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동영 적통성 인정…'선사과'요구

다른 선택지 없는 상황…일정 수준 관계복원될 듯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설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정 후보의 '적통성'을 인정하면서도 열린우리당 해체, 차별화 시도 등에 대한 '선 사과'가 관계개선의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껴안고 가야 할 사람에 노 대통령도 포함?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정 후보로부터 면담 요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면서 "우리당 해체와 경선 과정의 갈등과 상처가 풀리고 화해가 이뤄진 다음에 요청이 온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면담이 화해의 상징으로 보이지 않냐"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노 대통령이 정 후보와 통화에서 '상처 받은 사람을 잘 껴안고 가길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천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의 해체 과정, 경선과정에서 갈등과 상처가 많이 생긴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본다"면서 "우리당에 애정을 갖고 있던 노 대통령도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껴안고 가야 할 상처받은 사람 중에 노 대통령도 포함된다는 것.
  
  이날 아침 정 후보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노 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하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천 대변인은 "방송 내용을 알고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정 후보의 입장이 솔직하고 충분하게 개진되지 않겠냐"고 평가했다.
  
  그러나 천 대변인은 "좀 더 보겠다"면서 "우리 나름의 평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반면 '정 후보가 자신을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의 적통성을 가진 후보라고 말했는데 청와대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천 대변인은 "손학규 후보의 경우에는 범여권이 아니라고 말했고 그 시각은 아직도 유효하지만 정 후보는 그렇지 않다. 범여권 후보라고 할 수 있다"고 도장을 찍었다.
  
  "참여정부 평가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솔직한 설명이 있어야"
  
  정 후보에 대한 청와대의 대체적 기류는 그다지 나쁘진 않은 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견임을 전제로 하면서도 "그래도 우리 식구 아니냐. 손 후보와는 다르지 않냐"는 반응을 나타냈다.
  
  문제는 열린우리당 해체 과정, 차별화 시도 등 과거사에 대해 노 대통령이 정 후보에게 요구하는 사과의 수준이 어느 정도냐는 것.
  
  이같은 질문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하루 밖에 안 지났으니 좀 두고 보자"면서 "딱 어느 수준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말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답했다.
  
  '우리당 해체와 신당 창당을 오류라고 인정하는 것은 신당 후보인 정 후보 자신의 존재 기반을 부정하는 것 아니겠냐'는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건 그런 면이 있을 수도 있겠다"면서 "참여정부 평가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솔직한 설명이 있으면 우리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정동영 관계복원은 예정된 수순?
  
  관계개선에 매진하고 있는 정 후보에 대해 노 대통령이 '백기항복'수준의 사과를 요구하면 관계가 또다시 냉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선이 얼마 안 남았고 다른 카드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이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또한 잡음이 있긴 했지만 절차를 거쳐 정통성을 획득한 정 후보를 흔드는 것은 노 대통령이 강조하는 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인 것.
  
  최근 청와대 정무 라인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대선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장기적, 역사적 평가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 관계자는 "정권이 넘어가면 개혁의 연속성이고 뭐고 다 무너지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 있겠냐"고 답했다.
  
  물론 '참여정부 황태자' 시절 수준으로 노 대통령과 정 후보의 관계가 복원될 가능성은 그리 높진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 개선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대단한 실용주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