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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식 민주주의, 인권보다 공안이 중요?

[단비칼럼] 황 장관의 그릇된 검찰 평가를 비판한다

"김대중-노무현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까 환란이 초래됐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 말을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지난 13일 자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황 장관이 고검장 시절 교회에서 강연하던 중 위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선명한 동영상으로 확인된 내용이다. 황 장관 역시 부정하지 않았다. 실수나 우연이 아니고 하느님의 성전에서 한 진지한 발언이다. 확고한 신념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쯤 되면 궁금하다. 도대체 무엇이 고검장, 장래 법무부장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게 했을까.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보니 '환란(患亂)'이라는 것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공안부 검사들이 탄압을 받았다'라는 것이다. 공안부 검사들에 대한 탄압은 '승진을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안부 검사들이 승진 못하고 좌천된 것'을 탄압이요, 환란이라고 했다.

▲ 황교안 법무부 장관 고검장 시절 '교회 강연' 파문 동영상 화면 갈무리.

공안검사 승진 못한 것을 '환란'이라 부른 황 장관의 좁은 시각

참 단순한 논리다. 공안부 검사들이 승진을 못했다면 다른 누군가는 승진했을 것이다. 공안부 검사의 불행은 다른 부서의 검사들에게는 행운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두고 탄압이니 환란이니 할 것은 없다. 정권마다 국가정책이 있는 것이고, 그 정책에 맞는 사람을 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안부가 아닌 다른 부서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

황 장관의 발언은 공안부라는 시각으로 검찰을 바라봤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고검장이라는 엄청나게 높은 자리, 장래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 전체, 나아가 한국의 법무행정 전반을 담당해야 하는 인사의 시각으로는 너무 좁다.

공안부 시각에서 벗어나 보자. 그리고 검찰 중심의 시각에서도 벗어나 보자. 그러면 법무행정이라는 관점이 보인다. 법무행정의 핵심은 무엇일까? 우리도 인정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보편적인 기준에 의하면 법무행정의 목적은 무엇일까? 최소한 공안부의 융성은 아니다.

'법무행정'의 핵심은 '공안 융성' 아닌 '민주주의-인권-시민안전'

그 기준은 바로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시민의 안전이다. 이 기준은 참혹한 전쟁과 내전, 국가범죄와 비인간적인 역사를 극복하고 인류가 확보한 가치이다. 각국이 법무행정과 국제 협조를 통하여 발전시키고 확보해야 하는 가치이다. 여기에는 범죄인과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

민주주의와 인권, 시민의 안전은 사법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공무원들의 기준이고 철학이다. 그리고 변호사를 포함한 법률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의 기준이다. 아니 어쩌면 모든 사람들의 기준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나라의 법무행정을 평가할 때 따라야 하는 기준이다.

구속은 행동의 자유를 박탈한다. 사람을 직접 때리는 태형과 장형이 사라진 지금 구속은 당하는 사람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처분이다.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잔혹한 범죄를 완전히 추방하는 것은 어렵다. 인류의 역사는 곧 범죄의 역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구속되어야 할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구속자 수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수사와 재판에 영향이 없다면 당연히 구속되지 않아야 한다. 형사소송법도 불구속 수사와 불구속 재판이 원칙임을 밝히고 있다. 구속자 수의 증감변동은 그 사회의 인권수준을 반영한다.

민주정부 10년간 구속자? 영장청구 10만 이상 감소…인권 크게 개선

민주정부 10년 동안 구속자 수는 10만 명 이상 줄었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첫해인 1998년 14만 297건의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구속 영장은 1999년 11만 건으로 줄었고, 2007년 마침내 4만 6274건이 됐다. 10만 명 이상 과도하게 구속되던 사람들이 구속되지 않게 된 것이다. 이후 구속 영장 수는 2013년 2만 7000건까지 떨어진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혜택을 본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영장 청구 건수도 10만 건 이상 줄었다.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 결과 수용인 수도 2만 명 이상 줄었다. 500명 기준의 교도소 40개를 짓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사형이 사실상 폐지된 것도 두 분 대통령의 공이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 17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사형을 공식적으로 폐지한 유럽연합의 기준에 의하면 동아시아에서 일본도 아닌 한국만이 유일한 인권선진국이다. 사형 선고 건수도 2000년의 20명에서 10분의 1로 줄어 매년 2명 정도에게만 선고된다.

국선변호인 선정도 대폭 늘어… '인권' 안 보고 '공안'만 보는 황 장관

다음으로 국선변호인 선정 건수를 살펴보자. 변호인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돕는 존재다. 변호인이 있어야 피의자, 피고인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그리고 고문이나 가혹행위 등 위법수사를 당하지 않게 된다. 이런 면에서 국선변호인의 수는 인권 발전의 중요한 지표이다. 우리 헌법도, 국제인권법도 국선변호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선변호인 선정건수는 1996년이 되어 3만 건을 넘었고 1997년 3만 4585건이었다. 이 숫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첫 임기인 1998년 5만 1080건으로 증가한다. 그리고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첫 임기인 2003년 8만 4401건으로 증가했다.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09년 10만 건을 넘어 지금도 그 수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약 세 배의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것이다.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현실화시킨 것이 바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다. '김대중-노무현' 모두 투옥된 경험이 있다.

황 장관은 고검장 재직 시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황 장관은 공안부에 대한 탄압을 과장하기 위하여 이러한 내용을 숨겼다. 공안부라는 협소한 시각 때문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이 가져온 혜택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황 장관의 평가는 좁은 관점이 초래한 불공정한 것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관점과 철학은 이래서 중요한 것이다.

김인회 교수의 <단비칼럼>을 매주 연재합니다. '단비칼럼'은 '단숨에 읽는 비평 칼럼'의 줄임말입니다. 필자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참여정부 시민사회비서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낸 김인회 교수는 <단비칼럼>에서 오늘의 한국 사회와 사법제도의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올곧은 해법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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