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임진강에 대규모 홍수 예방 준설 사업을 계획하면서 환경단체와 농민들이 "4대강 사업의 임진강 버전"이라고 반발했다. 홍수 예방이라는 사업 목적과는 달리, 준설이 되면 일부 지역의 홍수 위험이 더 높아질 수도 있는데다,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던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임진강 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원회, 임진강·한강하구 시민네트워크,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 반대 농민대책위원회는 19일 경기도 하남시 한강유역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임진강판 4대강 사업인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을 부동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해 12월 작성한 '임진강 하천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분석한 결과, 임진강에 준설 사업을 하면 환경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애초 사업의 목적이었던 홍수 예방이 되기는커녕, 홍수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990년대 경기도 파주에 대규모 홍수가 나면서, 정부는 문산리 제방을 높이고 거곡리 제방을 낮춘 바 있다. 정부가 거곡리에 흙을 쌓으면, 저류지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문산리의 홍수 위협이 높아진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파주에서 초·중등학교 친환경 급식용 쌀을 재배하던 농민들도 새로 사업 구역으로 추가된 내포리를 제외하더라도 600만 제곱미터가량의 농지를 잃거나 2~3년간 농사를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친환경 인증을 받았던 농지도 외부 흙이 유입되면 친환경 인증이 해제됨에 따라, 학교 급식용 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해연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 반대 농민대책위원장은 "국책사업이라고 하지만 이 사업은 환경을 파괴하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농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다"고 비판했다.
이재범 파주시 군내면 친환경작목반장은 "우리 농민들이 10년에 걸친 노력 끝에 이 지역을 친환경 지역으로 만들었고, 지금은 파주·광명·안양 지역 초·중등학교에 친환경 쌀을 공급하고 있다"며 "10년 걸려 이룬 친환경 지역에 흙을 쌓는다고 하니 답답하고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파주 지역 학부모인 조선 씨는 "파주시는 아이들 급식 분야가 취약해서 학부모들이 친환경 쌀 하나만이라도 지키고자 '제 값 주기' 운동을 했던 지역"이라며 "아이들 쌀만이라도 제대로 주고 싶은데, 임진강 준설로 친환경 쌀마저 끝장 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가만히 있으라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환경부가 임진강 하구를 '습지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려 하자, 국토부가 이를 막기 위해 임진강 준설 사업을 들고 나왔다고 의심된다"며 "국토부가 준설사업 용역계약을 했을 때는 환경부가 임진강 하구 습지 보호 구역 추진을 위해 국토부 등에 협의 요청을 한 직후인 지난 2013년 6월 25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사업 시행자인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농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임진강 준설사업을 추진했고, 농어민 피해 문제, 친환경 급식 쌀 문제 등 쟁점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한 채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며 "한강유역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서를 부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들은 '임진강을 습지 보호 구역으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의 시민 서명 용지를 한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국장에게 전달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규정상 (환경영향평가서) 평가 업무를 하면 45일 이내에 의견을 주도록 돼 있으나, 아직은 검토 단계여서 언제 의견서를 낼지는 불명확하다"며 "면밀한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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