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정부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정 정국의 '타깃'으로 지목된 친이(親이명박)계 여당 의원들은 물론, 야당 지도부에서도 '부패 척결' 일성 뒤에 숨겨진 정략적 의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16일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총리의 '부패 척결 선언'을 환영 반(半) 우려 반"한다면서 "부정부패 수사는 선언할 것 없이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굳이 이 시점에서 깡통을 두드리는 듯한 요란한 광고를 하는 것은 조기 레임덕을 반전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걱정된다"면서 "부정부패 수사에 정략적 의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척결 대상에 올리는 '부정부패'에 4대강 관련 비리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정부도 자원외교가 희대의 혈세 낭비 사업이라는 우리당 주장에 시인한 것"이라고 말한 후 "4대강 비리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4대강 비리 의혹이 빠진다면 이완구 총리가 말한 부정부패 척결은 시작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희 최고위원 또한 "이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핵심인 4대강 사업을 빼고 있다"면서 "앙코 빠진 찐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떨어진 지지도를 만회하고 새누리당 지도부 내 균열을 일으키며 국정 운영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임을 안다"면서 "과거 정권에만 사정 칼날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자기 반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누구보다 여당 내 친이계에서 가장 강한 반발 기류가 읽힌다. 당장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 등에선 직접적인 불만 표출이 있진 않았지만, 머지 않아 '부패와의 전면전'이 계파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관측이 나올 정도다.
특히 친이계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대규모 만찬 회동을 갖는 오는 19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열릴 이날 모임엔 안경률·강승규·임해규 전 의원 등 20~30여 명의 원내외 인사가 참여한다고 한다.
앞서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총리의 담화가 "이미 수사할 대상(자원외교 등)을 정해놓고 있다. 기획 수사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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