀보직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임창용은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 마무리로 등판했으니 이야기가 다르죠. 임창용은 8승 7패 34세이브에 평균자책 1.89를 기록했고, 이닝보다 많은 141개의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이듬해에는 삼성에 건너가서 71경기 138.2이닝을 던졌는데… 이 얘기는 너무 참혹하니까 그만하기로 하죠. 아무튼, 윤석민을 마무리로 쓰면서 연봉만큼 뽑아내고 싶다면 임창용처럼 기용하면 됩니다.

3. 윤석민을 1998 구대성처럼 기용하세요

위의 두 가지 예는 마무리 윤석민이 선동열, 임창용이 냈던 것과 비슷한 탈삼진, 볼넷, 자책점 기록을 낸다는 전제하에 이야기한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요즘 같은 타고투저 속에서는 윤석민처럼 좋은 투수도 저만한 기록을 내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이 있습니다. 윤석민을 1998년 한화 구대성처럼 쓰는 겁니다.

그해 구대성은 59경기에 나와서 123.7이닝을 던지고 8승 24세이브 평균자책 2.55를 기록하며 WAR 3.3승을 가져왔습니다. 만약 윤석민이 구대성과 비슷한 경기와 이닝을 던지면서 저 수준의 투구 내용을 보여줄 수 있다면, 구대성이 기록한 3.3승보다 좀 더 많은 기여도를 선사할 수 있을 겁니다.

4. 윤석민을 기아자동차 CF 모델로 기용하세요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사례는 사실 현대야구에서 다시는 나와서는 안될 지독한 혹사 사례로 통합니다. 팀의 소중한 에이스를 저렇게 무리하게 기용한다면 팬들의 반발은 물론, 앰네스티와 유엔인권위의 제재를 피하기 어렵겠죠. 그렇다면 윤석민을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으면서, 마무리로 제 가치를 얻어낼 방법은 없을까? 있습니다. 모그룹인 KIA 자동차 CF 모델로 ‘무료’ 기용하는 겁니다. 한류스타 장근석이 일본 광고업계에서 받는 돈이 10억 원, 배용준 등은 7억 원~10억 원 선이라고 하더군요. CF 5편 정도면 본전치기는 될 것 같습니다.

5. 윤석민을 가수로 데뷔하게 하세요

CF 모델 기용이 좀 께름칙하다면 마지막 방법이 있습니다. 윤석민을 가수로 데뷔하게 하는 겁니다. 옛날 선동열 감독과 이종범 해설위원은 가수 양수경 씨와 함께 ‘투앤원’이란 그룹을 만들어 앨범을 낸 적이 있죠. 이참에 ‘투앤투’라는 그룹을 만들어 앨범을 내는 겁니다. 파트너는 양현종, 여가수는 아이유 정도를 섭외하면 음원 차트 1위 정도는 문제도 아닐 겁니다. 그렇게만 하면, 최고 몸값 투수를 마무리로 쓰면서도 얼마든지 90억 원의 가치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 이야기는 모두 100% 농담이었습니다. 윤석민의 마무리 이야기도 100% 농담이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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