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정동영과 관계? 승복과 지지는 다르다"

"나는 이유없이 당에서 쫓겨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은 "열린우리당에서 사실상 출당 당했다"면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향해 "열린우리당의 가치라든가,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라든가, 스스로 창당한 당을 깨야할 만한 그런 이유가 있었는지 들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는 "(탈당, 경선과정 등에 대한) 정 후보의 반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마음으로 지지할 수 없다"는 참여정부평가포럼 안희정 상임집행위원장의 최근 발언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
  
  "정동영과 감정도 있지만, 원칙의 문제다"
  
  노 대통령은 정 후보가 한참 관계개선에 매진하고 있던 지난 2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정 후보와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란 질문에 대해 "원칙의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22일 발행된 이 기사에서 노 대통령은 "절차에 하자가 있어도 그것을 이유로 해서 승복을 거부해서는 안 되겠지요"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승복하는 것하고 지지하는 것하고 그 다음에 또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하고 다 같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정 후보에 대해) 감정상의 문제가 있다. 인간적인 감정, 인간적인 도리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그러나 정치에서 그런 것은 극복해야 하고 그걸 가지고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부차적인 것이다"고 말하긴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가치라든가,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라든가, 스스로 창당한 당을 깨야할 만한 그런 이유가 있었는지 들어봐야겠다"고 강조했다.
  
  쉽게 풀 수 있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노 대통령 본인이 생각하는 '원칙'의 골이 두 사람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노 대통령은 "또 내가 당에서 사실상 쫓겨났다"며 "나를 당에서 그렇게 할 만한 심각한 하자가 나에게 있었는지 설명이 돼야 한다. 어느 나라에서도 당내 권력투쟁은 있어도 당을 깨버리거나 당의 한 정치 지도자를 출당시켜버린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탈당계는 내가 냈지만 사표를 냈다고 다 자기 스스로 나가려고 한 것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나를 만나기 전에 당내 화합부터 신경써라"
  
  노 대통령은 "어떻든 나는 현재 당 밖에 있는 사람이고 선거에 중립적인 입장을 표방해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지만 발언은 거침없었다.
  
  그는 '정 후보가 만나고 싶다고 요청해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당내 화합 문제를 먼저 풀라고 말하고 싶다"며 "내가 먼저 정동영 씨를 만난 뒤 당에 대고 내가 풀었으니 당신들도 풀어라, 이렇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과 관계개선을 통해 친노세력을 끌어안으려는 정 후보를 향해 '순서가 거꾸로다. 친노 진영과 먼저 조직적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또한 노 대통령은 이해찬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3위에 그친 데 대해서는 "나 때문에 나를 지지한 후보가 진 것 아닌가 해서 미안하기도 하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는 후보도 아니면서 이 심판 결과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니까 억울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정동영은 어떻게 대응할까?
  
  참여정부평가포럼 등 강경 친노세력은 물론 노 대통령의 이같은 압박에 정 후보 측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사다.
  
  친노 진영 가운데 이해찬 전 총리는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고 한명숙 전 총리도 보폭을 맞추기로 한 상황이다. 하지만 참평포럼, 유시민 의원 등은 정 후보에 대한 각을 굽히지 않고 있고 노 대통령이 이처럼 쐐기를 박고 나섰다.
  
  정 후보 입장에서는 친노진영과 관계개선이 급선무이긴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 그리고 자신을 동일시 하는 노 대통령의 요구에 따를 경우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도 있다.
  
  노 대통령은 이미 "원칙 없는 기회주의자들의 싸움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지하지는 않지만 '승복'은 하는 차원에서 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