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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어떻게 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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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어떻게 정해야 할까?

[주간 프레시안 뷰] 최저임금의 경제학

최저임금과 고용의 관계

최경환 부총리의 최저임금 7%인상 발언으로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아니, 전 세계의 지도자가 다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임금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 도달한 듯합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재계 총수들과 골프까지 쳤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현재 7.25달러를 10.10달러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죠.

최저임금제는 언제 한국에 도입되었을까요? 1987년의 6월 항쟁과 7,8월 노동자대투쟁을 거쳐서 1988년이 되어서야 처음 도입됐습니다. 국가가(정확히 말하면 최저임금위원회가) 노사 간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해서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틀을 갖춘 겁니다.

노동문제가 언제나 그렇듯이 7%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이 정도의 인상률이 획기적인 것은 절대 아닙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8.3~16.6%의 상당한 인상률을 기록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2.75~6.1% 수준으로 떨어진 후 박근혜 정부에서 2년 연속 7%대로 갔습니다. 이처럼 최저임금은 민주주의의 확대와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혹시 고용이 줄어들지는 않을까요? 특히 영세업체라면 경영 압박을 느낄 테니 노동자 수를 줄이는 대신 노동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표준 경제학교과서에는 최저임금이 실업을 늘린다고 되어 있으니(아래 <그림1>의 중간 부분) 경제학을 좀 아는 사람들은 최저임금의 설정이나 인상이 오히려 저임 노동자들에게 해롭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현실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관해서는 실증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세계에서도 어떤 관점(방정식)으로 어떤 통계(표본)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2년 보고서, '최저임금의 저임금 근로자 신규 채용 억제효과'에서 최저임금이 1% 오를 때 저임금 근로자 신규 채용은 최대 6%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한편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보고서, '최저임금의 고용유지 및 취업 유입 효과'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직장 유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유의미하지 않으며, 여성, 청년층, 고령층 고용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거시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내수를 늘려서 경제성장과 고용증대를 초래한다는 연구도 많이 있습니다.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이 주장하는 바이고, 국제 노동기구나 한국의 연구자들은 한국도 임금주도성장국가(즉 임금이 오르면 성장률이 올라가는 국가)에 속한다는 실증을 내놓고 있습니다.

과연 최저임금은 실업을 늘릴까요? 여기서는 이론적 가능성만 잠깐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그림 1> 최저임금과 실업.

<그림1>은 노동시장의 수요공급곡선을 그려서 최저임금의 효과를 살펴본 겁니다. MW1과 MW2 사이의 그림은 우리에게 익숙한 '정상적인' 수요공급곡선입니다.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대로 이 구간에서 MW2에 최저임금을 설정하면 실업이 발생합니다. MW2의 임금수준에서 노동공급이 노동수요보다 많기 때문이죠. 즉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이 보장되니까 노동자들은 너도 나도 일하려 하고(또는 노동시간을 늘리려 하고), 기업은 그 임금이 부담이 되어 고용을 줄이기 때문에 실업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MW2의 윗부분은 교과서에도 나옵니다. 즉 임금이 높아지면 사람들이 조금만 일하고 여가를 즐기려고 할 거라는 거죠(경제학자들은 소득효과가 대체효과보다 크다고 표현합니다). 고임금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전문가들은 대박을 터뜨리고 나면 몇 년씩 휴양지에서 쉬기도 하겠죠. 자신의 준거소득(예컨대 월 1억원?)을 채우면 그 다음엔 휴식을 즐길 거라는 거죠. 맨 위의 균형점(W2)은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임금이 W2보다 높아지면 노동하려는 전문가가 줄어들어 임금은 더 높아지고 공급은 더 줄어들 테니까요(경제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발산'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선 위쪽으로 발산합니다). 물론 이런 영역에서 최저임금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아랫부분(MW1에서 MW3 사이)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부분입니다. 제가 만들었으니까요^^. 이 영역에서는 임금이 어느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 그림은 1960~70년대의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설명하기 위해 제가 생각해 봤던 겁니다.

현재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등록금(+생활비)을 채울 때까지 일해야 하는데 임금이 낮다면 더 많이 일할 수밖에 없겠죠. 이 균형(W3) 역시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임금이 자신의 준거소득(등록금)을 채워 주지 못하면 더 일하려고 할 것이고 공급이 늘어나니까 임금은 더 떨어지게 되겠죠. 즉 W3는 아래쪽으로 발산하게 됩니다. 만약 경제학교과서에서 윗부분을 인정한다면 이 아랫부분도 당연히 성립합니다.

이럴 경우 최저임금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W3 바로 위에 최저임금이 설정되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니까 임금은 최저임금 이상으로 올라가니까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겁니다. 문제는 W3 이하에 최저임금이 설정되는 경우입니다. 이 영역에서는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서 실업이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임금은 계속 떨어지겠죠(예컨대 모두 18시간 일하고 더 이상 일하지 못할 때까지). 그러나 최저임금이 설정되고 모든 기업이 법을 준수한다면 그 이하로는 임금이 떨어질 수 없고 노동시간도 늘어나지 못합니다. 당연히 실업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그리고 다른 나라의 최저임금도)은 어디에 설정되어 있는 걸까요? MW3라면 최저임금은 실업을 늘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이상의 실업을 막는 역할을 하는 거죠. 현재의 최저임금인 시간 당 5581원, 월 200시간을 일하는 경우 약 110만원은 MW2에 해당할까요, 아니면 MW3일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의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으로 그렸지만 세 구간의 공급곡선은 각각 다른 노동시장일 수도 있겠죠. 그리고 세 부분의 수요곡선의 형태나 기울기 또한 다를 겁니다.)

물론 MW3에 최저임금이 설정되면 현재의 영세 자영업과 중소기업은 심각한 문제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우선 이들 기업(과 노동자)에 대한 수탈을 막아야 합니다. 프랜차이즈의 횡포, 모기업의 하청단가 인하만 막아도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는 기업은 획기적으로 증가할 겁니다. 다음으로는 이들 기업에게 사회보험료 지원 등 임금보조금을 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안 되는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이 충분히 높아지고 노동권이 보장된다면 노동자로 전업하겠죠.

▲최경환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

(이 부분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이상헌 박사가 페이스북 2013년 6월 30일에 올린 그림과 글에 전적으로 의존했습니다.)

그러면 최저임금은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요?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산하에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합니다. 노동부 장관이 3월 내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 최저임금위는 생계비와 임금 실태를 심사한 뒤 6월 29일까지 정부에 제출할 최저임금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고, 노동부 장관은 국민 여론을 수렴해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합니다.


석 달 이상 걸리는 이 위원회의 결정은 언제나 난항입니다. 당연히 노동자들은 높은 수준의 최초안을 들고 나올 것이고, 재계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낮은 수준의 초안을 제시하겠죠. 갑론을박으로 석 달을 보내다가 결국은 주로 학계 인사로 구성된 공익위원이 결정하게 됩니다.

<그림2> 이상헌, 최저임금의 결정, 페이스북, 2013.6.30

<그림2>를 보면 지난 10여년간 노동자와 재계의 첫 번째 요구안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매년 노동자 대표는 30% 이상 올릴 것을 요구했고, 사용자 대표는 2~3% 또는 동결, 또는 삭감을 주장했으니까요. 해서 이상헌 박사는 최종 제안을 맨 처음에 내는 게 나을 거라고 제안합니다.

나아가서 몇 가지 제도 개선을 제안했는데 지금도 귀 기울일 만합니다. 첫째, 최저임금 인상의 하한선을 정하는 겁니다. 즉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질노동생산성 증가율을 합한 수치가 하한선입니다.

둘째, 위에서 제시한 하한선은 소득분배율로 보면 현재의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일 현재의 정치가들 주장처럼 하층의 소득분배가 개선되어야 한다면, 예컨대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40%이하일 수는 없다는 식으로 정할 수 있겠죠. 이렇게 해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무용한 시간 보내가는 훨씬 줄어들 겁니다.

(제 생각엔 아예 평균임금의 40%, 또는 중위임금의 몇%로 정해 놓을 수 있다면 그 쪽이 더 효율적이고, 동시에 정의롭습니다. 자동적으로 임금 격차는 줄어들고 최저임금위원회는 별로 할 일이 없어지겠죠.)

셋째로 이상헌 박사는 공익위원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된다면, 노사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게 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노동자 대표나 사용자 대표 모두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노동자나 기업을 직접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합니다. 예컨대 전경련이나 민주노총이 그렇습니다. 즉 어떤 사람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느냐도 다시 고려해 봐야 한다는 얘깁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 최저임금의 인상이 실업을 늘릴 거라는 주장은 항상 성립하는 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몇 가지 제도를 보완하면 최저임금의 인상은 총수요를 늘려서 우리의 경기회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장차 임금격차가 획기적으로 축소되면 노동자들의 연대가 강화되어 중요한 경제적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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