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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세계 경제, 미국 빼면 잘해야 2014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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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세계 경제, 미국 빼면 잘해야 2014년 수준"

[인터뷰] 박영철 전 원광대 교수가 전망한 2015년 세계 경제

최근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2014년 3분기에 11년 만에 최고 성장률 5퍼센트를 기록한 미국, 반대로 심각한 침체로 다시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 일본과 유로 국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조짐, 6개월 만에 반 토막이 난 국제 유가와 그에 따른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 및 경제력이 약한 산유국들의 경기 후퇴, 국제 상품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 등 경제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제 전망은 곧잘 틀린다. 최첨단 컴퓨터를 활용하고 수백 개의 경제 변수를 동원하여 세계 유수의 경제 연구소에서 한 예측도 자주 빗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예측을 안 할 수 없는 이유는, 경제 운영에 도움이 되는 정책과 방향을 나름대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여러 경제 연구소에서 최근에 돌발한 변수와 상황 등을 고려하여 '수정안'을 곧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제는 심리이다. 따라서 요즘처럼 크게 요동치는 세계 경제가 자칫 지나친 비관론을 불러오는 것을 지양할 필요도 있다.

2015년 세계 경제, 과연 얼마나 좋아질까? 2014년보다 더 어려울까? 2015년 세계 경제의 특성은 무엇이며 그 대응책은 과연 존재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박영철 전 원광대 경제학부 국제경제학 교수의 분석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지난해 12월 24일부터 29일까지 이뤄졌다. 아래는 박 전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전희경 : 2015년 세계 경제 전망을 얘기하기 전에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세계 경제 전망이나 예측은 주로 누가 하나요?

박영철 : 포괄적인 세계 경제 전망은 주로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의 유로스타트(Eurostat), 유엔개발프로그램(UNDP), 유럽중앙은행(ECB), 미국 연방준비은행(이하 미국 연준) 등 국제기관이나 주요 선진국의 중앙은행, 민간 대형 은행 연구소(예 : 골드만 삭스, 노무라), 유수의 대학 경제 연구소(예 : 와튼 스쿨) 등에서 합니다. 물론 많은 나라는 자국의 경제 전망을 정기적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전희경 : 이 기관들이 예측한 주요 선진국의 2014년 GDP 전망과 실제 수치의 괴리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군요.

박영철 : 이 기관들은 수시로 전망치를 수정합니다. 매일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기관들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분기별 GDP 수치를 세 번 수정 발표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2014년 10월에 3.6퍼센트(예측)로, 11월에 3.9퍼센트(수정)로 발표되었다가 12월에 5퍼센트(최종)로 다시 수정되었습니다. 따라서 전망과 실제 수치는 분명 괴리가 있습니다. 심각한 경우는 1년 전에 한 전망이 20~30퍼센트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표 1>을 보시면 세계 총생산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이 여섯 나라 중 전망과 실제 수치가 100퍼센트 맞는 나라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 기관들의 전망치를 최근에 발표되는 성명이나 설명을 참조하여 해석하고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표 1> 주요국의 2014 GDP 성장률 예측과 실제(Sources: IMF, Trading Economics). ⓒ전희경


"2015년 세계 경제, 2014년보다 나아질 가능성 희박"

전희경 : 2014년 11월 초까지만 해도 "2015년 세계 경제는 적어도 2014년과 같거나 조금 나아질 것이다"가 대다수 경제 기관들의 일치하는 전망이었는데요. 2014년 11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중국 경제의 둔화, 일본의 '공식 침체' 선언, 유가 급락으로 부상한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 그리고 2015년 1월 회의에서 결정될 유로존의 양적 완화 정책 채택 여부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2015년 세계 경제를 어떻게 보나요?

박영철 : 2015년의 세계 경제는 잘하면 2014년 정도 될 것입니다. 2014년보다 나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유가 급락에 따른 러시아발 글로벌 침체 가능성은 있지만 그 후유증의 심각성을 현시점에 계량화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적어도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일본과 유로존의 통화 팽창(Reflation) 위주의 경기 부양책과 미국 연준의 이자율 상승 등으로 국제 금융 시장의 불안정은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행히도 미국 경제는 호황은 아니지만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7퍼센트 선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수출과 투자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2015년 성장은 2014년보다 못할 위험이 큽니다. 2014년보다 낮은 3.2퍼센트 성장률을 제시하는 기관도 있습니다.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것은 중장기적 구조 개혁의 부재이며, 이는 잠재 성장률 하락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전희경 : 2015년 세계 경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최대 변수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박영철 : 가장 특징적인 이슈는 4개로 요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첫째, 선진국 간의 성장률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는 기현상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골드만 삭스는 '대일탈'(Great Divergence)이라고 부릅니다. 둘째는 지난 수년간 세계 경제 성장에 크게 공헌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경기 부진이 염려됩니다. 셋째는 유가 하락이 어느 정도, 언제까지 지속되며 그 여파가 러시아 경제를 강타하고 경제력이 약한 산유국을 넘어 글로벌 침체로 이어질 것인지, 특히 미국 경제의 성장을 위협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넷째, 일본과 유로존의 통화 팽창 정책과 예상되는 미국의 '정상적인 통화 정책'(이자율 상승)으로 복귀가 맞물려 국제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악화될 것인가 아니면 개선될 것인가입니다.

전희경 : 선진국 간의 성장률 격차가 더 벌어지는 현상은 경제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요?

박영철 :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2015년 세계 경제의 성장은 단연 미국이 주도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촉발한 나라가 제일 먼저 경제 회복을 이루고 이제 다른 나라들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딴 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성공 신화가 일회용인지 아니면 경제 구조적 특혜(Exceptionalism)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경기 정책의 과실인지를 철저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경제 발전의 초로(Aging Phase) 단계에 진입한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 선진 국가들의 경기 침체가 심각한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경우 단기적 경제 처방의 유효성에 의문이 갈 수도 있고,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이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이 아니라 '구조조정'이란 사실이 한층 더 부각될 것으로 봅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이번 경기 후퇴가 메르켈 총리의 '긴축 정책'의 한계와 위험의 신호인지,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수출 시장의 위축 때문인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전희경(Sources: IMF, Trading Economics)


"미국 경제, 2015년에 건실한 성장률 기록할 것"

전희경 : 이제 미국 경제는 결정적으로 2008년 위기를 극복했다고 보나요?

박영철 : 미국 경제 전문가들도 2014년 3분기 GDP 성장률이 1차 잠정 수치 3.6퍼센트에서 3차 잠정 수치 5퍼센트로 무려 1.4퍼센트포인트 수정될 때 무척 놀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여러 보조 지표들, 예를 들면 고용 시장 개선, 실업률 하락, 자의적 사퇴율 증가, 완만한 임금 상승, 개인 소비 증가와 제조업의 회복, 주택 시장 회복 등이 이 5퍼센트 수치를 확인하고 지지하고 나서자 '분명한 경기 회복'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분기의 결과가 추세를 장담할 수 없다'며 신중한 해석을 주장하는 소수파도 있습니다. 전 미국 경제가 일단 성장의 모멘텀을 얻었다고 봅니다. 특별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2015년 미국 GDP 성장률은 3퍼센트 선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이 수치는 미국의 장기 호황기(1960~1970년대)의 평균 성장률에 해당합니다. '회복'이 아니라 '호황'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전희경 : 그러나 만만치 않은 암초와 난제도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박영철 : 맞는 지적입니다. 여러 가지 암초가 놓여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문제가 이 호황이 과연 중산층의 '의미 있고 지속적인' 임금 상승을 불러올 것인지, 지난 1979년부터 벌어진 소득 양극화가 완화되어 개인 소비 지출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2015년 3분기 초로 예상되는 연준의 이자율 인상폭이 어느 정도일지, 개인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정도는 아닐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셋째,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달러 강세가 현재 선전하고 있는 수출 산업을 강타하지는 않을지도 변수입니다. 넷째, 유가 급락이 미국의 에너지 산업을 위축시키거나 심지어 도산시킬 위험은 없는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이런 경우 고용 시장에 다시 찬바람이 불 것인가 하는 점도 살펴봐야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벌써 지난달 27일 텍사스 주의 휴스턴에 본사를 둔 '허큘리스 오프쇼어' 굴착 장비 회사가 직원의 15퍼센트인 324명의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찻잔 속의 태풍이 될지 아니면 허리케인이 될지 아직은 알 방법이 없습니다. 다섯째, 유가 급락에 따른 러시아와 경제력이 약한 산유국들의 경기 침체로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올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도 지켜봐야 합니다.

전희경 : 이렇게 많은 암초가 있는데도 미국 경제가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나요?

박영철 : 한 나라의 거시 경제를 논하다 보면 이 정도의 난관이나 불확실성은 으레 나오는 수준입니다. 또 다른 경제의 한 축인 긍정적인 흐름이 이 암초나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를 진단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2015년 미국 경제는 일단 건실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봅니다.

전희경 : 선진국 경제 성장률의 '대일탈'의 다른 축은 물론 장기 디플레이션 위기에 있는 일본과 유로존 국가, 특히 유럽 남쪽의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나라들의 2015년 경제를 전망해주십시오.

박영철 : 2년 전에 시작한 일본의 야심찬 아베노믹스 경제 정책이 기로에 섰습니다. 2014년 4월에 단행한 소비세 인상으로 일본의 GDP가 2분기에 마이너스 6.7퍼센트, 3분기에 마이너스 1.9퍼센트을 기록하여 '공식 침체'에 빠졌습니다. 당황한 아베 정권은 12월 27일 3조5000억 엔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단기 극약 처방이 '잃어버린 20년'의 주범인 일본식 경제 모델을 부활시킬지 미지수라는 것입니다.

전희경 : 유로존 경제를 이끌어온 독일 경제마저 침체 위기에 놓였다는데 어느 정도 심각한지요?

박영철 : 독일의 '긴축 정책'이 다른 회원국으로부터 유로존의 침체 주범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습니다. 2015년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당장 12월 29일에 있은 그리스 의회의 대통령 선출 투표에서 승리한 극좌 시리자(Syriza) 당은 긴축 정책을 반대하고 유로존 탈퇴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반 긴축 정책을 내걸고 있는 포퓰리즘 당이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정치적 불안정이 유로존의 경기 침체를 가중할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희경 : 2015년 세계 경제의 희망은 미국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되는군요. 다음 화두로 넘어가겠습니다. 2015년 세계 경제를 달굴 두 번째 이슈는 무엇인가요? 한때는 중고등학생도 알고 있던 브릭스란 단어가 최근 별로 언론에 오르지 않는데 무슨 이유가 있나요?

박영철 :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월등히 높기 때문에 브릭스는 곧 중국이 된 것이지요. 관점을 세계 경제로 돌리면 브릭스의 위상은 크게 달라집니다. 우선 간략히 세계 경제에서 이들 국가가 차지하는 위상을 보겠습니다. 2014년 현재 이 다섯 나라가 세계 총 GDP의 22퍼센트 정도를 차지합니다. 2000년경 이들의 비중은 겨우 7~8퍼센트였습니다. 15년 정도 사이에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말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이들 신흥국들,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이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재의 성장률 추세가 지속되면 2020년 전에 이들 국가의 GDP가 미국은 물론 유로존(18개국)의 GDP를 추월하여 세계 최대의 경제 블록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성장률 추세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경제 성장의 급격한 둔화(경착륙)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이와 맞물려 유가 급락이란 돌발 변수를 맞은 러시아 경제의 추락, 예상되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몰아올 환율 전쟁과 그와 관련한 인도 금융 시장의 불안 문제가 있고, 끝으로 국유 석유회사(Petrobras) 스캔들과 극심한 투자 위축이 브라질 경제를 심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전희경(Sources: IMF, Trading Economics)


중국 경제가 마주한 구조적 장벽

전희경 : 잘나가던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된 이유는 무엇인지요?

박영철 : 최근 중국 경제 성장률의 지속적 둔화는 심각한 구조적 장벽 때문입니다. 두 가지 장벽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중국 경제가 초기 발전 단계인 따라잡기(Catch-Up) 국면을 졸업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임금의 노동력 집중적인 산업 구조와 경공업 제품 위주의 수출 주도형 성장 패턴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수출 시장에서 누리던 비교 우위가 약화되고 경쟁이 심화된다는 뜻입니다. 가장 의미 있는 경제 지표인 중국의 수출과 수입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장벽은 GDP 구조와 연결된 수요 창출의 어려움이 증가한다는 사실입니다. 국내 총생산(GDP)은 4개의 요소로 구성됩니다. GDP=C(소비)+I(투자)+G(정부)+(X-M)(수출-수입)입니다. 미국의 경우 개인 소비가 약 65~7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미국을 '소비 사회'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투자는 12~15퍼센트, 정부 15~20퍼센트, 순 수출, 즉 경상 수지는 지난 40여 년간 항상 마이너스 2~3퍼센트 정도입니다. 반대로 중국 GDP 구성은 개인 소비가 겨우 35~40퍼센트 선이며(한국은 56퍼센트 정도), 투자가 무려 46퍼센트, 정부 지출은 14퍼센트, 경상 수지는 약 3~4퍼센트입니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중국의 투자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출의 GDP 공헌률이 2005년 22.2퍼센트에서 2012년 마이너스 2.2퍼센트로 급락했습니다. 중국의 수입과 수출이 줄어들면서 세계 경제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이 무섭게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수출 주도형 성장에서 국내 소비 확장 정책으로 전환할 시점에 도달한 것입니다. 그런데 내수 증가는 튼튼한 중산층 출현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즉, 갈수록 경쟁과 견제의 심화가 예상되는 수출 시장을 내수 증가로 대체해 나가야 하는 난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희경 : 방금 말한 두 개의 커다란 장벽 외에 다른 경제 문제로는 급증하는 지방 정부 부채를 들 수 있을 텐데요. 어느 정도 심각한가요?

박영철 : 최근에 이루어진 투자, 특히 사회간접자본은 지방 정부가 돈을 빌려서 투자한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 정부의 부채 비율은 2012년 현재 아주 낮은 GDP 대비 22.8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지방 정부의 경우 과욕을 부려 과잉 투자를 남발한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이 부채의 대부분이 그림자 금융과 연결되어 부실 증가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희경(Sources: IMF, Trading Economics)


"연준, 금리 인상 최대한 미루고 그 폭도 적을 것"

전희경 : 중국 경제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는 느낌이 드는데 사실인가요?

박영철 : 맞습니다. 이제는 단기적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구조적 개혁을 통하여 투자보다 소비에 집중하고, 수출보다 내수가 성장을 견인하는 성장 모델, 그리고 실물 경제의 흐름을 원활히 도와줄 건전한 금융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전희경 : 브릭스의 또 다른 중요 국가인 러시아가 유가 급락이란 벼락을 맞은 꼴이 됐습니다. 그런데 실은 2~3년 전부터 러시아 경제의 활력이 줄어들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2015년 전망은 매우 우울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박영철 : 러시아 경제의 2015년 전망은 어둡습니다. 비관론이 낙관론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발생한 사건들이 이를 증명합니다. 루블화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외환 보유고를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자율을 17퍼센트까지 올렸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합니다. 러시아 재무부 장관이 2015년 GDP의 3.5~4퍼센트 선의 마이너스 성장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변수들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첫째, 유가가 어디까지 내려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50달러, 45달러, 40달러? 아니면 다시 급등하여 70달러, 80달러, 90달러? 둘째, 저유가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2015년 봄까지? 여름까지? 아니면 2016년 여름까지? 셋째,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GDP의 12퍼센트) 러시아 경제의 침체가 얼마나 깊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마이너스 3퍼센트, 4퍼센트, 5퍼센트? 반대로 미미한 경우 마이너스 1~2퍼센트선에서 마무리될 것인가? 또 얼마 동안 이 같은 경제 침체가 계속될 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에서 2년 안에 러시아 경제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넷째,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구 국가들이 가하고 있는 경제 제재 조치가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재무 장관에 의하면 서구의 경제 제재가 벌써 900억 달러의 손실을 발생시켰다고 합니다. 서구는 현재 '추가 제재 조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추가 조치 입법에 사인을 하고, 시행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섯째, 러시아의 침체가 유로존과 중국 경제에 끼칠 후유증이 어느 정도일지 계량화하기는 시기상조입니다. 한국의 경우, 최근 러시아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가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빙산의 일각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봅니다.

전희경 : 2015년 세계 경제를 달굴 세 번째 이슈로 가보겠습니다. 6개월 만에 반 토막이 난 유가가 어디까지 내려갈 것인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그 후유증은 세계 경제에 어떤 타격을 가할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박영철 : 유가 급락이 세계 경제에 끼칠 영향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합니다. 긍정적인 면은 중국, 일본, 한국처럼 원유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나라들에 유가 하락은 큰 보너스가 된다는 것입니다. 경상 수지 개선으로 외환 보유고가 증가하고 투자 여력이 생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금 감면 효과로 소비 지출이 증가합니다. 유가가 20퍼센트 하락하는 경우 세계 GDP가 0.5~1퍼센트포인트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반면 부정적인 면은 경제 기초가 약한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같은 산유국이 큰 경제적 타격을 입고 심한 경우 경제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이들 국가와 경제 거래가 큰 나라들도 간접적인 타격을 입게 됩니다. 하지만 러시아발 글로벌 경제 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묵과해서도 안 되는 문제는, 지속적인 유가 하락이 지난 10여 년간 미국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에 큰 공헌을 한 미국의 에너지 섹터, 특히 셰일 오일과 가스 생산의 위축과 심지어 연쇄 도산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미국의 에너지 기업을 중심으로 한 비우량 고수익 채권의 부도 위험을 경고하는 분위기입니다.

전희경 : 2015년 세계 경제를 달굴 네 번째 이슈는 미국의 중앙은행이 언제, 어느 정도 기본 금리를 올릴 것인가, 그것이 한국이나 여타 신흥 국가의 금융 시장을 강타하여 금융 대란을 일으킬 것인가, 미국 경제 회복에는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가 등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박영철 : 저는 별로 걱정을 안 합니다. 최근 미국 연준 고위 인사들의 발언이나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연준은 금리 인상 시점을 최대한 미룰 것이고 인상 폭이 매우 적을 것이란 확신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이제 겨우 회복하고 있는 미국 경기를 후퇴시킬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연준은 쉽사리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전희경 : 2015년 전망을 한마디로 말씀해 주십시오.

박영철 : 미국을 제외하고는 2015년 세계 경제는 잘해야 2014년 정도일 것 같습니다.

*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가톨릭 대학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원광대에서 은퇴한 후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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