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7일, 이른바 '의료 민영화' 법안을 처리하지 않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그러나 각론에 있어 의견 차이는 커보인다. 이때문에 4월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17일 '3자회동'에서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경제법안 중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과 관련해 서비스 산업의 분류에서 보건 의료를 제외하면 논의해서 처리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야당을 비롯해 보건의료계, 시민사회 등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법 내용 중 보건 의료 관련 부분이 의료 영리화 및 의료 민영화를 촉진한다고 주장해 왔다. 관련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를 철회키로 한 것이어서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김무성 대표는 회동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보건 의료 부분은 절대 할 수 없다는 게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은 추가 브리핑을 통해 "서비스기본법에는 '의료'라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향후 '발뺌'할 소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도 서비스법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또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가 주장하고 김 대표가 받아들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침묵을 지킨 것이다. 추후 여야 대표가 합의문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여야 합의' 형태로 발표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합의문에는 '3자 합의'라는 말이 없다.
서비스법은 보건 의료 분야를 '산업'으로 명시, 정부가 5년마다 서비스 산업 발전에 관한 중장기 정책목표와 기본방향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두고 기본 계획을 심의하고 추진 상황을 점검한다는 게 골자다.
이는 보건 의료 정책 결정의 주도권을 보건복지부나 의료계 대신 기획재정부와 경제계가 가져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문에 결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 민영화를 가속화시키는 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저 임금 인상, 공무원 개혁에 인식 공유…각론은 달라
3자는 최저임금 인상 방향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했다. 여야는 이날 공동 브리핑을 통해 "최저임금이 인상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야 대표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는 "재작년과 작년에 이미 7%씩 인상이 됐지만 올해도 인상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뜻을 같이 한다"면서도 "이것을 최저임금위원회에 맡길 일이지 우리(정치권)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3자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 했다. 다만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김 대표는 "합의된 시한(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문 대표는 "합의된 시한을 가벼이 보지 않지만, 대타협기구에서의 합의와 공무원 단체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정부도 안을 내 놓고, 공무원 단체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 대표는 "정부안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표는 이에 "야당도 이미 안을 가지고 있으니 정부안을 내 놓으면 야당도 안을 제시해서 같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연말정산과 관련해 문 대표는 "연 소득 5500만 원 이하는 세부담 증가가 없고, 5500만 원부터 7000만 원까지는 2~3만 원 밖에 늘지 않는다고 (정부가) 한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원래 취지대로 5500만 원 이하 소득 근로자들이 손해보지 않도록 준비해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필요할 경우 문 대표와 합의하여 오늘과 같은 회동을 요청하면 대통령께서 응해 달라"고 제안했다. 문 대표도 "앞으로는 의제를 좁혀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정례적으로 대화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며 "귀한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문 대표가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라고 지적한데 대해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많이 입법화시킨 정부"라고 반박했다. ( ☞관련기사 : 문재인 작심 발언 "박근혜 경제정책 실패")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청년들의 불행이 곧 나라의 불행인데, 국회에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2년 동안 통과 안 된 상황이 무척 안타깝다"며 "정해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대통령이 책임지고 정치를 펴고 그 성과는 국민이 판단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야당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사정 정국, 개헌, 사드(THAAD) 배치 등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날 회동에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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