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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5년 불법 저지른 현대차, 검찰은 뭐하나?

[박점규의 동행]<49> 동양시멘트 위장도급, 현대차 불법파견의 간단한 해법

지난달 27일 강원도 삼척시청 대회의실. 박수와 환호소리가 넘쳐납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시멘트회사 동양시멘트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입니다. 이날 처음으로 모인 가족들까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바로 전날인 26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이라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직접 생산 공정인 차체와 조립라인뿐만 아니라 엔진과 엔진서브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모두 승소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한 공정에 몰아넣어 일을 시키면서 '합법 도급'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현대자동차가 직접 지휘․명령을 한 불법 파견이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현대차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1179명 모두 정규직으로 인정한 지난해 9월 18~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을 대법원이 확인해준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전남 여수에서 비료를 만드는 남해화학의 사내하청 노동자 3명도 대법원은 남해화학의 정규직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원료를 혼합해 비료를 만들고 포장해 납품하는 일련의 생산 과정은 시멘트 생산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에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의 기쁨은 더욱 컸습니다.
하청업체는 유령 회사?

동양시멘트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최창동 강원영동지역 노조위원장의 얼굴에도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그는 46, 49광구에서 발파된 석회석을 락덤프에 실어 해머 크레셔로 보내는 일을 했습니다.

석회석이 컨베이어를 타고 공장으로 들어가 화학약품과 섞여 시멘트를 만듭니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발파에서 시멘트 출하까지 하나의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가 일하는 사내하청업체인 동일은 1993년 설립해 22년 동안 동양시멘트로부터 석회석 광산의 채굴 및 운반에 관한 노무 도급을 수행했습니다.

동일은 독자적인 기계와 장비가 없이 동양시멘트의 사무실과 장비를 무상으로 사용했습니다. 대표이사의 보수를 동양시멘트가 결정했습니다. 동양시멘트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서로 바꾸고, 노동시간과 연장근로, 작업량과 타 작업장 지원을 지시했습니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격려금이나 성과급 및 회계 처리 방법까지 직접 시달했습니다.

심지어 동양시멘트 관리자들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시말서를 쓰라고 하고, 회사버스 타고 출근하는데 원청에서 음주 측정을 해서 징계를 하고 월급을 깎았습니다. 동양과 하청업체 2개의 출근부에 서명을 하게 했습니다. 동양시멘트 정규직 직원이 부족하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나가서 일을 하고 동양시멘트 작업 일보에 기록까지 했습니다.

사내하청업체는 유령회사일 뿐이고, 원청인 동양시멘트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휘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설 연휴 앞두고 해고됐지만 씩씩한 이유

지난해 5월17일 동양시멘트 하청업체 동일(주) 소속 노동자들 80여 명이 노동조합을 설립했고, 6월27일 두성기업 노동자 80여 명이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이들은 6~7월 동양시멘트를 상대로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진정서를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에 접수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월13일 보낸 공문을 통해 동양시멘트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모두 위장도급이기 때문에 근무를 시작한 날로부터 동양시멘트 정규직이라는 '묵시적 근로 계약 관계'가 있음을 확인해주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두 하청업체에 대해 "사업주로서의 독자성과 사업 경영의 독립성을 결하여 동양시멘트(주)의 노무 대행 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을 만큼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동양시멘트(주)는 실질적으로 동일(주), (유)두성기업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직접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결정하였다"고 판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결정이 나고 불과 나흘 뒤인 2월17일, 동양시멘트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하청업체인 동일과 도급계약을 해지해 101명의 노동자를 해고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하청업체가 유령회사라고 판결하고 동양시멘트에게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했는데, 그 '유령'과 계약을 해지한 것입니다.

불법파견의 대명사 현대자동차가 대법원 판결이 나도 불법파견을 계속 저지르고 있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으니 중소기업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의 명령을 어기고 불법 해고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은 씩씩합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선배들이 지난 10년 동안 싸워서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을 받아놓았기 때문입니다. 노동부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했기 때문에 위장도급이든, 불법파견이든 동양의 정규직이라는 법원 판결은 받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은 불법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를 착취해왔던 회사에 맞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기 위한 싸움에 돌입했습니다. 3월2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3월4일에는 국회와 동양그룹 본사를 방문해 삼척 향토기업의 불법을 알릴 계획입니다.

ⓒ박점규

'불법' 계속 저지르겠다는 현대차

지난해 9월 18~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정규직이라고 판결했을 때였습니다. 경력을 일부만 인정하고 체불임금도 지급하지 않는 신규채용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하청노동자들이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현대자동차는 회사 소식지 <함께가는 길>에서 "법원의 최종판단이 나면 결과를 당연히 존중하고 이행할 것"이라며 "최종 확정 판결 시 소송참여 여부 및 조합원 여부와 관계없이 전체 인원에 대해 차별 없이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점규

2월 26일 대법원은 현대차 아산공장의 의장(도어라인, 생산차 내외관 검사공정 등), 엔진(엔진조립, 엔진테스트 공정 등), 차체(무빙공정 등), 엔진서브 라인에서 일하는 7명의 노동자에게 모두 불법파견이라는 '최종 확정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판결 직후 현대자동차는 "생산과 직접 연계되지 않거나 단순 부품 공급 업무와 같은 공정별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부 아쉬운 점은 있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 다음날 1심에서 모두 현대차 정규직이라고 판결 받은 1179명에 대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누가 승소할지 누구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내하청이라면 모두 승소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했습니다.

나아가 2년 이상 일한 경력을 부정하고, 체불임금도 지급하지 않는 불법 신규채용에 대해 "특별고용은 사내하도급 직원들을 위한 최선의 해법"이라고 강변했습니다.

2014년 7월 현대자동차가 정부에 보고한 고용 현황에 따르면 기간제와 사내하청을 포함해 1만50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2015년까지 4000명 특별고용을 한 후에도 1만3000명의 비정규직이 남아 있습니다. 이 중 2년 이하 촉탁계약직 노동자와 청소, 식당, 시설 등을 빼더라도 대법원이 판결한 사내하청 노동자가 5000명 이상 남아 있습니다.

대법원이 불법으로 빼앗은 재물을 돌려주고 원상으로 회복해놓으라고 했는데 일부만 돌려주겠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강도짓을 계속하겠다는 것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존의 '최병승 판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근로자 파견 해당 여부에 관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고, 자동차 사내하청에 있어 메인라인과 서브라인, 서브공정, 독립공정, 차체·도장·의장·엔진공정 모두에 대하여 불법파견을 인정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노동부와 검찰은 일부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간헐적인 수사와 감독에 그칠 것이 아니라 대공장, 공단, 비제조업 등 만연한 간접고용을 뿌리 뽑기 위한 철저한 감독과 엄중한 처벌을 진행해야 한다"며 "당장 불법파견이 명확히 확인되었음에도 이를 시정하지 않고 있는 완성차 사용자들을 현행범으로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 5위 자동차회사인 현대자동차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불법 자동차 회사'임이 확인됐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정규직 자리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해 불법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팔아먹은 회사입니다. 한국의 자랑이자 국민기업인 현대차가 세계적 망신거리로 전락한 것입니다.

검찰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합니다. 정몽구, 정의선 씨를 소환해 조사하고 법정에 세우는 것입니다. 근로자파견법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전 회사의 조직과 인원을 동원해 15년 동안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저지른 행위는 중대 범죄입니다.

지난 2012년 9월13일 대검찰청 공안부는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사건 수사와 관련해 울산지검에서 수사회의를 열어 연말까지 수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 모든 사내하청 공정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 이어 대법원까지 났는데 대검찰청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15년 불법 저지른 현대차, 검찰은 무엇을 하는가?

박근혜 취임 2주년, 서울과 전국에 박근혜 비판 삐라가 뿌려졌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 개입 판결에 대한 내용도 있고,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비판하는 삐라도 있습니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해 전단 살포행위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지 검토한다고 합니다.

부산에서 명예훼손,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전단 배포자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는 본인이 처벌을 원해야 성립하는데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경찰이 자의적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표현의 자유에 따른 '박근혜 비판 삐라'는 경찰 병력을 총동원해 체포하면서 15년 동안 불법노동을 저질렀고, 앞으로도 범죄를 계속하겠다고 선포한 불법파견 현행범들은 손끝 하나 대지 않고 있습니다.

현행범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에게 묻습니다. 불법 자동차회사 정몽구 정의선 시민체포조가 만들어져 또 다시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까? 15년 불법파견과 대통령 비판 전단, 무엇이 진짜 범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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