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12일,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를 했다. 주제는 '부패와의 전쟁'이다. "정부의 모든 역량과 권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까지 했다. 수사가 진행 중인 방위 산업 비리는 물론, 민간·공공 전 부문에서 사정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부패 척결' 등을 내건 사정 정국에선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기 마련이다.
이 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그 동안 많은 분들과 소통하며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고민해 왔다"면서 "그 결과 국정 운영의 큰 걸림돌은 우리 사회의 곳곳에 잔존하는 고질적 부정 부패와 흐트러진 국가 기강이란 점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질적 부정 부패와 흐트러진 국가 기강의 예로 △방위산업 비리 △해외 자원개발 배임 및 부실 투자 △공공 문서 유출 등을 들었다.
방위산업 비리는 지난 1일 출범 100일을 맞은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검사)의 활동으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방산비리의 핵심인 '정관계 로비' 의혹은 밝혀내지 못하는 가운데, 합수단은 최근 정옥근(63) 전 해군 참모총장을 비롯해 총 23명을 기소해 '전시성'이란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최근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과 관련된 사건을 특수부에 재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여전히 MB정부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비호 세력이 작지 않지만, 정부의 태도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번에 특수부에 재배당된 사건은 당초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와 조사 1부에 있던 고발 사건으로, 비리나 부패 인지 사건을 주로 맡는 특수부에 넘겨진 것은 이례적인 상항이다.
이 총리는 이날 담화에서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한 배임, 부실 투자 등은 어려운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말에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면서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모습과 다소 대조적이다.
이 총리는 담화에서 "개인의 사익을 위한 공적 문서 유출은 우리의 기강을 흔드는 심각한 일탈행위다. 이런 비리는 사회 곳곳에서 국가기강이 무너지고 국가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는 신호"라고도 했다. 이는 지난해 말 터진 정윤회 비선실세 논란 및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이후 청와대가 수차례에 걸쳐 '국가 기강'을 강조해 왔던 흐름과 상통한다. 이번엔 국무총리가 자신이 수장으로있는 행정부 전체에 일종의 '경고음'을 울린 모습이다.
경찰 출신인 이 총리는 이날 '부패와의 전면전'이란 제법 강한 표현을 썼다. "이번에 실패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각오로 부패 척결이란 역사적 과업에 정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검찰과 경찰 등 법 집행 기관을 비롯해 모든 관련 부처가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이 총리의 이 같은 담화문 발표에 "자기 성찰부터 하라"는 못마땅한 반응도 나온다. 공직 사회의 부정 부패를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법(김영란법)을 제정하고도 '과잉 입법' 등의 논리가 여권 내부에서 계속 나오는 상황. 게다가 이 총리는 그러한 김영란법을 거론하며 취재진에게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을 두고도 큰 논란을 빚었었고 그 외에도 각종 부동산 투기·병역 특혜 의혹 등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채로 여야 표대결 끝에 국무총리로 인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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