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시즌 결산
2014년 시애틀 매리너스는 딱 1경기 차이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07시즌 이후 제일 좋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조금만 더 투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애틀은 2014시즌을 앞두고 FA 최대어 로빈슨 카노(10년 2억4000만 달러)를 영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2억4000만 달러는 당시 메이저리그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계약규모였다. 당시 카노가 31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모한 투자가 아니냐는 비판을 들었지만, 최고급 선수를 영입할 때에는 본래 시장가 이상의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
문제는 카노 영입 이후에 있었다. 추신수, 다나카 마시히로, 또는 영입 소문이 돌았던 많은 외야수를 뒤로한 채 시애틀은 1루수 겸 외야수 로건 모리슨과 코리 하트를 싼 가격에 영입하는 데 그쳤다. 한마디로 돈을 쓰긴 썼지만, 애매하게 썼다는 것이다. 2013년 71승에 그친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했다. 5, 6월 엄청난 기세로 승을 쌓으며 와일드카드 진출 직전까지 도달했지만, 결국 거기까지였다. 시즌 중반 영입한 오스틴 잭슨이 부진했던 것도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2014시즌 시애틀이 강했던 이유는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이와쿠마의 원투펀치에 크리스 영, 로에니스 엘리아스 두 명의 선발 투수가 활약해준 덕분이었다. 게다가 마무리 투수 페르난도 로드니도 제 몫을 해주면서 시애틀의 투수들은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새로 영입한 카노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타선은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스토브리그가 시작하기 이전부터 이번 겨울 시애틀의 목표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카노와 카일 시거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줄 4번 타자의 영입이었다.
2014시즌 MVP
카일 시거 .268 .334 .454(타/출/장) 25홈런 96타점 fWAR 5.5
카일 시거는 '시거 형제'의 맏형이다. 시거 3형제는 모두 메이저리그에 드래프트 됐다. 셋째 코리 시거는 2012년 드래프트에서 LA 다저스에 지명됐고, 둘째 저스틴 시거는 2013년 드래프트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에 지명되면서 카일 시거와 같은 소속팀에서 뛰게 됐다. '시거 형제'의 야구 유전자는 아버지 제프 시거로부터 물려받았다. 뉴저지대학에서 선수생활을 잠시 했었던 아버지는 형제들에게 좋은 코치였다. 덕분에 카일 시거는 '기본기'가 매우 탄탄한 선수다.
2009년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에 지명된 카일 시거는 마이너리그를 빠르게 졸업하고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그때까지는 대학 시절 최고의 타자였던 더스틴 애클리와 닉 프랭클린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주전 3루수로 출장하기 시작한 2012년, 20홈런 86타점을 기록하며 두 부문에서 팀 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2013년에는 약점으로 지목받던 선구안을 개선했고, 2014년에는 초반 지독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타자 중 가장 높은 fWAR(5.5)를 기록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지속해서 홈런수가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약점으로 지목받던 수비에서도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이다. 카일 시거는 이런 활약에 힘입어 2014시즌 종료 후 7년 1억 달러의 장기계약을 맺었다.
스토브리그
많은 전문가의 예상대로 시애틀 매리너스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넬슨 크루즈와 4년 5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크루즈는 2014시즌 40홈런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홈런 1위를 기록한 선수다. 과거의 잦은 부상과 34세의 나이가 위험 요소이지만, 올해 크루즈가 보여준 타격을 생각한다면 적정가로 잡았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악명 높은 투수구장인 세이프코 필드에서 뛰게 된 크루즈의 성적은 필연적으로 하락하게 될 것이다.
마이클 선더스를 보낸 자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영입한 세스 스미스가 채워줄 예정이다. 스미스는 앞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샌디에이고에서 뛰었던 만큼 세이프코 필드에서도 비교적 성적 하락폭이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 좌투수가 나오는 경기에서는 시카고 컵스에서 영입한 저스틴 루지아노가 스미스 대신 우익수로 출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시애틀은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던 지명타자와 외야 한자리를 보강하는 데 성공했다.
2015시즌 전망
추신수와 프린스 필더가 복귀하는 텍사스, 지난 시즌 지구 1위였던 LA 에인절스,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까지. 2015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는 중부지구만큼이나 치열한 순위 싸움이 예상된다. 새로 영입한 크루즈/스미스/루지아노는, 2014시즌 저스틴 스모크/코리 하트/ 켄드리스 모랄레스가 합작한 770타석 .203/.277/.335(타/출/장)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타선을 보강한 시애틀은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봤을 때, 유력한 서부지구 1위 후보이다.
그러나 여전히 포수, 중견수, 좌익수 자리가 불안하다. 포수 마이크 주니노는 22홈런을 쳤지만, 타율은 .199에 머물렀다. 중견수 오스틴 잭슨도 9월 내내 빈타에 허덕이며 타율 .191에 그쳤다. 드디어 잠재력을 드러내는가 싶었던 애클리도 9월 타율은 .149에 그쳤다. 이들을 대체할만한 후보 선수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만약 세 선수가 부진할 경우 극단적인 타격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시애틀이 포스트시즌에 '반드시' 진출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추가 영입이 필요해 보인다.
2015 예상 라인업1번 중견 우 어스틴 잭슨2번 좌익 좌 더스틴 애클리3번 2루 좌 로빈슨 카노4번 지명 우 넬슨 크루즈5번 3루 좌 카일 시거6번 우익 좌 세스 스미스7번 1루 좌 로건 모리슨8번 포수 우 마이크 주니노9번 유격 우 크리스 테일러2015 예상 로테이션1선발 우 펠릭스 에르난데스2선발 우 히사시 이와쿠마3선발 좌 제임스 팩스턴4선발 우 타이후안 워커5선발 좌 J.A. 햅마무리 우 페르난도 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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