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무난한 인사로 평가됐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앞날이 '안갯속'이다. 병역 특혜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어 언론사 간부에게 직접 전화를 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벼랑 끝까지 몰리더니 8일엔 연소득이 2억 원이 넘는 차남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이완구 후보자 본인이 1996년 경기대 행정대학원 조교수로 임용될 당시 이 대학원의 교수 인사 추천 업무를 담당한 이가 이 후보자의 처남이었다는 점에서 특혜 채용이 아니냐는 의혹도 추가됐다.
이 후보자는 7일 '언론사 보도 압력 전화'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가 아니라 총리 후보자 자리에서 '사퇴'해야할 일이라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8일 전당대회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총리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이른 시일 내에 청문회에 임하는 우리 당의 당론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을 맡았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이 후보자의 언론 압박 발언에 대해 "선진국 같으면 총리 후보자로는 이미 끝이고, 국회의원직도 관둬야 할 일"이라고 평했다.
<한겨레>는 9일 사설을 통해 '이완구 후보자는 총리 자격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신문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흠결이 이제 치명적인 정도를 넘어 공직 자격에 사망선고를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형성된 인사검증 기준에 비춰 보면 지금까지 드러난 몇가지 비위와 의혹만도 낙마 사유가 되기에 충분하다"면서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조선일보>도 9일 사설 '총리 후보자의 언론관'에서 "이 총리 후보자가 불리한 보도를 빼기 위해 언론사에 압력을 넣을 수 있고 기자 인사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식의 비상식적인 언론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이 후보자의 사퇴 여론이 높아지자 일각에선 "이러다 정홍원 총리를 또 다시 주저앉히는 거 아니냐"(진중권 동양대 교수, 7일 트위터)는 우려까지 나온다. 앞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던 정 총리는 문창극·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자 재신임됐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다면 박근혜 정부 들어 4번째로 낙마하는 총리 후보자(김용준, 문창극, 안대희, 이완구)가 된다. 청와대는 8일 총리 인준 뒤 개각 수순을 밟겠다며 "인준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인준을 철회할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는 오는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